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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 / 색면추상회화

박영택

홍정희 | 갤러리현대 강남, 3.3-3.20 갤러리현대 강남|

홍정희의 작업은 색면추상회화이다. 외부에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사각형의 납작한 캔버스에 물감 등을 채워서 어떤 표정, 색채를 만드는 일이다. 색을 지닌 물질을 매력적인 상황으로 만드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주어진 사각형의 화면 위에서 펼쳐지는 색채와 물감의 향연, 시각적 쾌락과 그와 동반한 감각의 사치를 즐기게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한정된 사각형의 밖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회화의 본질이다.

사각형 안에서 매번 새롭게 살다가 죽는 것 말이다. 그림을 규정하는 절대적인 준거 틀인 그 사각형의 평면을 작가는 상상의 공간으로, 심층과 정신적 공간으로 혹은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평면 안에서 무수한 자취, 흔적, 사건이 벌어진다. 주어진 사각의 틀 안에 담긴 물감과 얹혀진 제스처, 행위가 고스란히 시각적 대상, 즉 회화가 되는 것이다. 물감들이 살을 이루어 몸을 만들고 숨결과 마음의 주름들과 굴곡들이 고스란히 질료화 되어 나와 앉았다. 물감과 화폭은 서로 엉켜서 자신들의 만남을 생생하게 증거 하거나 그 존재성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물감 자체가 살아 육체가 되고 감정의 진폭이 되며 어떤 소리가 되어 몰려다니다 굳어버린 것이다. 결국 작가는 물감이라는 물질의 생생한 자취를 살려내어 화면 위에 스스로 새로운 생(生)을 이루고 저희끼리 삶의 풍경을 이루어 자존하게 만든 것이다. 이 물감들의 영역화, 영토화가 그림이 되고 미술이 된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색채추상작업이고 홍정희의 그림이다. 작가는 안료를 가지고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몸/피부를 만들었다. 화려한 색채와 매력적인 질감, 그리고 단순화와 집약을 통해서 말이다. 오랜만에 품위 있는 추상회화의 한 세계를 만나고 있다. 생각해보니 근래 우리 화단에서 추상회화를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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