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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 자연의 상징화

박영택

금동원의 작업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새 집처럼 자리하고 있다. 집 뒤로 커다란 나무가 서있고 그 주변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나무들이 꽃들과 함께 뒤척이며 바람 소리를 내고 있다.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고 마당에는 잔디가 곱다. 그 쪽으로 햇살이 죄다 엎드려 반짝이며 누워있다. 시간과 계절, 공기와 기운의 감촉 등이 햇살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바깥으로 난 작업실 창가로 주변 자연풍광이 하염없이 스며든다. 그 창가로 가끔 새들이 날아와 힘껏 부딪쳐 만든 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작가는 그 자연 안에서 살며 그렇게 관조한 대상, 주변환경을 몇 가지 상징으로 치환한 후 그것들을 다양한 배열관계 속에 위치시켰다. 자연을 그림 안에서 새로운 관계성의 맥락으로 환생시킨다는 느낌이다. 자연대상을 다소 단순화시킨, 상형문자를 닮은 이 상징과 기호들은 작가의 마음속에서 다듬고 다듬어 결정화 된 자연이다. 그것들은 하나의 이미지문자들이 되어 문장을 기술하고 있다. 상형문자로 기록된 자연예찬, 혹은 풍경에 대한 시다. 그녀는 자연을 예찬하고 자연을 통해 삶과 예술의 의미를 부여하고 잡아나간다.

나무와 풀과 바람, 새와 여러 생명체들이 수군대는 소리, 햇살과 안개와 비, 눈 등을 보고 접한 감동과 설레임을 그림문자로 표기하고 기술하는 이 그림은 마치 이야기그림이나 상징언어들의 일러스트레이션과 같다. 자연과 생명체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건져올린, 자기 마음으로 추려놓은 몇 개의 상징기호들을 가지고 마냥 유희하듯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산과 나무, 새와 물고기, 꽃과 풀, 구름과 비, 모락거리는 열기나 꿈틀거리는 대지, 말랑거리는 생명체들, 다양한 기후와 시간대, 현란한 빛들의 산란이 작가의 눈과 마음에 발자국처럼, 바람처럼 남기고 간 것들에 안타까운 지표화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비밀과 신비스러움과 놀라움을 자신의 손으로 거느리고자 한다. 물감과 붓을 들어 보고 느낀 자연을 도상으로 단순화하고 그 벅찬 감동은 색채의 열락으로 만개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자연세계의 도상화이면서 동시에 추상이자 디자인이고 기호화다. 모든 상징이나 기호란 실제를 대신해서 그것을 연상시키고 추억하는 대체물로서의 생애를 산다.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실제는 아니지만 실제처럼 다가오는 것, 기이하고 수상쩍은 그러나 단지 허망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그것이 그림이다. 이미지는 이마고(귀신, 유령)이지 않은가?


금동원이 반복해서 그리는 일련의 상징들은 실제를 대신하는 이미지, 이마고다. 작가의 그림은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벽화 등에 남겨진 문양을 떠올려주기도 하고 상형문자나 아이들의 그림에서 흔하게 접하는 형상을 만나게 해준다. 아마도 그 형상, 상징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장 오랜 이미지일 것이다. 아울러 개별적인 자연대상의 모습과 비가시적인 자연현상을 함께 올려놓았다. 우리가 보는 자연은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작가는 이 모두를 단어 같은 특정한 상징과 밝은 원색의 색채, 선과 면으로 채워 그렸다.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그림들은 매번 동일하면서도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인상, 이야기다. 반면 익숙한 도상들의 반복을 확장시키는 한편 좀 더 유연한 회화 자체의 매력적인 맛들이 스며들었으면 한다.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직립해있고 그 나무에서 파마머리처럼,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나뭇잎 안에는 온갖 생명체가 바글거린다. 두 그루 나무는 부부처럼, 남녀같이 서있고 그 나무들은 새끼 같은 생명들을 품고 있다. 그것은 둥지같다. 그 둥지 안에 물고기도 살고 새싹도 자라고 구름과 비도 뿌린다. 커다란 꽃 속에도 온갖 생명들이 다 들어있다. 이 모든 자연들은 꿈틀대고 부유하고 선회한다. 진동하고 떨고 있다. 생명있는 것들은 모두 움직이고 노래하는 듯 하다. 작가는 그것들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를 형상화하고 꿈틀거림을 시각화했다. 선명한 색채의 색 면이 깔리고 그 위에 나무나 꽃이 그려지고 다시 그 안에 작은 형상들이 촘촘히 들어간다. 주변 배경에도 짧은 단속적인 붓질들이 선회한다. 약동하고 진동하며 순환하는 자연현상의 이면이 감촉된다. 금동원의 그림은 생명있는 자연의 모든 것들에 대한 헌사같다. 개별 생명의 종은 그것 자체로 마감되지 않는다. 무수한 종들과 연루되어 있으면서 파생된다. 생명은 또 다른 생명으로 잇대어져 있다. 거대하고 촘촘한 유기적 연쇄망으로 이루어진 것이 자연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목숨에 기생해서 살아가고 있고 다시 내 목숨은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우주자연이다. 금동원은 자연에서 아마도 그런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그녀는 그 깨달음, 관觀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자 한다. 그것이 이 작가의 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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