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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훈 / '인물유원지'

박영택

경향신문-박영택의 전시장 가는 날(갤러리 밥, 6.16-7.4)

인사동 쌈지길은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빈다. 요란하고 시끌벅적해서 마치 시장통 같다. 사실 그 안에는 각종 상점들이 바글거리고 아이스크림을 문 젊은 남녀와 어린 것들은 정신없이 재잘대며 들락거린다. 밀리는 사람들과 소음으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하로 내려가 전시장엘 갔다. 극히 적은 사람들만이 이 전시장으로 내려온다. 인사동에 밀려드는 그 많은 사람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 중 태반은 맛 집이나 카페를 전전하거나 상점이나 길가에 놓여진 조악한 중국제 키치들에 눈길을 줄 것이다. 결코 전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전시장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조차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인사동은 그런 곳이다.

한적한 전시장에서 수묵만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얼굴들을 보았다. 작은 화면에 그려진 캐리커처다. 대한민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정인의 얼굴들이다. 대중매체의 사진이미지를 참조로 해서 해당 인물의 특징만을 감각적으로 절취해냈다. 무난한 솜씨를 만나고 있는데 그림 두 점이 나란히 걸려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노무현 전대통령과 이명박 현대통령의 얼굴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밝게 웃고 있다. 웃는 모습이 좋다. 그러나 한 사람은 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죽음을 그림자처럼 두르고 살아갈 것이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이나 세계관, 그 잘난 권력이 빚어낸 아픔과 상처들이 갑자기 환하게 부풀어 오른다. 마구 흩어지는 마음을 대충 줏어들고 전시장을 나왔다. 여름 햇살이 너무 강해서 눈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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