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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반영하는 미술사와 비평

김영호

1. 개관

통상 ‘미술이론 분야’로 지칭되는 미술사와 평론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작품 외에도 전시, 학회, 시장, 언론, 제도, 기관에 이르기 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전시와 학회는 미술이론 분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석의 대상이 된다. 미술품의 예술적 가치는 소통과 담론의 과정인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통해 제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점을 인정한다면 2010년 한 해 동안 동시다발로 풍요로움을 누렸던 비엔날레와 학술단체들이 추진했던 학술대회에 특별히 주목할 이유가 주어진다.

비엔날레는 미술사에서 특수하게 진보되어온 영역이다. 오늘날 이 다국적 현대미술 이벤트는 미술품을 배열하고 감상하는 기존의 전시행사를 넘어 인종, 생태, 환경, 역사, 젠더, 타자, 권력, 정치, 폭력, 인문학, 정체성 따위의 동시대 이슈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이념의 공장으로 자처한다.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의 대개는 이미 전통적 미술사의 패러다임과 비평의 틀을 벗어난 경우가 다반사며, 많은 관객들 역시 더 이상 비엔날레에 작품을 감상하러 가지 않는다. 이러한 비엔날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속성뿐만 아니라 미술사와 미술사와 비평의 기능에도 변화를 일으키며 큐레이터나 저널리즘과 공조 내지 경쟁적 관계를 띠게 되었다.

비엔날레가 현대 미술문화를 선동하는 실험의 도구라면, 미술사와 평론은 그 유기적 현장에 숨겨진 미완의 의미를 체계화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지고한 가치를 지닌다. 2010년 국내의 학술단체가 생산해 낸 다양한 논문들은 비엔날레 환경으로부터 온 것일 수 있다. 역으로 비엔날레 컨셉에 영향을 끼친 논문이나 비평문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비엔날레와 미술사 혹은 비평의 상보적 관계를 조사하는 것은 미술사와 비평의 향방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비엔날레를 통해 동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미술사와 평론의 가능성을 진단하고, 이론학회 및 협회의 학술대회에 나타난 주요 이슈들을 비교정리하려 한다.


2. 풍성한 비엔날레

2010년은 국내 3대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린 해였다. ‘대한민국의 가을은 대규모 미술축제와 함께 찾아왔다’는 어느 월간지의 야단처럼 9월 초부터 광주비엔날레(9.3-11.7),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9.7-11.17), 부산비엔날레(9.11-11.20)가 앞을 다투며 개막했다. 광주, 서울, 부산에 이어 대구도 3회째를 맞는 대구사진비엔날레(9.30-10.24)를 열었고, 여기에다 2회째를 맞는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9.1-9.30)까지 더하면 과연 2010년 가을은 한반도 전역을 달군 국제미술이벤트의 계절이었다. 눈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려보면 비엔날레의 풍요로움은 비단 국내 지역에 국한된 현상만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상하이비엔날레(10.24-2011.2.28), 타이페이비엔날레(9.7-11.14), 방글라데시비엔날레(10.8-), 시드니비엔날레(5.12-8.1),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트리엔날레(8.21-10.31)등이 개최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국제미술이벤트가 도시간 혹은 국가간 헤게모니의 경합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2년마다 개최되는 지속적인 행사로서 비엔날레는 동시대의 미술사와 미술비평의 성과를 드러내거나 역으로 미술사와 미술비평의 향방을 설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비엔날레의 주체들로서 예술가와 전시기획자들은 동시대 미술의 주요 이슈들을 주제의 설정과 다양한 전시매체를 통해 가시적으로 실현하고 그 미술의 문맥에서 인문사회학적 담론을 생산하며 확산시켜 나간다. 역으로 미술사와 미술비평은 비엔날레를 분석함으로서 동시대의 실험적 미술문화에 동참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비엔날레는 미술이론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 질 수 있다.

2010년에 열린 국내 비엔날레는 폭넓은 주제를 내걸었다. 비엔날레가 내세운 주제는 담론의 전체적 방향을 결정하는 키워드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만인보’ 부산비엔날레는 ‘진화속의 삶’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신뢰’를 각각 설정했다. 한국 비엔날레의 맏며느리격인 광주비엔날레가 정한 ‘만인보’는 시각이미지를 도구개념으로 제시함으로서 명확한 개념이 드러난 경우였다. 다양한 이미지들의 생성, 순환, 조작, 도용, 집착, 교환 과정을 통해 지구상을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삶을 성찰하려는 시도였다. 고대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신문광고 이미지에 이르는 ‘이미지들로 얽혀진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로 규정된 주제는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성찰은 그대로 미술사와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부산비엔날레가 내세운 ‘진화속의 삶’ 역시 장구한 시간 속에서 개별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에 대한 성찰을 기본 개념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방향의 불확실성속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적 삶에 대한 담론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만인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평적 배경을 지닌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시티 서울 2010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정한 ‘신뢰(Trust)’는 다양한 사진과 비디오영상 설치작업을 통해 동시대의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규정하는 가치로서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인종, 탄압, 제국, 전쟁, 소외, 폭력이 난무하는 위기의 시대에서 신뢰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비엔날레는 서구중심의 미술사 체계를 와해시키고 창작과 비평 그리고 소통과 소비의 중심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데 촉매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새천년이 들어서고 10년의 마디가 꺾이는 2010년에 열린 비엔날레의 주제와 이슈는 글로벌리즘과 자유주의를 수용하면서도 자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위해 온갖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비엔날레의 이러한 특수성은 비엔날레가 오늘날의 아시아 지역의 정치사회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좌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은 미술사와 미술비평이 채택해야할 동시대의 사상들과 연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3. 학회활동 현황

2010년 학회활동에서 제기된 주요 이슈들은 학회의 특성과 세부전공 영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학회의 학술대회 회수는 대개 춘계와 추계로 나뉘어 일년에 두 차례의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논문집 발간의 필요성이나 회원 증가에 따른 발표기회의 확대 등의 이유를 들어 세 차례 혹은 그 이상의 발표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학술행사의 형식은 자유로운 개별 주제로 개인의 학문적 성과를 내놓는 경우와 공동으로 주제를 정해 보다 의욕적인 담론을 만들어가는 경우로 구분된다. 한 해 동안 수확한 학문적 결실의 다양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개별 자유발표의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해의 문화적 결실은 공동의 주제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주제를 내건 학술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우선 1960년 창립된 한국미술사학회(회장 최공호)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미술사학의 인문학적 고찰’(10.29,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는 권영필 <한국미술사의 ‘20세기 구미 미술사이론’의 수용과 적용>, 이주형이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 남동신 <미술사의 과제와 역사학>, 홍선표 <새로운 방법의 모색, 한국 미술사학의 과제>, 김일권 <동아시아 상상력 구조와 사상사 연구의 미술사학 방법론> 등의 논문을 내놓았다.

1986년 창립된 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 이한순)는 제21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재료와 제작기법으로 보는 미술사’(5.1 국립중앙박물관)라는 색다른 주제를 내걸었다. 발표된 논문을 보면 정운우의 <여말선초 소금동불의 유행과 제작가법의 변화>, 박경자의 <조선전기 공납용 백자제작과 분청사기 양식변화>, 이수미의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의 형식과 그 표현기법>, 강민기의 <동양화의 근대적 모색: 한국적 기법과 일본적 기법의 경계>, 김정락의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의 델라 만니피첸차: 고대 로마건축기슬에 대한 열망과 환상 그리고 공포>, 우정아의 <로버트 어윈; 지각과 테크놀로지의 예술> 등이 있다.

1988년 창립된 미술사학연구회(회장 윤난지)가 내세운 화두는 유럽과 한국의 추상미술 이었다. 봄 학술대회는 ‘지금, 추상을 말하다 : 담론의 형성과 확장’(4.10, 이화여대)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신승철이 <이미지 의욕과 추상적 생명: 리히터의 나노세계 그리고 바이오아트>, 진휘연이 <바타이유의 비정형: 탈범주로서의 비평상에 대한 현대미술이론의 고찰과 한계>, 이현애는 <세계언어로서의 추상: 카셀 도규멘타와 1950년대 독일의 예술정책> 등의 논문을 내놓았다. 이어지는 가을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추상미술, 경계에서 사유하기’(9.11, 이화여대)라는 주제로 박소현 <아시아의 재발견과 한국적 추상미술의 지형도>, 이인범 <1960년대 한국 추상미술과 국민국가 형성>, 구너영진 <한국적 모더니즘의 창안: 1970년대 단색화>, 김백균 <한국화, 추상담론의 가능성>, 김이순 <1970-80년대 한국 추상미술에서 물질 문제>, 서유리 <한국 근대의 기하학적 추상 디자인과 추상담론> 등이 소개되었다.

1989년 창립된 서양미술사학회(회장 송혜영)는 추계 학술발표회를 “비물질의 미술”(11.13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진휘연이 <비물질의 미술-탈형태와 개념의 확대>, 이현애가 <이브 클랭의 공기시대에 관한 연구>, 김진아가 <끝없는 전위: 물질/비물질로서의 ‘나선형 방파제’>, 강수미가 <예술가 신체의 물질/비물질성>, 전혜숙 <가상현실기반의 뉴미디어 아트: 물질 혹은 비물질> 등의 논문을 선보였다.

1990년 창립된 현대미술사학회(회장 전혜숙)는 ‘한국과 일본의 미술을 통해 본 전쟁과 젠더’(10.23, 서울대)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기타하라 메구미가 <위안부 표상과 전쟁체험-후루사와 이와이의 경우>, 김현주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성별화된 민족주의와 시각적 재현의 정치학>, 코카츠 레이코가 <전시 일본 여성화가들의 회화적 주체 및 소재 변화 연구-하세가와 하루코를 중심으로>, 정연심이 <나의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 전쟁의 흔적>, 김영옥이 <기억을 재현하기: 끝나지 않은 전쟁과 젠더> 등의 논문을 소개했다.

1993년 창립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 최열)의 하계학술대회는 “전쟁과 미술”(6. 26, 덕수궁미술관)이었다. 조은정의 <한국전쟁기 미술인 조직에 대한 연구>, 김윤정의 <시각문화로서의 한국전쟁 사진>, 이윤규의 <6.25 전쟁과 심리전>, 권행가의 <조선미술가동맥과 월북작가>, 안경화의 <전쟁의 재구성>이 소개되었다. 추계행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으로 열렸는데 주제는 “아시아 아방가르드 미술”(10.9 국립중앙박물관)로 정해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학자들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소개된 논문을 보면 오무카 토시하루 <일본 1920년대 아방가르드와 패션 전략>, 탕 샤오빙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개념에 대해서>, 김영나 <한국미술의 아방가르드 시론>, 보이트란 휀-비아티 <베트남의 아방가르드 미술>, 구하원 <암리타 세르길과 근대 인도예술가의 분열>이다.

1997년 창립된 현대미술학회(회장 조광석)에서는 ‘현대미술 해석의 다양성’(10.16 이화여대)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는 정연심의 <마타-클라크의 설치작업에 나타난 SI정신>, 김융희의 <아니쉬 카푸어: 공과 색, 감각과 영혼의 만남>, 김경선의 <신미술사학의 진원: 엘페스의 ‘시각문화’> 등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2003 한국미술이론학회(회장 최태만)는 ‘길 위의 예술’(10.23 국민대)이라는 제명하에 추계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발표자와 논문을 보면 안소니 G. 화이트의 <길 위에서-마리오 래디스와 카를로 카타네오의 카메라타 분수 1936-2010>, 하기 케난의 <거리의 시각>, 임성훈의 <도시미화와 예술-길위의 예술의 미학적 고찰>, 레오라 말츠-레카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격리정책 이후 도시에서의 망상적 기념물>, 친타오 우에나 창의 <거추작가 모나하툼-공동체에 대한 유목민의 관계>, 이혜원의 <놀이의 정치학-뉴미디어아트와 관객 공동체> 등이다.

2005년 창립된 인물미술사학회(회장 김영호)에서는 두 차례의 학술대회를 열었다. 형식주의 비평과 미술사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인물을 중심에 둔 연구방법을 통해 해석의 지평을 확대한다는 설립 취지를 살려 작가와 작가를 둘러싼 환경과 그 환경이 파생한 시대정신을 읽어내기 위한 학술적 시도들이 지속되었다. 청화 하인두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학술대회 “하인두 다시보기”(8.20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윤범모의 <하인두의 인간론>, 조은정의 <하인두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위치>, 박영택의 <하인두, 류민자 부부의 작품세계>가 각각 발표되었다. 같은 시기에 평창동 가나화랑에서는 하인두 전시회를 개최하고 고인의 작품세계를 담은 서적의 출판기념회를 동시에 개최함으로서 특정 작고작가에 대한 집중적 조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편 국내 유일의 평론가조직인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서성록)은 ‘한국현대미술의 새경향과 신예작가들’(11.13 원광대)이라는 주제로 서영희 <평면회화>, 조은정 <조각>, 최형순 <공공미술>, 변종필 <사진매체>, 김영호 <미술환경의 변화> 등의 연구문을 내놓았다. 지난해부터 제정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도 이어졌는데 창작부분에는 석철주가 평론부분에는 신항섭이 각각 수상했다.

이외에도 미술사와 평론분야는 아니지만 한국미학예술학회(회장 이인범)는 ‘대중예술과 테크논로지’(4.7 홍익대)라는 제목으로 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김기수의 <칸트의 미적상상력에 대한 고찰>, 이재준의 <심미적 컴퓨팅에 미학의 필터가 있는가?>, 이영준의 <재산사고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핵으로서 사고조사보고서>, 강수미의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시각예술 이미지의 조직>, 이혜인 <현실과 가상의 변증법 ‘입체현실’ 연구>, 강유정 <만화의 영화화, 상상에서 시각으로 테크놀로지의 혁명>, 하선규의 <랩 음악에 대한 몇가지 매체미학적 논점들>, 양효실의 <1970년대 펑크 하위문화의 역사성과 학국적 변용의 사례연구> 가 발표되었다. 가을 학술대회는 ‘메타비평, 그 현대적 과제와 실천’(10.16 상명대)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또한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회장 박신의)는 한 해 동안 예술경영 분야의 왕성한 연구발표회 활동을 전개했다. ‘2010년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의 전망’(2.22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제17회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박순태 <2010년도 문화정책 방향과 과제>, 정광렬 <중앙과 지방, 예술지원 정책 추진체계의 점검과 과제>, 용호성 <예술단체의 자생력 확보와 재원조성 방안> 등의 연구문이 발표되었다. 이틀 동안 열린 봄 정기학술대회의 2일차 행사에서는 ‘한국의 국공립박물관/미술관 학예전문인력의 경쟁력과 공용 안정성’(5.14-15 경희대)이라는 주제로 박신의, 김윤아, 김은영, 양현미, 하계훈, 김종길 등이 연구발표가 있었다. 한편 ‘Art & Business, 기업과 문화예술경영’(11.24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심상민, 김소영, 전수환, 노시청, 김선화 등이 연구물을 발표했다.
4. 쟁점과 대안

2010년 한 해 동안 이상의 학회가 선정한 주제들을 보면 미술사학과 비평을 둘러싼 새로운 과제와 방법론에 대한 성찰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미술사학회와 한국미술사교육학회의 경우 인문학으로서 미술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재료와 표현기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사를 제안했다. 미술사학연구회가 설정한 화두인 추상의 경우나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가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다룬 ‘아시아 아방가르드’ 역시 동양 혹은 한국 근현대사의 시대상을 추상과 접목하자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제시한 ‘한국현대미술의 새경향’ 역시 미술비평의 영역에서 동시대를 바라보는 평론의 방법론에 대한 성찰에 다름 아니었으며 인물미술사학회가 채택한 인물미술에 대한 미술사의 방법론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술사학과 비평의 방법론에 대한 성찰 외에 2010년은 예술과 전쟁에 대한 주제가 특별히 강조된 한 해였다. 한국현대미술사학회와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에서 다룬 ‘전쟁과 젠더’와 ‘전쟁과 미술’은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에 개최된 학술행사로서 시의성을 지닌 것이었다. 이러한 학술 주제는 비단 전쟁과 여성의 차원을 넘어 잔혹성, 폭력, 인권, 정치, 권력 따위의 담론들과 연계가 되면서 미술사와 비평 분야의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2010년의 학술대회에 나타난 세 번째의 특성은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었다. 도심의 광장이나 거리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에 대한 연구는 미술사의 고전에 속하지만 20세기에 와서 독특한 장르로서 환경미술 또는 신개념의 공공미술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왔다. 한국미술이론학회가 설정한 ‘길 위의 예술’이나 심포지엄의 개별적 주제를 통해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미술동네의 화두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국제컨퍼런스 ‘새로운 지형을 모색하는 공공미술’(5.14 프레스센터)에서도 나타났는데 이 행사에서 바바라 골드스타인이 <미국의 공공미술 제도와 운영 현황), 리처드 뉴위스가 <밴쿠버의 공공미술 제도 및 사례>, 양현미가 <유럽권 및 한국의 건축물 미술장식제도>, 에치고 츠마리가 <일본의 공공미술 사례>, 윤태건 <한국의 공공미술 사례> 등의 연구문이 소개되었다. 또한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주최한 워크숍 ‘도시의 문화정치와 미술관’(6.18-19 포항시립미술관)의 경우도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기업의 미술활동을 증대시켰고 많은 기업들이 전시공간을 새로 열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2010년 한해 동안 OCI 송암문화재단이 종로구 수송동에 OCI 미술관을, 태광그룹이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일주&선화 갤러리’를, 한진그룹이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 ‘일우 스페이스’를, 송은문화재단은 첨담동에 ‘송은아트스페이스를 각각 오픈했다.

미술사와 평론의 위기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벌어지는 풍요로운 전시와 학술행사에도 불구하고 그 결실의 빈약함이 언급되어 온 배경에는 미술사와 평론이 동시대 전시문화에 대한 무관심의 탓도 있다. 전시가 예술의 타 장르를 비롯해 인문 사회 과학 등의 학문영역 노정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당대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미술사와 비평이 동시대의 전시활동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미술 2011, 월간미술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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