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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카사노바 화가 ‘뜨거운 자화상’

김종근





카사노바 화가 ‘뜨거운 자화상’



황금색 옷을 걸치고 아름다운 여인과 키스하는 황홀한 포즈, 연인들이 즐겨 찾는 카페의 벽에 걸릴 그림 1순위, 행복한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클림트다. 그러나 정작 이를 그린 그는 너무나 불행하고 외로웠다.

오스트리아 빈 보헤미안 출신의 금세공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느 해인가는 크리스마스 때인데도 집에 빵 한 조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궁핍했다.

일찍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그에게 죽음은 충격과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는 생전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아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이 풍부한 남자였다. 무려 수십명의 여인이 그의 품을 거쳐갔다. 심지어 그가 죽었을 때 14명의 사생아 어머니가 대신 유산상속을 청구할 정도였다

모델이 됐던 여성과는 정사를 나눈다는 소문이 난무할 만큼 여성편력이 탁월했던 그는 ‘빈의 카사노바’로 불렸다.

‘선수’인 그에게 이 키스란 주제는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이 모델은 클림트와 빈의 실업가의 아내인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로 추정된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장식성으로 많은 여인을 유혹한 에로티시즘의 대표작 ‘키스’는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 안고 있는 남자의 뜨겁고 강렬한 포옹, 여인의 매혹적인 얼굴 표정이 관능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두 남녀를 둘러싼 황금색의 배경과 금색의 나뭇잎 줄기, 화사한 꽃밭에 무릎을 꿇은 아름다운 여인, 남자의 옷에 그려진 패턴화된 기하학적 사각형무늬, 여인의 옷에 수놓은 꽃처럼 화려한 색상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쉴레 역시 똑같은 그림을 본떠 ‘추기경과 수녀’를 제작할 만큼 ‘포옹’은 큐비스트, 표현파, 초현실주의자 브랑쿠지의 키스까지 화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테마였다.

실제 그는 동양미술의 콜렉터로서 황금색의 비잔틴적 요소와 일본 기모노 디자인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자포니즘(일본주의)은 고흐와 모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채색된 슈베르트의 선율’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을 열광케 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는 육체적 욕망이 강렬하고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병적이며 관능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춘화작가’ ‘변태성욕자의 무절제’라는 이 극단적인 비판은 거장 베토벤을 기념해 만든 30m 대작 ‘베토벤 프리체’도 여론의 격렬한 분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56세, 클림트는 신체마비와 독감으로 평생의 연인이자 동생의 부인이었던 에밀리에 플뢰게 품에서 죽었다. 그는 죽으면서 “나는 결코 자화상을 그린 적이 없다. 나는 내 자신보다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비엔나 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탁월하고 혁신적인 화가 클림트의 최후였다.

스포츠칸 2005.11.29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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