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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 어둠을 응시 하는 눈

박영택

어둠을 응시 하는 눈


청주 근교 산막리에서 작은 집을 짓고 그림을 그리는 김명숙의 최근작을 보았다. 동네가 끝나는 산기슭에 붙은 그 소박한 작업실은 다소 눅눅하고 서늘했다. 그곳에서 작가는 얇은 종이의 표면을 경질의 재료로 무수히 긋거나 먹이나 물감을 부어가면서, 마구 헤집어가면서 너무 강렬한 노동을 해내고 있었다. 어둡고 깊으며 더없이 차가운 심연 같은 화면에서 인간의 얼굴이나 짐승의 몸 등이 부유하듯 떠올랐다. 그 존재들은 바닥을 본 눈들, 내려갈 수 있는데 까지 내려가 기어이 끝을 본, 보고자 하는 창백한 얼굴들을 보여주었다. 핏발이 선 눈동자, 극한까지 밀고나가는 노동으로 피곤한 얼굴, 너무 많은 사색으로 혼곤한 표정 말이다. 김명숙은 그렇게 늘 깊음을 갈망했다. 너무나 얇게 찰랑이는 나로서는 그녀의 그 진지함에 늘상 죄의식 같은 것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사는 건 나밖에 없는 것만 같다.

작가는 나뭇가지에 외롭게 앉아있는 올빼미를 그렸다. 부엉이나 올빼미 모두 야행성으로 밝을 때에는 활동을 못하고 어둠속에서라야만 먹이를 구할 수 있기에 근본적인 슬픔을 안고 있다고 여겨지는 새다. 그런가하면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직시하며 보고야 마는 파수꾼이나 늘 깨어있는 정신을 표상한다. 올빼미 홀로 눈에 불을 켜고 앉아 저 적막한 어둠 속을 응시한다. 아마 작가는 그 올빼미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자 했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절망적이라 해도 그 안에서 홀로 깨어 고독을 견디면서 일에 정진하는 얼굴, 이 올빼미의 얼굴은 결국 작가의 자화상이었다. 사비나미술관
9.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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