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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아름다움이 곧 추함”

김종근





“아름다움이 곧 추함”


2005년 2월 런던 크리스티경매장에는 세계적 콜렉터들이 모여들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모델 ‘케이트 모스’를 소재로 그린 한점의 누드화가 출품됐기 때문이다. ‘나체 초상 2002’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 루시앙 프로이트의 작품이었다.

그는 1922년 베를린에서 출생, 영국으로 이주해 미술교육을 받았다. 1951년에 첫 전시 후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 곧 전후 독일의 표현풍의 구상화로 변모했다. 그는 철학자 들뢰즈가 ‘감각의 논리’에서 감각과 힘과 시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발견한 베이컨의 작품 ‘루시앙 프로이트 초상연구’의 모델이자 친구였다. 1965년 이후 누드화를 그리면서 가장 강렬하며 독창적인 화풍의 누드로 주목을 받았다.

영국 구상미술의 전통을 이어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사실주의 화가’로 불렸다. “나는 사람들의 벗은 모습을 그리는 게 좋다. 옷을 벗으면 나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신나는 일들 중 하나는 피부를 관통해 피와 혈관, 그리고 많은 흔적을 보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벗는다고 그리진 않았다.

너무 경직돼 있다는 이유로 직업적인 모델을 피했고, 자신과 잘 아는 사람들로 친구·가족·동료화가 등 주변 인물을 다이내믹하고 거친 붓터치로 긴장감 있는 화면을 만들었다.

이 ‘나체 초상’은 그가 80세에 그린 것으로 모스가 딸 릴라 그레이스를 임신했을 당시 침대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는 실물 크기의 작품이다.

이 작품 배경에는 모스가 잡지 인터뷰에서 “프로이트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직접 고백 제안하면서 6개월 간의 초상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프로이트는 “아름다움을 추함이라 하고 추함을 아름다움”이라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초라한 모습으로 그렸다. 이 때문에 프로이트의 작품은 여인의 나체를 관객에게 던져진 욕망의 고깃덩어리처럼 그리는 베이컨 작품과도 비교된다.

처음 경매에서 익명의 미국인에게 넘어간 이 그림은 74억원이란 천문학적 가격에 낙찰되었지만, 그가 전화로 경매에 참여해 낙찰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스포츠칸 2006.1.2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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