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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상상 뒤엎는 ‘기발한 반란’

김종근





상상 뒤엎는 ‘기발한 반란’



서울시내 수리 중인 한 백화점의 외벽에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풍경이 있다. ‘겨울비(Golconde)’란 그림으로 알루미늄에 프린터돼 외벽을 덧씌운 것으로 1년 사용료 1억원을 지불한 그림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르네 마그리트다.

환상적 공간을 보여주는 인기작가 마그리트는 1898년 벨기에 레신느에서 태어났다. 10세 전후의 마그리트가 기억하고 있는 유년 시절의 3가지 추억은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한다.

공동묘지의 부서진 돌기둥과 낙엽 사이에서 한 화가를 만난 일. 헬멧을 쓴 풍선 탄 사람들이 길을 잃고 지붕에 도착한 것, 어린 소녀와 놀던 일. 마그리트는 이것들의 그림 그리기가 마술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술회했다.

14세 때 그의 어머니 아델린은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접한 그는 ‘죽은 여인’의 아들로서 새로운 자아의 정체성을 구하려 했다.

이듬해 그는 스티븐슨이나 에드거 포의 유령영화의 세계에 빠졌다. 벨기에의 왕립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20대 초반 그의 그림 속엔 입체파와 미래주의의 영향이 나타난다.

시인 피에르 부르주아의 영향이었다. 그는 달리와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와 함께 ‘언어와 이미지’를 펴냈고 형이상학 회화의 화가 키리코 그림에 빠졌다. 거의 충격에 가까운 감명을 받은 그는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한, 벨기에에서 결성된 초현실주의 그룹에 리더로서 참여했다. 그러나 정신분석이나 무의식 세계에는 열광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현실의 신비에 관심을 보였다.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은 사물을 엮어내는 방법에 있었다.

그는 마치 퍼즐처럼 일상적 사물과 이미지를 결합하는 데 탁월했다. 특히 전혀 이질적인 상상력을 결합시키면서 즐겨 오브제를 사용했다. 새·사과·중절모·벨, 그리고 돌 이미지는 바로 마그리트의 대표적 상징이었다. 그는 그것들을 파괴했다. 이는 곧 관습적인 사고의 일탈을 의미했다.

그가 차용하는 이미지의 배신과 반란은 도처에서 살아난다. 여기 그의 에로틱한 작품으로 알려진 ‘강간’의 작품은 그가 집요하게 인용하는 여체의 특징적 신체 부위가 여자 얼굴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눈으로 대체된 여인의 가슴, 코로 대체된 배꼽, 입으로 비유된 섹슈얼한 성적인 부분 등이 의식의 에로틱한 변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강간’이란 언어는 많은 사람에 의해서 혹은 남자들에 의해서 드러나는 여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훗날 이 작품과 유사한 원형으로 보이는 1938년작 ‘자연적인 깨달음’, 그리고 1945년에 제작된 ‘강간’은 긴 머리로 인해 더욱 여성적이고 섹슈얼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의 그림은 그림제목만큼 신비하다. 그는 제목으로 그의 그림에 시적 비전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림을 상징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작품의 진정한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거부했다. 그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고 말한다.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칸 2005.11.22 │미술속의 에로티시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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