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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고전적 풍경에 관하여

김종근

중학교 3학년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니 조성준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미국형 작가이다. 그런 그가 그린 풍경중 돋보이는 그림이 몇 점 있다. 다른 그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거기서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메시지가 존재하되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 그림이 꼭 명료할 필요도 없지만 그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으로 그의 총체적인 언어가 불투명하다.

그의 이야기의 방식은 고전적인 이다. 풍경구성의 표현도 그러하고 사실적인 묘사법 기술도 그러하다. 대상을 구성하는 방법 또한 전형적 보편적 풍경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그런 그가 즐겨 그리는 화면의 모티브는 풍경이다. 그 풍경은 서울의 부분도 있고, 특정한
공간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니 어떤 부분은 익명의 공간도 있다. 벽의 책꽂이에 걸려있는 선반에 책들. 그들은 매우 사실적인 템페라로 그린 듯, 마치 모란디의 정물을 보는 듯 담백하게 화면 골고루 정성스럽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그림이 새로운 것은, 다른 그림과의 변별성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조성준은 일상적으로 보이는 책들과 그것들이 만나는 비실재적인 공간, 그것을 환상으로 전이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책은 그에게 있어 그가 어린 시절 가까이 했던 하나의 친근한 소재에 불과하다. 그는 그 과거의 기억 속에 책들이 그의 그림에서는 하나의 풍경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그것들을 연출한다. 클로즈업 해서 또는 풍경과 하나로. 그림 속에 책들이 원근법에 대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풍경의 일부분으로 나타난다. 마치 그 안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실재적인 책의 부분처럼 또는 리얼리티 하지 않은 것을 실재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눈속임 기술이 담겨있다. 그는 그것을 위해 어떠한 트릭을 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너무나 정직하고 정갈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회화는 정적이다, 그는 모든 잠들어 있는 혹은 놓여있는 사물들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언어들로 조화시킨다. 그 정적인 풍경 속에 등장하는 그의 모든 사물들은 그의 정적인 표정과 함께 말을 하고 있다. 그림이란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자신의 기억 속에 어떤 추억의 이미지를 불러 세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회화는 지극히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럼에도 그것이 우리들의 아주 긴 여운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오랫동안 그린것이어서가 아니라 그 그림의 진실한 언어가 우리를 흔들기 때문이다.

2004월간아트인컬쳐 4월호.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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