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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국 / ON MASK

박영택

전시장 가는 날6
ON MASK (인사아트센터, 6.16-22)

전시장 벽에 자동차가 붙어있다. 아니 차체의 표면이 새까맣게 칠해져있다. 실은 작가가 실제 자동차 몸체에 종이를 부착해 놓고 그 위로 연필을 긁어서 떠낸 것이다. 3차원의 공간에 존재했던 차가 납작한 종이의 피부 위로 옮겨온 것이다. 이른바 프로타쥬기법이다. 어린 시절 동전의 요철 면에 투명한 종이를 올려놓고 긁었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연필심이 밀착되어 비벼질 때 마다 종이 안쪽의 사물은 조금씩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기계적으로 확장된 신체이기도 한 차는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건, 기계이며 그 소유자와 동등한 존재로 호명되고 있다. 작가는 그 자동차의 피부 위에 기생하는 판화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는 일종의 탁본이면서 작가의 손, 몸으로 자신이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온전히 체험하고 어루만지며 그 표면에 맺힌 시간과 흔적, 상처와 기억 등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다. 그것은 즉자적인 일차적 재현이지만 그 결과물은 다분히 추상적인 흔적으로 귀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이미지는 결국 사물과 세상의 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는 사물과 일체감을 느끼며 그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지만 대상, 세계는 자신의 피부만을 허용한다. 작가는 차에 축적된 저마다의 사연과 기억, 시간의 흔적과 상처를 고스란히 떠내고자 한다. 무수한 시간동안 그는 자신의 팔, 연필로 종이의 피부를 긁어대면서 종이 안쪽에 자리한 차의 피부를 불러낸다. 건드린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실제 차도 아니고 차의 그림자도 아니다. 차를 묘사한 것도 아니다. 연필로 쓰라리게 문질러진 새까매진 상처가 유령처럼 떠있다. 검은 피부를 지닌 유령, 그것이 이미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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