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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음성 - 청전과 소정 전

박영택

자기만의 음성 - 청전과 소정 전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은 근대 산수화의 대가들이다. 비슷한 시간대를 살아온 그들은 한국 산천의 특질을 절묘하게 포착해 그들만의 독자한 형식 안에 버무려놓았다. 서로 다른 시선과 방법론 속에 포착된 우리 산하의 모습을 바라볼수록 그 여운이 마냥 깊다. 파득거리며 날리는 붓질들이 겹쳐져서 울울한 수풀이나 버석거리는 마른 나뭇잎을 수평으로 누운 야산 위에 올려놓은 청전과 급박하게 휘돌아가는 산세 사이로 지팡이를 쥔 노인네들이 황급히 활보하는 소정의 그림은 자신들의 국토체험이랄까, 고향땅에 대한 원초적인 미감과 감수성의 체취로 어질하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 속에서 발화된 아련한 향수나 슬픔 같은 것이 배어있다.

작가란 존재는 평생을 결핍감과 고독감에서 사는 이들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명료하지는 않지만 결코 현실적 삶에서 생의 만족이나 이런 식의 삶이 위안을 주지 못함을 허기지게 느끼는 이들이다. 그 공복감이 그림을 그리게 한다. 이들은 평생 유사한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다 죽었지만 나로서는 그런 모습에서 한 예술가의 정도를 만난다. 작가란 결국 한 목소리를 끝까지 내다가 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결코 동일하거나 반복되는 음성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능란해져서 아찔한 어떤 경지까지 밀고 올라가는 힘이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다. 그 목소리 하나를 제대로 지르고 가는 이들이다.

그만의 음성과 체취로 혼연한 이들의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오늘날 현대미술이 아이디어나 현란한 개념으로 무장하고 무척 세련된 스타일로 치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것은 다름아닌 원초적인 자기 음성이다. 그것은 결코 머리로, 패선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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