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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구에게 있어 싸리나무의 진실

김종근

그는 아주 오랫동안 나무를 테마로 한 작업을 했다. 그 나무는 싸리나무이다. 그는 무수히 많은 나무를 잘라 화판에 붙인다. 몇 센티 나무 크기로 자른 그 나무들은 평면 위에 하나의 집합처럼 모여 거대한 볼거리로 탄생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들은 하나의 거대한 스펙타클을 이룬다. 이제 그에게 싸리나무는 작품을 위한 하나의 절대조건은 아니다. 그가 의도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나무가 혹은 나무의 자른 형태가 필요할 뿐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그 나무의 자른 형태들이 보여주는 스펙타클한 단면의 집적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그 나무의 모습들은 모여서 매우 밀도 있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또 그 나무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생김새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깊은 조형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여기서 싸리나무가 아주 특별한 상징성이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마침내 하나의 집합이 되어 우리들 앞에 놓일 뿐이다. 그런 그의 싸리나무가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밀도와 조형성, 그리고 그 집합과 집적의 세계가 지향하고 점이 무엇인가? 물론 그는 그 세계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또한 그 세계들이 갖는 철학적 깊이들을 헤아려 볼 것이다.

그러한 세계를 작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것은 집합이나 집적의 세계를 다스리는 경향에 닫혀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라고. 그 지극히 컨템포러리한 발언은 맞다. 그러나 작가가 아이디어만을 파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팔 수 있다. 작가는 그 아이디어와 함께 작가의 정신을 파는 것이다. 그 점에서 심수구의 조형정신과 싸리나무를 아우르는 작가정신은 주목 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과연 그가 이러한 집합의 세계 속에서 보여주고 지향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그가 이미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해석해내고 추출해야 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많은 작가들이 성공했다 쓰러지고 자신의 세계에 탐닉해서 작가정신을 잃어버린 작가들을 종종 발견한다. 자기의 작품 속에 이미 길이 있다고 믿고 이야기하는 많은 작가들이 오히려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1970∼1980년대 1990년대의 뛰어난 작업을 하면서 지금 잊혀진 작가들. 길을 잃은 작가들이 그들이다. 물론 심수구는 그런 방황의 길을 충분히 걸어왔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가던 길도 두드려보고 가는 것은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2004 월간미술 4월호.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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