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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인더스트리얼 미소녀 Industrial Bishōjo》,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객원연구원

돈선필: 인더스트리얼 미소녀 Industrial Bishōjo

2023.7.12-8.19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이번 돈선필 작가(b.1984)의 개인전 <인더스트리얼 미소녀(Industrial Bishōjo)>는 피규어를 둘러싼 사회 문화 현상 탐구와 더불어 ‘미소녀’ 피규어의 생산 동력을 둘러싼 생산자적 관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전시는 크게 영상 작품 1점과 24개의 조각 작품 그리고 작가가 창작한 원형사 모형을 찍은 사진(원본 조각은 전시되지 않음), 미소녀 피규어 설계도 등 총 4점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피규어는 캐릭터라는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서 탄생하는 결과물이자 그 과정에서 원형사, 피규어 제작사, 설계사, 디자이너 그리고 소비하는 소비자까지 많은 사람이 관여해서 생산한다는 사실에 작가가 매력을 느끼고 소재로 다룬다.


 

<AYANMI BLUE Mushroom_XXL>, 2023,

Stereolithography, resin, primer, epoxy putty, ayanami blue, varnish, wood base, 18 x 15.1 x 36.1(h) cm


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피규어들이 담고 있는 모든 시각언어를 다 이해하진 않아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니걸은 언급될 필요가 있다. 80년대 미소녀 피규어가 등장하고 급성장하던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들 중 하나인데, 작가 개인에게도 바니걸은 미소녀 피규어를 상징하는 원조이자 시작점으로 간주된다. 이 작품은 기술이 부족하던 초기의 피규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디테일이 떨어지는데 ‘한 덩어리로 해서 막아버리듯이’ 만든 것이다. 


 

<THREE BROTHER_MK1>, 2023, Stereolithography, resin, primer, epoxy putty, acrylic paint, liquid chrome, varnish, 

21.7 x 16.7 x 42(h) cm


특히 두드러진 형태적 측면에서의 파편성과 동일 조각들을 상이하게 도색한 부분들을 강조함으로써 완성된 피규어로서의 형태가 아닌 생산 라인에 올라온 피규어의 일부분을 두드러지게 제시하면서 이번 전시의 핵심인 생산자로서 원형사의 보이지 않은 존재감을 은근슬쩍 드러낸다. 


 

<BLUE PRINT>, 2023


돈선필 작가 개인에게 있어서 피규어는 개인적 애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피규어는 특정 대상의 재현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호적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20년 동안 간직한 것들도 볼 수 있어 수집가적 욕망과 애정도 엿볼 수 있다. 


<Industrial Bishojo>, 2023, 4K Video, 3분 54초


영상 속 화면과 스크립트가 분리되어 보이는데 화면은 엔지니어의 말과 생각을 3인칭으로 관찰한다. 주인공 엔지니어 J이 규격 외의 원형을 받고 난 이후로의 고뇌를 담고 있다. 


‘조금 둔탁하게 생긴 작은 덩어리’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낭비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비밀이다.’

‘관습은 시간의 축복을 받은 습관이다.’

‘양식은 관습이 만든 기억이다.’

‘기억은 지난 시간의 흔적이다’

‘습관이 가져올 균형과 균열’


미학적 선호도와 산업적 관점에서의 고민, 그리고 습관적으로 고수되는 방식에 대한 엔지니어J의 상념을 볼 수 있다. 대량생산의 가공물이자 산업구조물로서의 피규어를 생산자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채현 cogus02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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