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전시문화, 그 풍요속의 빈곤

김영호

전시문화, 그 풍요속의 빈곤



매일 편지함에 넘쳐나는 전시도록들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수백만원을 투자해 생산한 소중한 자료들이지만 매일 배달되어 집안 여기저기에 쌓이다 보면 가족들의 불평도 만만찮다.
그래서 외출 시에 전시도록들을 수거해 승용차로 옮겨 놓지만 일일이 검색하는데 걸리는 시간 또한 만만치가 않아 승용차의 조수석에는 항상 도록들이 쌓이게 된다.
선별한 도록들은 연구실에 옮겨놓기 위해 우선 트렁크에 보관하게 되는데 뒷바퀴를 가리는 도록의 무게는 전시문화의 양적 풍요를 대변하고 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매일 무수한 전시회들이 벌어진다. 개인전에서 그룹전 그리고 동문전에서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규모의 미술행사에 이르기 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문예진흥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2004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열린 전시회는 총 7,313건으로 2000년 6,351건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도록 무게가 양적풍요 대변
한건의 전시회가 일주일동안 진행된다고 볼 때 매주 140건이 넘는 전시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셈이다.
한 해 동안의 전시비용을 어림잡아보면 그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의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시회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혹자는 그간 교내에서 치러지던 시각예술 관련학과의 각종 졸업전시 및 과제전이 시내에 자리한 전문 미술전시장으로 대거 진출하는 환경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전국에 600여개나 되는 공모전을 통해 데뷔한 아카데미 출신 아마추어 작가들의 전시활동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 모두의 근간에는 전시회를 경력 쌓기의 일환으로 여기는 심사가 숨어있다는 점도 숨기기 어렵다.
전시회가 넘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책적 측면에서 시각문화현상에 대한 기관 차원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세기라는 슬로건 아래 문화관광부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그리고 각종 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전시회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단발성 사업·노하우 부재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온 미술관 건립이나 광주, 부산, 서울, 청주 등에서 운영하는 국제비엔날레에 힘입어 전시문화의 불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실행하는 전시회의 경우 그만큼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고 그것을 방관할 시기를 이미 넘어선 실정이다.
제주도의 경우 대규모 기획전의 질이 향상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시기획의 전문성이나 전문인력의 부재로만 미룰 일이 아니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단발성 사업 위주의 지원체제와 그에 따른 축적된 노하우의 부재 때문이다.
제주도는 최근 2006년을 ‘제주방문의 해’로 정하고 사업추진 전략 기본계획과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시기에 제주도에서도 양적으로 풍요로운 전시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주문화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대로 된 국제미술제가 탄생되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한라일보 2005.8.12 한라칼럼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