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墓와 性을 포용하는 미술관

김영호

墓와 性을 포용하는 미술관



최근 제주도내 미술계의 최대 관심사는 도립미술관이 들어설 부지에 대한 것이다. 문제의 장소는 연동 ‘신비의 도로’ 근처에 도가 점지해 놓은 1만2천평의 초원이다. 그간의 신문기사 내용을 관심 있게 보아온 사람이면 제주도가 제시한 이 부지를 둘러싸고 미술인들과 제주도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처럼 돼 있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긴급히 소집된 도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임시총회에서의 투표 결과는 이러한 대립관계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이날 30명의 추진위원 중 24명이 참석하였고 현장답사와 토론을 거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결과는 찬성 17표, 반대 1표, 무효 2, 기권 4표로 도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결론은 추진위의 하부 조직으로서 상임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부지 선정 반대 입장을 총회가 부정한 셈이고 궁극적으로 추진위가 집행위를 부정한 모양이 되어버려 내부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립관계 단숨에 불식

나는 이러한 사태를 좀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번 일의 잘잘못을 따지는데 집착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싸잡아 흑백논리로 이끌고, 그 결과 내부적 분열을 극단을 몰고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추진위가 구성한 집행위의 일부 위원들 간에 벌어진 불협화음이 추진위 전체의 위상이나 기능을 손상시키는 논리로 발전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집행위의 내부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미술관 건립을 위한 집행위원들의 노고와 연구결과는 분명 존재하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총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그간 집행위에서는 전북과 경남 등 최근 완공된 도립미술관들에 대한 현장답사를 거쳐 타산지석의 가치를 지닌 보고서를 만들었고, 도지사와 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과 면담을 통해 추진위의 기능을 나름대로 수행해왔다. 그것들이 모든 추진위원들이 참여한 총회의 인준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식입장임을 공개한 아쉬움을 보였지만, 이 또한 시각을 달리하면 그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원인과 결과를 열린 시각으로 일별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추진위의 위상은 재정비 돼야 한다.

어쨌든 추진위에서는 총회를 거쳐 현재 제주도에서 제시한 부지에 찬성의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이제 숙원사업을 위한 서곡에 불과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건립부지 남과 북의 측면에 위치한 두개의 특수공간인 ‘공동묘지’와 성 테마파크인 ‘러브랜드’에 대한 혜안과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아시아의 눈동자’를 향해

당연한 말이지만 묘지와 성이란 주제는 미술의 역사와 항시 발걸음을 같이 해 왔다. 무덤은 미술의 기원을 이루는 요소라는 것은 유물과 미술품들이 상당수가 죽음, 장례, 매장, 제사 등과 불가분적 관계를 두고 발전돼 왔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또한 성의 경우도 창조를 위한 조물주의 선물이자 미술 문명의 축을 형성하는 근본 에너지로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우리는 이제 이 두개의 장소를 혐오시설이나 퇴폐시설로 치부해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성찰 영역으로 깊게 끌어들이는 사고의 전환을 시도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역에서 소외되거나 소홀했던 것을 끌어안는 일, 이것이 문화정체성을 발견하는 일이자 ‘아시아의 눈동자’가 돼야 할 제주도립미술관의 향후 모습이 아닌가 한다.


한라일보 2005.9.28 한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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