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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희 / 바람을 붙러 세우는 스카프의 화가

김종근


푸른 하늘에 아름답고 예쁜 스카프가 날아다닌다면, 연푸른 초록빛 나뭇가지 위에 장밋빛 문양의 스카프가 살포시 내려 앉아있다면, 만약 그런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오명희의 그림이다. 그만큼 오명희는 스카프 작가로 화단에서뿐만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다가 그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아름답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보기 드물게 상냥하고 경쾌한 느낌의 맑은 목소리를 가진 작가이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자로서 , 집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상냥하고 화사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재직하고 있는 수원대학의 미술대학 학생들은 그를 교수라기보다는 친언니처럼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내가 그녀를 여류작가라고 부르는 배경에는 그가 단순히 꽃을 그리는 여류작가여서가 아니다. 스카프를 그리는 작가여서도 아니다.
그 스스로가 자기는 만약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기생이 되었을 것이라는 그의 농담이 그냥 빈소리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녀는 여성스러움과 애교를 지니고 있다. 그녀가 어쩌면 바람을 그리는 이유는 봄날의 그 설레는 마음, 청춘의 그 마음 때문이리라. 그녀는 이렇게 봄날 여인의 설레는 마음의 순간을 포착한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그림이 꼭 그녀 같다고 말한다. 그녀 그림의 기본적인 모티브는 스카프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스카프는 무엇일까 ?
원래 스카프란 어원은 프랑스어로 에스카르프(escarpe)에서 발전한 에샤르프(charpe)이고, 기원은 북방민족이 방한용으로 사용한 목도리로 연대는 불명이다. 이것이 시대와 더불어 의미의 범위도 차차 변용 되었고. 서구에 보급된 것은 엘리자베스 1세 때 햇빛 방지와 장식을 위해서 술 장식이 달린 어깨걸이가 사용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16~17세기는 기사나 군인의 장식 띠가 되었고, 19세기에는 남자용의 크라바트(cravate:목도리 비슷한 구식 넥타이)에서 점차 넥타이로 발전하였다. 19세기 말부터 주로 여성용 액세서리로서 네크라인을 장식하고 머리를 덮기도 하였으며, 벨트 대신 허리에 사용하는 복식 품으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오명희는 이 실용적인 용도에서 출발한 스카프를 묘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하나를 발견한다. 그녀가 진정 그리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꽃인가 아니면 스카프인가 아니면 바람인가 . 물론 그녀에게 바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우리는 바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날아다니거나 떨어져 있는 스카프를 보는 일이다. 우리는 스카프가 날아다니는 그 모습을 보고 바람이 있음을 알뿐이다.

그녀는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 스카프를 보여주는지 모른다. 프랑스의 저명한 평론가 쟝 뤽 샬리모는 그의 작품을 중국의 화가 마위안에 비교했다.
“무성한 한 그루의 버드나무 위에 한 마리의 새가 막 날아가려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가 자세히 보니 그 새가 나무 위에서 사는 새가 아님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풍경 속에 교묘하게 배치한 새를 보다는 것이다. ”
또한 여기서 당혹스런 우리는 망설임을 갖게 된다. 그 새가 진짜일까 ? 아니면 단순한 장식일까? 라는 고민 말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 속에는 눈속임이 있다. 그것은 마치 실제 스카프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해준다.

그의 그림은 마침 “소피가 청소를 하러 이층으로 올라갔을 때 밖을 내다보면서 환호를 한다. 베란다 창을 활짝 열고 환호하는데 등에 걸친 갈색 스카프가 날라 간다. 그 다음 장면은 호숫가에 내려서고 빨래를 널기 위해 가부머리 허수아비랑 꼬마랑 같이 장대 들고 가고...다음에 소피가 나타날 땐 어깨에 스카프가 있어요.“
이처럼 그녀의 스카프는 마치 하울의 성이란 영화속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일찍이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알려진 한젬마가 그의 그림을 일컬어 “들 꽃핀 초원에 스카프가 너풀 날린다. 바람이 느껴진다. 무척이나 화려하게 장식된 스카프. 들꽃을 무색하게 하는 원색의 꽃문양 굳이 화가가 꽃받에 꽃무늬 스카프를 날린 이유가 뭘까........ 초원에 야생풀과 꽃, 스카프에 인쇄된 인위적인 꽃, 실제 꽃보다 더욱 선명하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은 이 스카프를 닮아있다. 인간이 창출해내는 새로운 공간과 그 공간에 담아내는 자연을 닮은 장식들. 아름다운 스카프이건만 자연 속에서는 그 인위성이 극명하고 되려 초라해진다 .자연을 모사하고 도전하려는 현실이 읽혀진다. “고 말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녀는 작가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그 감정들을 담아내는 것이다.
들녘 혹은 풀이 우거진 들판 위에 바람에 날리며 살짝 내려앉은 다양한 스카프의 모습은 우리들 봄날의 여인들의 꿈과 소망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것처럼 보인다.
그의 스카프에는 일상적인 장미꽃이 있는가 하면 , 화가들이 그린 스카프의 테마들이 있다. 그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스카프는 분명 살아있는 화가의 마음처럼 ,욕망처럼 때로는 구름사이로 공중을 떠다니며 때로는 한 마리의 나비나 새처럼 살며시 내려앉아 아름다운 극적 순간을 연출한다. 이런 이유로 그의 풍경은 꿈속에서 본 몽유도원도의 풍경 같은 신비스런 분위기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연출 된 꽃과 스카프의 선명한 대조는 모두가 채색의 극사실 기법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물론 그는 최근의 작품에서 그러한 평면적인 세계를 탈피해서 입체성을 시도하고 있다. 평면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입체의 차원을 실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이전에는 평면 속에 일류전의 형식으로 보여주었다면 최근에는 실제 존재하는 오브제를 직접 화면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는 그것이 실제 존재하는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제 그의 화면은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의 나풀거리는 모습과 리얼리티 사이에서 바람을 묘사하는 것이다.

최근 그의 변화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채색 방법보다 켄바스 위에 아크릴로 작업하는 유화의 기법을 따르고 있다. 오명희의 작품은 이러한 형식으로 전통적인 한국화의 영역을 벗어난 작가로도 이야기된다. 어쨌든 초기에 전통적인 채색작업에서 나아가 한지 위에 실크스크린기법을 통하여 사실주의적인 작업을 보여줌으로서 애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그의 작업에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풍경의 실크 스카프가 소재가 되어 우아하면서 감성적인 봄날의 멋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의 스카프에는 문양이 다소 화려한 것에서부터 이도령과 성춘향의 사랑 , 샤갈의 연인 같은 이미지들까지 다양한 문양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그의 화폭 분위기는 지루하지 않고 봄날의 다양한 표정을 보는 듯하다. 차분하면서 풍경과 대조를 이루는 색상으로 화려함과 선정적인 감정까지 쏱아내고 있다.

결국 그의 그림에는 여러 가지 색상과 패턴이 혼합된 화려한 손수건과 풍경이 하나를 이루어 여인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바람을 이루어 낸다. 마치 여인의 속치마처럼 속이 비치고 하늘거리는 가냘픈 이미지의 바람, 은은하고 요염하기까지 한 옅은 색상에 잔잔한 무늬의 화사한 연애 감정. 이것이 오명희의 진짜 숨겨진 매력이다. 귀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연출 된 오명희의 이 바람 그림은 그래서 연인들의 감정과 여인들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 속에는 그만의 비밀스런 기법이 있다. 그 기법이란 풍경화 기법에서 보여지는 원근법이다. 그는 이 원근법을 사진 기법에서 흔히 사용하는 뒤 풍경의 초점을 흐리는 아웃 포커스 테크닉으로 그 비밀스러움을 연출한다. 나는 봄날이면 그녀의 그림 한 점을 햇살이 환하게 드는 거실에 내다 건다. 그 그림을 보면 벌써 내 마음에 봄이 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 국민은행 for you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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