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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의 지원사업과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단상

박영택

1. 지역 문화재단의 시각예술지원

현재 국내에서 시각예술 분야에 관련된 지원정책의 주체중 하나가 지방 자치 단체를 주축으로 한 공립의 지원이다. 지방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 이는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한편, 지역의 문화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역문화재단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을 갖는다. 첫째는 기금지원을 통한 문화예술진흥이다. 둘째는 문화예술공간의 효율적 운영과 관리이다. 경기문화재단은 기금 지원형식을 취하며 재단에서 자체 지원정책을 수립하면서 변화된 문화예술의 흐름을 항시적으로 고민하며 그 반영의 추이를 현실화하고자 한다. 지역문화재단은 끊임없이 문화예술진흥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함으로써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문화향수 실현을 위하여 지역문화재단은 해당 시도의 문화정체성을 연구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정책은 크게 네 가지 핵심에 의해 구분된다. 첫째는 문화예술 창작활동 진흥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분야가 포함되는데, ‘전문예술인 문화예술활동’, ‘공공실험 예술활동’, ‘문화예술인 연수활동’ 등이다. 둘째는 도민의 문화예술향수 및 참여기회 확대인데, ‘문화예술 교육활동’, ‘아마추어 문화예술활동’, ‘소수자 문화예술향유기회 증진활동’ 등 세 분야가 있다. 셋째는 문화예술인 국제문화예술교류 활성화이다. 여기에는 ‘국제문화예술교류활동’이 있다. 넷째는 문화예술 조사/연구/평론/정보화 지원이다. ‘문화예술 조사, 연구, 평론활동’과 ‘문화예술정보활동’이 이에 포함된다.
오늘날 지역문화재단의 정책기조는 예술가 주체에 대한 지원정책에서 매개자와 수요자까지 확대했다는 점, 그리고 장르별 지원체계에서 통합형 혹은 새 예술 테제에의 접근, 창작지원 중심에서 참여형 기획 지원사업으로 전환(창작지원에 비해 그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국내외)교류활동 지원, 그리고 조사/연구/평론 등 연구자 지원정책과 정보화를 통한 온라인 구축지원 등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진흥은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원이란 단순한 기금의 배분이 아니라, 창작을 활성화하고 그 결과물을 민주적 방식으로 공유하면서 한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순환구조의 원리를 갖는 동적 개념이다. 지원이란 단순한 보조나 일시적인 대체자원의 동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원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의 부여이다. 이 동기부여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그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창작활동의 사회적 순환을 고민하도록 하는 맥락에서의 동기 부여이다. 따라서 예술가의 창작 자체를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창작의 수준을 향상하고, 이를 보급하고 공유하는 매개와 향유의 차원으로 이어지면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전제가 분명하게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간 경기문화재단 체제에서 지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지원의 항목과 방식을 개발해왔고 그 점 많은 진전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 체제라 것의 속성이 언제나 일정한 지원의 틀과 형식을 만들고 그에 준하는 평점 방식에 근거하여 집행의 편의성에 더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예술정책에 대한 지원은 그간 제한된 범위내의 예술인과 관 주도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이에 따라 예술진흥 정책의 수립, 지원체제 구축, 그리고 평가 작업에 전문성이 결여되고 예술 현장의 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양상은 지원이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를 헤아리기 보다는 누가 지원을 받고 못 받고를 가리는 ‘분배의 공정성’ 시비에 집중되면서 매년 홍역을 치루며 지내왔다고 생각된다. 지원에 있어 가장 큰 말썽(?)들은 심의와 관련된 공정성 여부에 있었다. 공정성에 대한 시비란 대체적으로 ‘신뢰’나 ‘공익성’이 결여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공정하게 운영해도 떨어지는 사람이 많으면 불만이 있다. 제도가 달라지고 규정이 달라지고 방식을 바꾸어도 과거의 의식이 우리 모두를 붙잡고 있는 한, 우리는 서로 믿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것에만 집착하며, 내 것 만을 위해 으르렁거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문화적 의식에서 문화적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간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주로 제기된 비판적 시각들을 짚어보면 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나눠먹기식 소액다건 지원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게 되며 거기에 덧붙여 지원대상 사업 자체에 대한 미학적 가치판단과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경향성과 지원정책적 방향성 등에 대한 비판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시각들은 단순히 미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에 걸쳐 공통적인 사항이었다. 현재 문화예술의 공적 지원이 강화되고 규모가 커지는 시점에서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방법이 아닌 개인적인 평가, 예술단체 위에 군림하려는 전근대적인 태도, 개인적인 보복이나 단체에 대한 개인적인 전횡의 가능성은 오히려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원대상은 매우 다양해졌고 지원액도 늘어났다. 예술행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역설적으로 그만큼 지원의 위력도 커졌다. 이러한 현실은 문화예술현장에 종사하거나 관계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지원의 효율성을 놓고 셀 수 없는 논쟁을 벌여오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원장르의 문제, 지원 방식의 문제, 지원의 기준, 심의위원, 지원 금액 등등 직접적인 지원 앞에서 그들은 공정성의 시비에 앞서 격렬하게 논쟁했고 그에 따른 시빗거리도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만큼 예술계가 어렵다는 사실의 간접표현이기도 하다. 지원금의 확대가 작가의 자유와 작품의 우수성을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왔다. 작가와 작품이 존재방식조차 바르게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 편의로 이루어진 1년 단위의 일회성 지원형태는 불가피하게 분배식 지원과 자칫 일회성이 소모적인 지원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히 지원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업의 내용과 의미이다.
지원정책은 미술의 헤게모니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의 변화 속에서 자기 성찰과 자기 갱신을 통해 끊임없이 미술 개념을 넓혀가고 실험하면서 풍부한 삶의 지표가 될 미술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정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미술은 너무도 변화하지 못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작고 작은 세계 속에서 밥그릇을 가지고 싸우면서도 정작 그 싸움의 대의명분은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의 문제라고 스스로를 부풀리고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2. 경기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지원심사

2009년 경기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은 총395건으로 개인 영역의 사진. 영상.공예. 이론. 입체. 평면 그리고 단체의 기획전 형태가 접수되었다. 심사를 통해 75건의 지원을 결정, 약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심사의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심사기준은 개인전의 경우 작품의 창의성과 예술성에 중심을 두었고, 단체전의 경우는 기획의도의 신선도와 파급효과에 무게를 두었다. 또한 동시대 예술의 문맥과의 소통 여부, 서술의 진정성, 기획 내용의 구체성과 실천 가능성도 고려하여 평가하였다. 따라서 단순한 동문전이나 단체의 연례 행사성격을 갖는 전시계획서는 되도록 배제시켰다. 또한 전시지원사업의 취지에 맞게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하는 개인과 단체에 주목했고, 미술시장에서 이미 주목받는 작가나 안정된 직업을 가진 중견 이상의 작가는 선정 대상에서 가능한 제외시켰다.
기금 지원사업에서 늘상 논쟁거리가 되지만 확실한 기획에 몰아주느냐, 좀 더 널리 도울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확실한 기획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심사위원들은 적정한 수준에서 선정하기로 하였다.
전체를 개관하자면, 신선한 기획이나 작품들이 일부 보이긴 하였으나 절반 이상의 기획안이 너무나 안이하고 피상적이고 명목적인 어휘와 수사를 동원하여 불성실한 태도로 작성되었다. 자신이 예술가로서 어떤 작업을 어떻게 왜 하는지를 타인에게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성심을 읽기가 어려웠다. 미술계에서 작업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분들도 이제는 기왕의 작업 관행을 자료로 잔뜩 ‘제출’하려는 태도보다는, 이번 해에 어떤 작업을 하겠노라는 계획을 좀 더 성실하고 밀도 있게 구상해서 내줬으면 좋겠다.
개인전의 경우, 선정기준에 따라 전업작가 위주로 선정하였고, 지명도 있는 중견 이상의 작가들이 경우는 되도록 배제하였으며, 타예술단체나 기업 등의 후원을 받고 있는 작가보다는 지원금 수혜 기회가 적은 작가들을 배려하였다.
개인전은 앞으로 상업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삶과 미술의 관계에 대해 진진한 고민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론분야의 경우 개인에세이집의 출간 등 보다는 본격적인 학술연구작업과 학술번역작업에 중점을 두었다.
단체 기획전의 경우 전시의 내용이 매년 비슷한 경우가 많아 기존에 발표된 바 없는 신선한 기획을 우선으로 선정하였고 야외미술전 등과 같이 작품제작비가 필요하고 비상업적인 전시에 지원금을 배정하였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료정리의 방식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단이 정한 신청서 양식을 채우는 일은 물론이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제작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심사는 결국 작품의 원본이 아니라 자료화된 사진이미지나 서류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각예술 심사평)
3. 심사에 대한 개선 방향에 관한 단상

모든 결정에는 선택에 따른 위험이 동반된다. 지원에 있어서 위험은 내재적인 것이다. 그 이유는 지원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그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단이 완벽한 정보를 갖고 결정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일반적으로 필요한 양보다 적은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원 결정을 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가능한 명확한 정책과 우선지원순위를 가지고 재단의 재원을 이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를 질문해 봄으로써 결정을 조금은 쉽게 만들어야 한다. 재단이 정책, 우선지원순위, 재원과 신청인의 요구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못하고 상대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졿은 프로젝트인가로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재단과 지원신청자 모두에게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지원을 검토하는데 가장 처음에 해야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 요청은 우리의 정책과 우선지원순위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는가?”이어야 한다. 아울러 “좀 더 적합한 신청자로부터 다른 지원요청은 없는가?”이다.

3-1) 창의성과 예술성
앞에 기재한 심사평에 의하면 개인전의 경우 ‘작품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단체전은 ‘기획의도의 신선도와 파급성’을 중심으로 놓고 본다는 얘기다. 그것이 평가의 핵심적 기준이 되고 있다.
개인전의 경우 작품의 창의성과 예술성이란 기준은 그만큼 심사위원들이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것은 심사위원들이 지닌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결국 작품의 질에 대한 논의인데 이는 심사위원들이 지니고 있는 미술관(美術觀), 세계관에 기초한다. 이 질의 문제는 까다롭고 주관적이며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그것이 모두를 공평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논리화, 도량화하거나 수치로 낱낱이 표기되기 어렵다. 각 심사위원들이 저마다의 안목과 기준으로 심사하고 그것이 민주적 원칙에 의해 합산, 평가되면 된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은 소신껏 자신이 왜 이 작가/작품에 점수를 주었고 다른 작가/작품에는 점수를 주지 못했는가를 정확히 밝히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 같은 평가의 기준이 전적으로 작품의 질에 대한 전문성의 문제로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심사위원들 역시 모든 작가의 작품을 다 보고 이해하고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은 자신이 보고 접했던 작품만을 좀 더 상대적으로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도록과 여타 자료에 의존해 작품성을 유추하고 헤아릴 수 있지만 그 자료만으로 온전히 작품의 질을 판단하기란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심사위원들은 주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방대한 자료들을 훑어나가면서 자신이 그간 보고 접했던,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부득이 고르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미리 충분히 살펴보고 심의에 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심의 일주일 전에 심의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개별 작가들의 작품의 의미나 질을 여유있게 파악 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과정에서 시간의 제약과 서류, 자료의 한계, 너무나 광범위한 영역을 소수의 인원이 심의하는 과정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즉 보다 밀도 있는 심의와 자료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보다 200%이상의 시간을 투입하고 자료 제출이나 형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객관성이나 투명성은 과거에도 행정적으로 문제가 크게는 없어 보이나 가장 중요한 사항인 인적 구성에서 학맥이나 특정경향 편중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야기된다. 아무리 제도가 고쳐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선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허사이다. 일은 시스템이 한다는 말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그 사람이 일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심사위원 구성 주체와 이들을 바라보는 미술계 사람들 간의 신뢰가 요청된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선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어떻게 심사위원들을 구성할 것인가, 누구를 선정할 것인가, 그러한 인력풀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는 재단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매년 심사위원 구성은 달라진다. 구성된 심사위원이 결정과 판단, 그리고 다수결로 진행한 그 민주적인 원칙을 고수한 그 결정은 분명 권위를 갖는다.
심사위원은 그만큼 많은 전시와 작품을 경험했던 이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당연히 심사위원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평론가나 큐레이터 들이 심사위원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평론가, 큐레이터들이 모두 풍부한 전시경험과 작가, 작품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작가들에 비해 많은 전시를 보고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전문인 이들이라 그들이 심사위원을 맡는 것이 작가들이 맡는 것에 비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단 작가들이 심사를 맡을 경우 해당 작가는 본인이 심사에 임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많은 작가, 작품을 평소에 보았으며 동시대 미술의 이해에 있어 늘상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비교적 그런 자신감 내지는 관심이 있을 때에 심사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심사에 들어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작가들은 심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모종의 권력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심사에 들어온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할 것이다. 아울러 작가들이 들어오는 경우 특정 대학에 있다는 이유로, 어느 대학 출신이냐는 문제를 가지고 심의가 끝나면 구설에 오르는 경우는 매해 반복된다. 사실 작가들이 경우는 자신의 동문, 아는 작가, 제자 등 인간적으로 얽혀있는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경우를 분명 본다. 이럴 경우는 해당 심의위원이 그 작가의 평가에서 스스로 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양심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이는 물론 평론가나 큐레이터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2) 작품의 질(quality)
미술작품의 질의 문제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 역시 전문가들 마다 조금씩 다른 안목과 비평관, 미술관에 의해 편차를 지닌다는 사실보다는 미술작품의 질을 어떻게 객관화하며 평가의 대상으로 삼느냐는 본원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사는 애초에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또한 미술작품의 우열을 가늠하는 기준 혹은 차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데서 문제가 불거진다. A라는 작가의 작품이 왜 B라는 작가의 작품보다 좋다고 평가되느냐, B의 경력이 더 화려하고 개인전도 더 많으며 단체전 역시 빈번하게 출품했고 그만큼 활약이 많은데 그에 훨씬 못 미치는(객관적인 지표라고 여겨지는 그간의 활동기록) A가 어떻게 B보다 좋다고 선정되느냐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심사에 떨어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원성과 불만이 자리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비평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미술비평에 대한 불신과 회의와 겹쳐진다. 미술작품의 질에 대한 논의는 객관적으로 거론하기 어렵다는 인식, 또한 그 질에 대한 논의의 주체에 대한 불신, 전문성에 대한 회의가 맞물리면서 어떤 심사나 평가의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만일 질이 유일한 판단기준이라고 가장하더라도 이러한 질에만 기준을 두고 지원을 할것인가도 질문해보야할 대목이다.

3-3) 작가의 경력
또 하나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작가의 경력이란 부분이다. 단지 개인전 횟수나 단체전, 혹은 수많은 전시에 참여했다는 것이 작품이 질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작가의 이력은 그간의 작품활동을 증거해 주는 이유 있는 항목이다. 그러나 개인전, 단체전의 목록을 검토하고 비교해서 중요한 기획전시(미술관의 기획전시, 의미있는 기획전 등)에 초대되었는지 아니면 별 의미를 지니기 어려운 행사에 참여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부분을 객관화해서 나름의 기준 점수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미술관 기획전에 참여한 횟수, 미술관이나 여타 중요 전시공간에서 마련한 의미있는 기획전시에 참여한 횟수, 또한 그런 곳에서 초대전을 받은 횟수, 공식적이고 영향력 있는 미술잡지에 작가론이나 리뷰가 실린 횟수 등등을 구분하고 차별화하는 작업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같은 기준은 문화재단과 미술전문인들이 모여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신진작가들 혹은 새롭게 작품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자신이 그간 해온 자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와 기획서의 작성 및 자료제출은 중요하다. 미술인들은 미술 행위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따라서 지원서를 작성하거나 지원창구를 두드리는 일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포트폴리오 제작이나 기획서 제출 역시 미숙하며 그런 과정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미술 외적인 능력이 많아 예산을 따내는 재주가 있는 로비스트 경향이 강한 미술인들이 상대적으로 지원을 잘 받아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더러 작품보다 기획서나 자료제출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그런 요령만을 파악하고 있는 작가들도 분명 존재한다. 예전에는 작가들이 프로젝트를 사적으로 머릿속에서나 기획하고 주관적 판단과 진행을 해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객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회가 공적으로 주어지니까 작가들이 자율적으로 희망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지원평가는 기획서 제출과 기존 작업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획서 작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기획서는 본인의 작업에 대한 정확한 근거, 명료한 개념을 설득력있게 개진하는 한편 앞으로 전시에 관한 선명한 의도를 기술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런 기획서 쓰는 일을 무척 어려워하거나 감을 잡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일부 작가들은 “요즘은 기획서 잘 쓰는 놈들이 예술가야?”라는 비난을 하곤 한다. 기획서에서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작가들은 젊은 작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도다. 그리고 이는 정보사회의 단면이다. 포트폴리오와 기획서 제출 요령 등을 재단에서 미리 고지하거나 특강이나 다른 형식을 통해 작가들에게 알려주고 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와 기획서는 결국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한편 본인이 결국 무엇을 하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포장과 화술, 그럴듯한 문서작성의 것이 아니다. 작가가 그동안 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 것을 밝히고 무슨 작업을, 왜 하고 있는가를 개진하는 것이다. 기사작성하듯이, 육하원칙에 입각하듯이 그렇게 정확하게 자기 작업의 과정, 재료, 주제 등등을 정직하게 기술하면 된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이 장황하게, 상투적으로 써나가면서 정작 작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는 그런 작업노트, 기획서가 대부분이다. 물론 작가들의 글쓰기가 문제이기도 하고 글을 쓰는 훈련을 갖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솔직하고 정확하게 기술하면 된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망각한다.

3-4) 기획서작성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의 경우 이 기획서 작성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이 분명 전시형태를 띄며 이루어지는 일종의 기획전시여야 하며 따라서 분명하고 의미있는 컨셉과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노력과 참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가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단체전을 이끄는 핵심멤버들의 비교적 짜임새있고 성격을 지닌 기획안작성과 전시를 꾸려나가는 전시공학적 기술, 요령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는 작가들만으로는 충족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때 외부 기획자를 참여시키거나 도움을 받아서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기존의 관행처럼 되어온 의례적인 행사성 전시,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매년 습관적으로 해온 전시들은 당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자료제출에 있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의미를 지닌 전시의 틀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획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전시를 한다는 것이 선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성질의 것임을 강조하고 작가들 역시 그러한 의식 속에서 전시/전시기획서를 잘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기획서를 잘 쓰지 못했도 작업의 질적 측면을 고려해야하고 동시대 미술어법이 아니더라도 진정성이 있으면 그런 작가들도 섬세하게 구별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숨은 작가들을 찾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극복하게 위해 심의위원들이 현장을 찾아서 보고 평가하여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해 내고 지원이 필요한 단체나 미술인들로 하여금 지원이 적극 검토될 수 있으니 창구로 찾아오도록 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 대안에 대한 단상

1. 우수한 미술인 또는 우수한 미술단체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신구를 막론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예술적 우수성이 검증된 미술인 또는 단체에 대한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술인 및 미술단체에 대한 그간의 업적과 현재의 활동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자료 수집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검증절차를 체계화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지원대상이 될 작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철저한 평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일정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며 심사위원들의 심사방법에 있어서도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문제다. 작품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것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가 심의의 핵심 문제다. 결국 지원은 좋은 작가들이 앞으로 작품활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며 그들 작품의 예술성이 보존되고 교육되어야 한다는 가치평가와 관련된 일이다.

2. 앞으로는 가급적 사전 지원보다는 검증된 작품 및 사후 지원체제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일단 작품이나 행사를 만들어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고, 그 예술적 우수성이 검증되면 지원을 실시하여 우수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고 공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신청을 하고 전시를 치루면 이를 사후에 모니터링을 하거나 심사위원들이 직접 관람하고 평가표를 제출해서 심사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

3. 어느 특정 미술분야에 지원이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매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새로운 미학에 대한 요구가 성장하며 문화적 관점에서 새로운 실천이 형성되고 있다. 문화와 예술 현장에서 새로운 세대들은 기존 질서와 불화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되는 불화의 내용들을 기존의 시스템에서 배재하기보다는 생성의 동력으로 파악하고 지원하는 획기적인 변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술분야만 하더라도 총 10개가 넘는 장르가 있고, 이런 장르의 분화현상은 차후로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문화환경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지원시스템은 문화예술의 내용적이고 형식적인 변화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원 대상에서 특정 장르가 소외되는 경우는 없어야 할 테지만, 그렇다고 탈 장르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틀에 박힌 구분법을 고집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분류법을 개발하되 차후로는 아예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하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4. 최근 지원 형태를 보면 회원전과 동문전, 그리고 각종 그룹전과 연례전에 대한 지원을 지양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신진작가들에 비해 성격있는 기획전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기성작가들이 지원대상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눈에 띤다. 그런 견지에서 기성작가와 신진작가의 지원 불균형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술평론가나 큐레이터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작가, 젊은 작가들에 대한 정보에 보다 더 열려있고 관심이 있는 편이며 상대적으로 기성작가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편이다. 따라서 심사에 임하는 이들은 신구 작가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이를 갖지 말고 작품 그 자체에 대해 주목하려 하여야 하며 기성작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 포트폴리오제작이나 기획서 제출에 있어서 성의있는 변신을 꾀해야 한다. 타성적인 전시를 지속하거나 성의없는 기획서제출은 심사위원들에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이외에도 지원이 특정 단체에 편중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또한 각 단체간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5. 지원대상은 그 환경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기초예술분야(소위 순수미술)에 집중돼야 한다. 이는 학문에서의 인문학과도 같은 것이어서 생산보다는 투자를, 그리고 성과보다는 토양을 다진다는 식의 인식전환이 요청된다. 또한 창작과 함께 학술분야에 대한 지원도 더 강화돼야 한다. 각종 유관 학술단체들이 사실상 수입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미 상당정도의 이력과 더불어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미술계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보고 지원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이뤄지는 프로젝트형 사업을 집중 선별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문화재단측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구상하고 이를 공모의 형식을 빌려 제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지원이 결정된 사업에 대한 사후 평가도 그 시스템이 보다 더 전문화되고 더 정교해져야 한다. 각 업의 진행과정과 성과는 낱낱이 DB로 구축 보존돼서 그대로 문화적 자산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평가는 대체로 결과 중심으로 국한된다는 점에서, 자칫 결과 중심의 평가는 예술 창작에 대한 관리 내지는 통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평가에 대한 정교한 틀이 주어져야 한다.

6. 지원정책수립에 관해서는 지원범위에 대한 대상을 정확히 선정하고, 이에 적합한 단체 또는 개인이 지원을 하도록 하여 지원범위의 모호함을 명백히 한다. 이로써 한정된 지원금이 합당한 단체 또는 개인에게 부여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각 지원 분야에 따라 어떤 전시/행사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을 작성하여 등급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가진 신진미술가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다각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소액다건의 지원책을 활성화하여 그들에게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소액다건으로 지원된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 지속적인 사후심사제도를 제공함으로써 완성도 있는 전시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실천적 방법으로서 심사위원 선정의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 단체의 공정한 선정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심사위원들을 선정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선정 기준을 명시하여 매뉴얼화 하고. 각 심사위원이 덕목을 확립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은 심사기간 중 본인이 속해있거나 본인이 단체장을 맡은 단체의 지원신청 및 작품참가가 불가하며, 심사과정 중 비밀유지 등이 명예선언에 대한 의무가 있음을 매뉴얼에 명시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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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MB정부 문화예술정책에 반대한다!」, 아트트레이드, 2008.vol.12
11. 「 미술제도에 관한 현안들-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설문」, 포럼A, 2005.15
12. 「 예술의 창의력을 보존하는 예술정책」, 전효관, 예술경영,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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