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문화권력은 아직도 존재하는가

김영호



노무현정부가 출범하고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문화부 소속 기관과 산하 단체장들의 인사에 편파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문화관광부 문화행정혁신위원회를 비롯하여 문예진흥원장, 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한국영상자료원장 등이 모두 민예총과 민예총 단체출신 일색이며 최근 국립국악원장과 국립현대미술관장도 예외 없이 같은 단체 출신들로 선임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예술의 전당과 같은 기관에서는 당연히 차기 단체장 자리에 운동권 출신의 인사가 올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어느 연출가는 ‘10여개에 달하는 문화부 소속 예술관련단체장 자리의 100%를 특정 예술계의 조직에 내준 것은 쿠데타 상황’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그 여파는 지역의 문화예술관련 단체장들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임기가 끝난 자리에 새 인물이 채워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자질과 능력을 떠나 “내편 일색으로 짜 맞춘 싹쓸이 인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장관 임명직이 아닌 경우 단체장 심사를 담당할 심사위원들이 특정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문화계 인사가 “예총 같은 기득권 세력이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이 전진 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서 예총과 민예총 간의 싸움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인다. 예총을 과거의 비리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이 단체의 구성원들을 싸잡아 부정하는 발언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도전적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문화권력의 존재다.

사실 한국 문화사를 되돌아보면 과거의 예총 산하의 단체들이 문화예술계에 끼친 부정적인 면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국전 등의 전시회에서 온갖 비리와 부정을 일삼아온 것도 비판받아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기에 문화계를 예총과 민예총의 집단으로 이분하는 상황은 결코 우리 문화계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없다. 해방 이후전개되어 온 문화사의 단면들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해방공간에서 미술계가 좌우로 나뉘어져 서로를 격렬히 비방하고 견제하는 풍토는 항상 소모적 세력 다툼으로 일관되어 왔다. 조형이념을 떠난 정치적 이데올로기 분쟁으로 격심한 혼란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오늘의 현상은 따라서 해방공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새 단체장들의 운동권 편중 현상은 문화권력의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된다. 문화권력이란 타자 혹은 자신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 생기는 예술사조와는 달리 남을 지배하여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권력은 예술 외적인 부작용을 낳을 확률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화권력은 지배와 복종의 사회관계를 만들어 냄으로서 문화계를 양분시켜 대립적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좌우익의 이념적 대립과 이해관계에 따른 미술단체의 양분현상은 이러한 문화권력이 낳은 결과였다. 작금의 권력 이동현상에 대해 혹자는 말할 것이다. 과거의 예술계가 예총을 중심으로 결속되어 온갖 기득권을 행사 해 왔으니 이제 세상이 바뀌어 운동권의 인사들이 그 권리를 되찾을 단계라고.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매우 치졸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과거에 예총의 잘못된 관행을 민예총의 그대로 승계하여 행사하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총과 민예총이 둘로 나뉘어져 서로 배타적인 작품활동과 나아가 작가들 사이에 교류가 차단될 때 거기에서 결과하는 것은 불신과 반목이다. 역사가 반복된다 하여 정치세력화 되었던 문화권력의 전례를 되새겨 재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제 근본적으로 예총과 민예총을 이데올로기화 하는 인간들이 예술계에서 사라져야 할 때이다. 우리 화단은 이러한 권력 논쟁에서 벗어나 타자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모든 개성적 가치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관광부는 하루 빨리 예술계의 권력화를 조성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 출처 / 한라칼럼 2003.9.7일자 한라일보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