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자신의 작품 스타일에 온전하게 다다르는 길은 여러 가지이다. 그것은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표현 양식, 기법 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결국 작가의 표현과 전달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가에게 있어 그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 전달방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창작은 새로운 독창성을 언제나 요구한다. 그러나 그 전달방식의 형성은 대부분 전통이나 현대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것을 쫓아가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전통 속에 머물러 있는 작가도 있다.
새로움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유형의 작가도 있고 어떤 작가는 일체의 전통을 거부하면서 자신의 표현형식을
만들어내는데 집중 하는 경우도 있다.

작가의 보편적인 경우를 염두에 둘 때 한상호의 작품들은 약간은 생소하면서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에 포함된다.
그는 동양화의 기본적인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전 작품의 화면에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기본적인 형식이라고 그가 일체의 전통적인 재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통적인 필묵과 채색으로 풍경을 묘사한다.
그가 묘사하는 풍경은 부드러운 농담과 섬세한 붓질로 아름답지만 낯설다. 낯설다라는 것은 그의 그림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경향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필묵이나 농담에 주목하기 보다 그는 자신의 감각에 우선하는 대상들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의 이러한 자유 분방한 표현과 구성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하나는 지극히 평면적인 구도와 주제로 엮어져 있다는 점이다.

문인화 풍을 연상시키는 그의 화풍은 단촐한 색상과 간결한 풍경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그리고 산언덕의 나무와 풀, 그 위로 치솟은 나무, 그러나 그 위에 새들은 단아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그러나 사실 그 나무는 일필휘지로 과감하게 처리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형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면에 커다랗게 보여지는 꽃의 파격적인 형태와 불규칙적인 원근법의 파괴는 화면구성에 규칙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측면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파격적인 회화의 도발성을 읽어낼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전면적으로 의도를 읽어 낼 수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점찍기 방법이다.
이 특성은 그의 작품에 주도면밀하게 강조되고 있다. 그는 선을 표현하는 방법 대신에 점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위를 일일이 묘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그는 점을 찍기도 하고 그 점들은 바위에서 단순화 된 꽃들과 함께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선이라는 것은 작은 점이 수없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선 표현을 대신하여 작은 점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화면에 정착시키고 싶어한다.
뿐만아니라 이외에도 한상호의 독자적인 표현은 공간 분할에서 강조를 더하고 있다.
예를들면 입체감 대신에 다양한 선의 겹침으로 화면의 통일을 이룬다든가 평면화에 역점을 두는 기술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표출 된다.

이제 우리는 그가 매우 중요하게 집착을 보이는 표현 형식에 주목해 보자.
과연 그러한 그의 선 대신에 점의 방법이 어떤 회화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그가 이러한 기술적인 형식을 비중 있게 생각하는 것중 하나는 아마도 그만의 회화적 특성을 의도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그의 회화의 특징은 대상 해석에서 양감까지 나름대로의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감을 두고 관조적인 형태의 구도가 있는가 하면, 화면 가까이 끌어당기는 격정적인 필치를 휘두름으로서 혼용 적인 구성을 아우르고자 시도 한다.
이러한 구성방법이 시각적으로 특별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분적으로 부담스럽고 생경한 인상 또한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테크닉이나 기법들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것이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 유독 강하게 돌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점을 통한 선에 관한 그의 실험적 해석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 그것이 그의 회화 속에서 얼마만큼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실험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그림과 하나가 되도록 결합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그것이 어느 정도 그의 회화에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표현기법은 좀 더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화면 속에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험점인 형식 외에도 그의 그림이 경쾌하고 시원한 붓질로 전통적인 산수화의 또 다른 멋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들은 동양화의 파격적인 표현형식과 아름다운 요소들로 우리들을 편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편안함은 두말할 것도 없이 거침없는 화면의 세련 된 붓놀림이 빚어내는 공간의 미학 연출에 기인한다.
너무 오밀조밀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채색과 형태가 되살아난다면 그의 출발은 매우 낙관적일 수 있으리라.
나는 그에게서 오히려 그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