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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트리의 힘과 정신 - 2010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김영호


시메트리의 힘과 정신 - 2010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2010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위해 주최측이 설정한 사업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격변의 근대시기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전개했던 조각가 문신의 예술적 성과를 기리고 그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로 개발하기 위한 목표가 그것이다. 그리고 문신예술의 본산인 추산공원에 동시대 세계 최고 수준의 조각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영구 설치하여 국제적인 조각공원을 조성함으로서 이를 당대의 문화유산으로 후대에 전승하려는데 있다.

전자는 조각심포지엄의 형식인 주제 토론을 통해 예술가 문신의 조형 이념을 확립하려는 시도이며, 후자는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공업도시의 삭막한 환경에 새 천년의 시대상에 걸맞는 공익적 문화 브랜드 이미지를 가미함으로서 도시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위원회에서는 시메트리(Symmetry)를 사업의 키워드로 채택했다. 시메트리는 문신예술을 대표하는 미학개념으로서, 단순한 좌우대칭의 기하학적 형태를 지시하는 차원을 넘어 균형, 조화, 관계, 단일성 따위의 의미로 광의하게 쓰이고 있는 단어다.

동시대의 문화적 담론과 연계해 보면 시메트리는 21세기 지구공동체가 추구하는 융합사상의 근간으로 제시된다. 그것은 사물과 사물, 자연과 인간, 정신과 물질 사이의 유기적 관계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융합형식의 구상적 또는 추상적 조형작품으로 실현될 수 있는 열린 개념이다. 그러나 행사의 주제로 시메트리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칭의 뜻을 지닌 애시메트리(Asymmetry)라는 단어를 상대개념으로 도입해 시메트리-애시메트리라는 언어구조를 만들어 내었다. 이런 논의를 거쳐 자연과 생명의 시메트리-애시메트리가 이번 조각심포지엄의 주제로 설정되었다.

사실 문신조각은 형태상 엄격한 좌우대칭의 구조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좌우대칭의 기하학적 비례를 파괴하는 조형방식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파리 시절부터 귀국해 사망하기 전까지 그가 남긴 무수한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신 예술에 있어 미학적 원리로서 시메트리는 결국 애시메트리의 개념을 품고 있으며 대칭과 비대칭 사이의 관계미학을 통해 그 존재성이 자연과 생명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조각심포지엄에서 시메트리는 초대 대상 작가들의 선정을 위한 기준으로 쓰였으며 행사기간동안 열린 작가와의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대부분의 작가들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초대작가들은 심포지엄의 주제에 부합되는 작품을 다양한 어법으로 구현함으로서 주제상의 통일감을 성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조각심포지엄은 주최측이 설정한 주제와 작가들의 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작품 형식을 통한 실행이 성공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심포지엄의 결과로서 조성되는 조각공원도 나름의 가치와 독자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각공원이 설치되는 장소의 역사성과 시민들의 향수권에 부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추진위원회에서는 본 심포지엄의 작가선정을 위한 기준을 다음의 다섯 항목으로 정했다. 문신예술과의 미학적 연계성 설치장소의 역사 및 환경과의 어울림 국제미술계의 인지도, 시민들의 문화향수 요구 및 대중적 취향에 부합성 작품의 조형성이 그것이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속에서 이러한 기준 모두를 충족시키는 작가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 초대작가의 명성과 출품작의 면면을 보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2010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 초대된 작가는 모두 10인으로서 피터 버크, 장-뤽 빌무스, 로버트 모리스, 데니스 오펜하임, 세키네 노부오, 가와마타 타다시, 슈빙, 왕루옌, 박종배, 박석원으로 정해졌다. 국가별로는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6개국이지만 극동아시아 3국에서 2명씩 모두 6명이 초대되었으며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1명씩 그리고 미국에서 2명이 참여함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 작가들이 중심을 이루는 형국이 되었다. 이들 출품작은 설치 장소인 추산공원의 공간과 작품의 특성 그리고 관람 동선을 고려해 아래와 같은 순서로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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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

박석원은 이번 조각심포지엄에 조각가로서의 노정에 하나의 종지부를 찍는 기념비적 신작을 출품했다. 폭이 10미터에 높이가 4미터인 거대한 화강암 구조물 <적의(績意)-2010-바람>이 그것이다. 위압적인 규모와 석재의 물성은 일종의 숭고라 부를 수 있는 감흥의 세계로 관객의 시각을 이끌고 있다. 한편 그의 작품은 공원의 평지와 사면의 경계에 세워짐으로서 장소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벽은 안과 밖을 분할하는 공간에 자리잡는 구조물로서 경계를 나타내며 건축의 근간으로서 보호를 의미하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품은 기호로 제시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현대조각의 장을 개척해온 박석원은 형태보다 구조와 사물의 물성을 드러내는 한편 조합된 단위들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합해 하나의 단일성을 이루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업은 구조와 물질로서의 벽의 차원을 넘어 안과 밖의 의미론적 상황을 드러냄으로서 융합미학에 근거한 시메트리 사상에 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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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스 모리스

미국의 로버트 모리스가 이번 조각심포지엄을 위해 내놓은 <미로(LABYRINTH)>는 한 변의 길이가 12미터가 되는 정삼각형의 설치 구조물이다. 스테인리스 철조망을 이용한 이 작품은 조각심포지엄의 주제인 시메트리-애시메트리의 미학을 독자적인 자신의 어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삼각형의 내부에는 막다른 길인 미로가 기하학적 비례로 구획되어 있어 관객은 이 길을 따라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게 된다. 높이 2.4미터에 미로의 폭이 1미터가 되는 통로의 외벽은 철조망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물이다. 모리스는 1960년대에 등장해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은 미니멀 아트의 대표주자로서 절제된 양식과 극도로 단순한 형태 그리고 몰 개성적인 표현을 통해 예술과 비예술사이의 경계를 와해시키는데 기여했다. <라비린트>는 안과 밖을 연계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는 한편 기하학에 숨겨진 불가사이한 신비를 미로라는 명쾌한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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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네 노부오

일본의 세키네 노부오는 1960년대 후반 일본 현대미술의 선구적 흐름을 주도했던 모노하(物派) 그룹의 대표적 인물로서 이번에 제작한 작업은 그의 대표작 <공상(空相)>시리즈의 하나다. 사각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에 거대한 자연석을 얹혀 놓은 그의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선보였으며 그를 일약 국제적 반열로 부상시킨 계기가 되었다. 높이 4.6미터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기둥은 거울처럼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비추며 그 위에 얹혀진 중량 11톤의 바위가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키네의 작업은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에 주목케 하는 시도로 설명된다. 즉 그의 미학은 사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의 어휘로 해석될 수 있는 세계이며 이러한 대비 및 관계미학은 시메트리의 어법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는 1973년 환경미술스튜디오를 설립한 이래 공공조형작업을 많이 제작해 왔으며 환경미술이 하나의 미술경향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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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한국의 박종배는 마산출신의 조각가로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국제적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이번 조각심포지엄에는 팽이 모양의 유선형 볼륨과 그 안에 박힌 사각형의 입방체가 서로 결합된 형태의 구조물 <못과 대지>를 내놓았다. 두개의 다른 정체를 지닌 매스가 하나의 조형작품으로 단일성을 이루는 그의 작업은 이번 심포지엄이 제시한 시메트리-애시메트리의 미학을 가장 적절하게 표상한 작품의 하나로 평가된다. 원과 사각, 유기적인 구조와 기하학의 만남은 고대로부터 현대 건축에 이르는 원형적 형상으로 다루어져 왔으며 예술가들은 그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리듬을 표상해 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영적자극을 추구하는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두개의 상반된 상황 안에 생존하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자신의 예술관으로 채택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시메트리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자신에 있어 시메트리 개념은 형상물의 외적 요소에서 보다 내적 본질을 추구할 때 더 무겁게 부딪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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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오펜하임

미국의 데니스 오펜하임은 이번 행사에 라는 제목의 분수조각을 세웠다. 추산공원 내부에 이미 설치된 원형 분수대의 수면공간을 지지대로 활용한 것으로서 작가의 장소 수용능력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높이 3.8미터의 분수조각은 물과 빛이 함께하는 환경조형물로서 추산공원의 명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작되는 작품은 미국식 정원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영장의 재료들을 쌓아올리기 기법으로 조형한 것으로 작가 고유의 유머와 조형감각이 더불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펜하임은 1960년대부터 대지미술과 퍼포먼스 등의 실험적 미술을 주도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조각과 건축이 결합된 작업에 관심을 두면서 대중들의 미감을 사로잡는 작가로 부상했다. 그는 로버트 스미드슨, 리처드 롱, 마이클 하이저 등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창조적으로 연결하는데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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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빌무스

프랑스의 장 뤽 빌무스가 이번 조각심포지엄에 내놓은 작품은 대형 설치작업으로서 지름 6.9미터의 원형 지반에 높이 7.6의 가로등을 둘러 세워 놓았다. [a place='Place']로 명명한 작품의 일부를 이루는 계단형의 지반에는 대중들이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밤이면 가로등에 불이 공급되면서 마치 빛의 새장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거대한 빛의 새장 안으로 어린이들이 들락거리며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가로등의 은빛 기둥과 더불어 공원을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오브제로서 가로등을 예술적 차원의 구조물로 변모시키는 작가의 재치와 능력에서 우리는 창의적 비전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예술은 주변적 삶으로부터 온 것이며 그 삶의 질을 품요롭게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 또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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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버크

영국의 피터 버크는 라는 제목 하에 3미터가 되는 거대한 철조두상 조각을 선보였다. 3D 프린트의 기법으로 인물의 머리를 등신대의 크기로 제작한 뒤 이를 원형모델로 삼아 캐스팅을 하고 그 결과물인 거푸집 자체를 확대해 독립된 작품으로 조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상 이미지는 양각과 음각의 이중적 구조로 분할 조립하여 관객에게 제시하는데, 여기에 작가의 주된 의도가 깔려 있다. 그의 두상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Janus)의 얼굴과도 같이 양면적이며 나아가 안과 밖, 음과 양, 허와 실 등의 세계를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이번 작업은 레이저 커팅을 통해 철재를 재단하고 이를 벽돌처럼 쌓아올린 섬세한 조형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인체조각의 전통과 더불어 산업환경과 연관된 테크놀러지를 함께 응용한 새로운 유형의 작업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조각심포지엄의 주제와 관련해 그의 작품은 시메트리와 애시메트리의 핵심미학인 대칭과 비대칭 사이의 구조와 그 정신성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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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루옌

중국의 왕루옌은 추산공원 깊숙이 자리한 초지언덕에 거대한 철재 삼각자 하나를 설치하게 된다. 길이 6.4미터 높이 3미터가 되는 삼각자가 자연에 설치되면서 파생되는 효과란 관객의 고유한 경험과 지적 체험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문명의 척도를 통해 시도하는 바는 비교적 간단 명쾌하다. 삼각자나 콤파스 그리고 나사못을 실현하면서도 그 눈금의 숫자나 그려진 형태의 외곡을 통해 문명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령 콤파스로 그려진 원이 비틀거린다든가 삼각자의 눈금을 빠트린다든가 아니면 나사못의 와선형 구조를 쓸 수 없는 평면구조로 디자인하는 등의 행위가 그것이다. 왕루옌은 중국현대미술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는 중국의 보수적인 예술과 모방의 규율에 반대하는 동시에 시류와 유행에 부화뇌동하는 작품경향에도 거리를 두며 자신의 독자적 세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작가로 평가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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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마타 타다시

일본의 가와마타 타다시는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등 굴지의 국제미술제를 통해 동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환경미술분야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금년 8월 23일까지 열린 파리 퐁피두센터에서의 개인전에서 그는 철골 파이프로 세워진 건물의 외벽에 건축용 판재와 나사못을 이용해 6개의 오두막집을 설치했다. 이번 조각심포지엄을 위해서 그는 추산공원내의 거목 세 그루를 선택해 그 상단에 마치 새둥지와 같은 오두막집 을 설치했다. 그의 건축적 설치물은 인간이 지은 구조물의 유한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연과 문명에 관계하면서 세워지는 유별나고 은밀한 주거공간에 대해서 다양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작가는 재활용 나무상자나 골판지 그리고 공사장에서 재활용되는 철파이프, 펜스, 콘크리트 등의 재료들을 매체로 사용해 왔다. 소외된 재료와 외딴 주거공간과 형태에 대한 관심을 두는 그의 작업에는 관계와 대립 그리고 단일성으로 대변되는 시메트리의 미학이 옹골차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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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빙

중국작가 쉬빙이 이번 조각심포지엄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의 주된 작품 경향인 문자도 설치작업이다. 뜻을 알 수 없는 한자를 개발하고 이를 형상화하여 선보이는 그의 작업은 인문학적 정취를 풍기는 동시에 상형문자에 기반을 둔 중국문화권의 전통으로 물들어 있다. 그러나 쉬빙은 중국의 근현대사에 이단아적 기질을 지닌 작가로서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중국을 떠나 미국의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자유분방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마산바다를 묘사한 대표적 가곡 가고파를 자신이 발명한 특유의 문자로 번안한 후 돌에 새겨 오솔길을 따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석-경(石-經)>으로 명명된 그의 작품에서 문자는 이미 언어적 소통을 위한 도구의 차원을 넘어 조형적 형상을 지닌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산책로를 따라 설치된 64개의 바위의 표면에 새겨진 이은상의 싯귀는 푸른 물빛에 젖은 고향의 이미지와 오버랩 되면서 관객들을 사색과 명상의 공간으로 안내하게 될 것이다.

전기했듯이 조각심포지엄의 관건은 공공성을 지닌 최적의 주제선정과 그 개념에 걸맞는 작품의 제작에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이 충족될 때 그 결과물로 탄생되는 조각공원이 독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이 국제조각공원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 우선 작품의 수를 확보하기 위해 한 두 차례의 조각심포지엄을 더 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추산공원내 녹지와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 정비사업도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조각공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관리를 담당할 부서와 전문인력을 명확히 하고 공원시설과 별도의 관리시스템을 가동하는 일이 필요하다.

서울올림픽조각공원의 조각품을 관리하는 소마미술관의 사례를 들어 추산야외조각미술관의 조각품 관리는 문신미술관에서 담당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일이다. 이외에도 추산야외조각미술관을 특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창원시립박물관, 회원현성지(會原縣城址), 성덕암을 연계한 문화벨트 조성을 들 수 있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사업은 조각공원 조성의 차원을 넘어 창원시를 명품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공공사업과 연계되어 있다. 2010년 7월 창원시로 행정 통합된 마산시는 역사가 깊은 항구도시이자 국토개발사업과 더불어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근대산업을 주도해왔던 공간이다.

이후 시대가 중공업, 조선, 기계산업에서 서비스, 금융, 문화컨텐츠 산업으로 선회하면서 역사도시의 비전과 시민들의 자족감을 세울 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과 창원국제조각공원 조성사업은 이러한 시류의 변화에 부응해 제시된 문화적 소명이라 할 것이다. 2010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의 성과는 문신예술의 미학원리로서 시메트리가 국제사회의 거장들의 작품을 꿰는 조형원리로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시메트리가 동시대 융합사상과 연계됨으로서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힘과 정신의 원천이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할 때 주최측이 설정한 조각심포지엄의 목표는 달성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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