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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석 / 야간 운전

박영택

홍원석의 ‘야간운전’시리즈는 개인의 경험과 그로부터 파생한 잠재된 불안이나 환각에 기인한다. 유년시절 택시를 운전하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군 시절 엠블런스를 운전하던 경험들이 그에게 운전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을 부풀려주었던 듯 싶다. 오늘날 운전이란 매우 보편적인 행위이자 일상이 되었다. 운전의 혜택과 그로인한 불편함과 치명적인 위험은 매 순간 우리들의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운전을 하면서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고 따라서 차와 운전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러나 운전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 두려움을 심어주는 일이자 죽음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한편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동물들이 도로위에서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전은 결코 그치거나 그만둘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살기 위해 우리는 운전대를 잡을 것이고 더 많은 다양한 차들이 생산될 것이며 도로 역시 지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일정한 거리 속에서 조망되는 이 풍경은 심리적인 거리이자 하나의 구경거리로서의 조망의 시선을 제공한다. 보는 이들은 먼 발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벌어질 것만 같은 어떤 사건을 추측하고 상상하게 한다. 그것은 밤 운전을 하면서 겪는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이나 공포를 은연중 반증한다. 도시로부터 조금 떨어진 외곽 풍경은 원거리로 도시의 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그로부터 이탈되어 어디론가 질주하는 차/사람을 보여준다. 짙은 어둠과 한가로운 도로, 그 위에서 조명에 의지한 차들의 빠른 질주가 연출된 풍경이자 익숙한 밤풍경이다. 차에 탄 이들이 시선에는 오로지 불빛에 의해 부분적으로 다가오는 도로와 쏜살같이 스치는 주변 풍경, 까만 어둠 속에 묻힌 음산한 공간들이 마구 엉킨 체 파고든다. 운전자는 그 모든 것을 동시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사고에 대한 두려움, 어두운 풍경으로 인한 공포감, 그리고 망막에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와 다채로운 상념 사이에서 부침한다.
풍경 중에 작게 위치한 차는 불빛에 의해 판독된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차는 맹목적인 속도와 시간의 경쟁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지 차나 운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질주와 속도, 가파른 욕망의 치달음을 상징한다. 목적지를 향해 현재의 시공간을 압축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운전이란 기본적으로 현대의 욕망을 상징한다. 우리는 차에 몸을 실은 체 목적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간다. 마치 과녁을 향해 쏜 총알같다. 오로지 도달해야 할 목표만이 강제된 상황 속에서 누구도 그 속도의 궤도에 편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늘날 운전과 교통사고는 거의 일상이 되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운전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고 운전을 해야 하는 이상 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에게 운전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되고 그것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다. 홍원석 그림이 주는 흥미로운 부분은 운전에 대한 피로감과 불안 등을 심리학적으로 시각화 한다는 점이다. 운전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운전 중에 일어나는 수없이 다양한 사건과 상념이 작가의 그림 안으로 수렴된다.

늦은 밤 차량들이 질주하는 속도는 굉음과 함께 공포를 안겨주고 그것은 항상 두려운 대상이다. 밤 운전은 그에게 알 수 없는 불안, 공포와 기이한 환영을 자극하는 공간과 함께 한다. 그의 그림은 바로 그 밤풍경이자 동시에 한 줄기 전조등 불빛에 의지해 달려가는 차와 주변 경관이 연결된 장면으로 연출된다. 앞부분을 밝히는 불빛에 의지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와 어두운 밤은 곧 닥칠 알 수 없는 사건, 불길한 징조를 안긴다. 야간운전은 사고에 대한 불안과 함께 모종이 공포를 은연중 안기는 것이다. 어둡고 시퍼런 밤과 노랑 불빛, 택시등, 엠블런스 그리고 비교적 한적한 풍경은 보는 이들을 낯설고 불안한 공간으로 몰고 간다. 그 사이로 느닷없이 로봇, 우주복을 입은 사람, 낙하산, 벌레, 풍선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저쪽에서는 불꽃이 일고 도로 한 켠에는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놓여져 있는 식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풍경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인 상황성을 희미하게 안긴다. 사실적인 묘사이면서 동시에 그 사이로 몽상과 상상의 영역이 슬그머니 내려앉아있다. 보는 이들에게 문득 자신의 밤 운전을 상기하게 해주는 한편 그로인해 접했던 모종의 심리적인 반향을 상상하게 해주는 것이다. 감상 하는 이들을 적극 상상의 영역으로 몰입하게 해주는 이 그림은 그림의 표면이 아니라 보는 이의 심리 속에서, 망막이 아니라 망막 너머에서 머무는 그림이자 우리가 보는 현실이 그것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이상의 여러 잠재적 요인에 의해 구축되어 있음을 새삼 보여주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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