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개관

김영호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개관



한국 미술관 문화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게 될 삼성미술관 리움이 한남동에 둥지를 틀고 문을 열었다. 이제 우리도 제대로된 미술관을 지니게 되었고 본격적인 사설미술관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리움이란 명칭은 삼성그룹 설립자의 성인 ‘LEE’와 뮤지움의 접미사 ‘UM’을 합성해 만든 것인데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원래 MUSEUM은 고대 그리이스의 학예신 뮤즈(MUSE)에게 바쳐진 신전에서 유래된 용어이기 때문에 리움의 LEE는 신화상의 존재인 MUSE와 대등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자신감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않지만 시대에 맞지않게 권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리움은 전통미술과 근대·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장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면서도 안내데스크가 있는 중앙광장을 축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신전에서 유래된 용어
세명의 국제적 건축가들이 독립적으로 설계를 하고 세 개의 건물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공동작업을 아울러 병행한 결과이다. 이러한 사례는 전에 없는 것이어서 그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다시말해 한국 전통미술을 전시하는 ‘Museum 1’과 국내외 근현대미술을 상설전시하는 ‘Museum 2’, 그리고 기획전시공간인 ‘블랙큐브’를 포함하고 있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건물 자체가 명소가 될 확률이 높다.
고대와 근대·현대를 함께 아우르는 리움의 소장품 분류는 그간에 취약성을 보여왔던 우리 미술의 역사적 패러다임과 정체성 확보를 위한 실험실의 기능을 갖게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가령 관객들은 전통미술부에서 겸제의 명작들을 보고 나와 한국 근현대미술부에 걸린 소정과 청전의 작품을 거쳐 유영국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또한 학무의 상감이 깃든 청자와 달항아리의 백색 잔영이 머리에서 채 가시기 전에 김환기와 단색평면주의 작업들을 보게되며, 단원에서 이중섭과 박수근 그리고 박생광에 이르는 서민의 삶과 무속의 세계가 오버랩 되며 그 연계성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하게될 것이다.
미술관 관람객 서비스를 위한 고려도 눈에 띤다. 전시작품 설명을 위해 리움이 내놓은 장비는 삼성에서 개발한 개인 휴대용 해설기로 전자시대의 미술관으로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작품 앞에 서면 자동적으로 해설이 진행되고 관객이 원하면 문자로 화면을 볼 수도 있어 청각장애인들에게도 유용하다.
<대중성·전문성 조절이 열쇠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움의 자랑거리는 컬랙션의 질에 있다. 이는 그간 삼성미술관이 운영조직과 시스템의 전문성을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제 리움은 좋은 미술관이 될 조건인 건물과 사람 그리고 소장품을 모두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예약제를 통한 입장객의 제한과 지나친 보안경보장치의 작동 그리고 동남쪽 창에서 비치는 강한 자연광선의 처리 등은 점차 해결해야할 요소들이다.
또 작품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휴대용 해설기는 관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통한 해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 있다. 미술관을 방문하며 느낀 전체적인 인상은 리움이 아직도 제한과 통제 그리고 엘리트적 색채로 포장된 모더니즘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열악한 국내의 미술환경 속에서 리움의 진정한 성공은 살아있는 미술관으로서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역학관계를 조절하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한라일보 2004.10.25 한라칼럼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