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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가는 날5 - 꼭두<꽃을 든 남자>

박영택

동숭아트센터 2층에는 꼭두박물관이 있다. 인사동에 위치한 목인박물관에도 꼭두가 가득하다. 난 유독 동자상과 꼭두가 좋았다. 백자는 말할 나위없다. 김옥랑씨가 모은 나무 꼭두 2만 여점 중 일부가 상설 전시 되고 있는 전시장 풍경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오래 머물고 오래 보았다. <꽃을 든 남자>라는 이름을 단 꼭두인형을 보았다. 시간의 힘겨움 속에 조금씩 지워지는 이 꼭두는 아마 죽은 이에게 커다란 꽃을 바치고 있는 모양이다. 죽은 이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실어 나르는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는 어느 이름 없는 장인들이 만들었다. 그저 무심하고 투박하고 소박한 미감을 천연덕스럽게 지니고 있는데 그게 사뭇 감동적이다. 산자들이 죽은 이를 기리고 그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 나무를 깍고 칠하고 다듬어서 만든 이 꼭두는 악귀의 힘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망자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잘 건너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때로는 근엄하고 더러는 해학적이며 천진한 꼭두의 얼굴을 보노라면 이미지의 힘을 빌어 생사의 단락을 넘어서고 죽음의 공포를 불식시키려했던 그 간절하고 따뜻한 마음들이 전해지는 듯 하다. 이처럼 이미지란 본래 주술이고 기복이자 간절한 염원의 소망 속에서 피어났다. 그래서 그토록 절실하고 감동적인가 보다. 무모한 작위성을 지우고 현란한 시욕도 잠재우고 다만 망자를 위로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속에 매만져진 꼭두의 이 결정적인 표정과 몸을 보면서 새삼 미술의 힘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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