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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란 무엇인가?

김영호

축제란 무엇인가?



축제가 단순한 놀이거리의 차원을 넘어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행되고 지역문화에 대한 재발견의 의지가 분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경기는 축제적 열기가 공동체의 결속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현대사회에서 축제는 이제 시대를 담아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로 여겨지며 현재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1,000개 이상의 축제행사들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요청되고 있다.
<축제역사에 대한 인식

문자 그대로 축제는 종교적 축원과 제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하늘을 숭배하거나 태양에 감사하는 일종의 제사였으며 예식이 끝나면 제물을 나누어 먹고 마시는 잔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행사의 방식에는 의례 음악, 춤, 가면극 등의 놀이가 수반되었다. 종교적 의식과 유희적 활동이 만나게 되는 것은 이러한 사연이다. 그러나 축제가 반드시 지배계급이나 사회의 관습에 대한 유지의 장치로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역축제로서 탈놀이나 기독교문화권의 사육제에서 보듯이 오히려 축제는 ‘기득권적 권력, 불평등적 모순, 억압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세속적인 허울과 위선을 벗어버리기 위한 일종의 파괴행위라는 연구도 있다.
해방 이후 축제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을 충족시키는 놀이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사실은 민중적 놀이가 억제되어온 식민지 역사의 반작용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전쟁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경제 재건이라는 역사적 조건 앞에서 한국인들은 이 인간의 유희적 본성을 드러내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한반도의 끝자락 제주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척박한 자연환경과 해방 이후 격변하는 정치 사회적 정황은 제주도민들로 하여금 집단적 유희문화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지방자치제의 실행에 따른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월드컵 현상 이후 축제는 생의 역설적 찬미이자 일상성을 전도하고 초월적 에너지를 획득하기 위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나아가 그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결속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장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로 개편되면서 지역적 문화정체성을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계획을 통해 제주의 생태와 민속 그리고 신화와 오름 등의 자원들을 이용한 축제들이 연구되고 있다. 사실 지역의 민속과 종교를 축제의 소재로 사용하는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제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급증하고 있는 각 지역의 민중축제는 국가적 단위보다 지역단위로 축소되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에 현존하는 축제들이 관주도형 상부하달식 행사 혹은 과도한 관광상품화와 상업성에 진정한 축제정신이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중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역축제 성공하려면

제주도의 축제가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 연구해야할 분야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축제의 기원과 현대적 변용 그리고 그것이 주는 상징적 의미와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또, 제주의 독특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와 유희성이 결합된 형태를 지향해야 하며 축제를 통해 지역민의 화합과 문화정체성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 지역민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 그리고 축제후 고취된 연대감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축제가 되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이제 축제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시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축제의 연구가 놀고 즐기는 그 자체에 대한 고찰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라는 어느 민족학자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라일보 2003.12.20 한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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