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 30. 어떻게 관심을 끌 것인가

이대형


‘어떻게 사람을 모을 것인가’ ‘어떻게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고 신속하게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그동안 시장을 지배해 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미디어가 모이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곳에 자본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내는 실행은 또 다른 얘기다.
모든 리서치에 앞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즐기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인간의 욕망을 읽어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잘 선택해야 한다. 어떤 콘텐츠로 차별화해야 하는지 그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스포츠와 문화예술이란 카드를 종종 활용한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하기 위해 스포츠와 만나고 VIP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과 만난다. 여기에는 선행조건이 있다. 단순한 후원·협찬을 넘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이 둘의 만남은 해피앤딩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한발 앞선 결정이 필요하다.
서울 삼성동에서 넵스의 정해상 대표를 만났다. 골프와 농구, 축구까지 즐기며 휴대폰을 두 개씩 들고 다니고 웬만한 결제는 휴대폰으로 해결하며 ‘마당쇠’를 자처하는 그는 기업과 예술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은 눈에 보이지만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샴 쌍둥이 같은 관계이지요. 눈에 보이는 기업은 예술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환원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은 기업과 자본을 통해 현실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할 일입니다.”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관계는 이처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어떤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가 결정되어야 비로소 어떤 디자인의 건축물이 세워질지가 결정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눈에 보이는 영역의 형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간은 하나인데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소프트웨어가 많다고 해서 한쪽의 권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가 많기 때문에 좋은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졌고 그 만큼 누가 무엇을 선택하는가의 긴장감은 더해졌다.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다음의 예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전시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전시, 누구의 전시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영화관 CGV와 공연·전시장 예술의 전당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트렌스포머’와 그곳에서 전시 중인 ‘클림트’전을 보러가는 것이다.
정해상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넵스는 고품격 맞춤 주방가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고객이 상상해 볼 수 있는 꿈 같은 미래와 영감이 넵스의 모습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이해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합니다. 늦은 새벽,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든 가족을 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영감을 얻습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마음이 예술가의 경건한 창작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필 자가 넵스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한국의 유망 작가들의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아트퍼니처를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갤러리 ‘넵스페이스’ 지원과 둘째는 일련의 과정을 책으로 출간하는 출판기획, 셋째는 기업 홍보를 위해 시작한 골프대회에 미술을 접목시키는 시도 때문이다.
넵스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전시회를 지원하는 일회성 후원을 지양하고 어떻게 미술이 기업과 연관되어 산업적으로 순기능을 하게 될까의 고민에서 시작해 많은 진전을 보인 예다. 이는 일방적인 지원, 혹은 써야 할 예산을 집행한다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미술을 활용해 상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계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본과 예술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업의 문화 마케팅 성공 사례와 잘 기획된 미술 전시는 서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로워야 하고 문맥을 정확하게 짚어 타이밍과 위치선정을 잘해야 한다. 문고리를 보면 그 문고리가 달리게 될 문을 보고, 그 문을 보면 그 문이 달리게 될 프레임을 보고, 프레임을 보면 그 프레임이 달리게 될 방을 보고, 방은 어떤 건축물 속에 위치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 건축물은 어떤 도시에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단계별로 복잡한 과정이지만 반드시 상황문맥을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문고리를 달 수 있다.
기업이 어떤 문화예술과 손을 잡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내가 어떤 문고리를 어디에 달아야 하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문고리는 필요한 장식이기 이전에 많은 사람의 편의에 적합하게 들어 맞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상황문맥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빠른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술적인 주방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다. 주방가구를 만드는 넵스이기 때문에 남자가 아닌 여자 골프대회를 준비하는 것이고 일반 가구가 아닌 좀 더 특별한 가치를 판매하기 때문에 골프에 미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주방가구와 미술, 그리고 스포츠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이유다. 지금 당신이 잡고 있는 문고리를 어디에 달지 성급하게 뛰어들지 말고 상황문맥을 천천히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이 열고자 하는 문이 새로운 가치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
이대형 (큐레이팅 컴퍼니 Hzone 대표)
원본 : http://www.fnnews.com/view?ra=Sent1301m_View&corp=fnnews&arcid=090709165719&cDateYear=2009&cDateMonth=07&cDateDay=09
▲ 넵스 정해상 대표가 자사의 주방가구 바리스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업과 예술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샴 쌍둥이 같은 관계로, 눈에 보이는 기업은 예술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환원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은 기업과 자본을 통해 현실화 된다”고 말했다.
▲ 주방가구 전문업체인 넵스가 새롭게 시작하는 하이브리드 갤러리 '넵스페이스'의 개관전 '매드 포 퍼니처'에 출품된 손진아의 '딥 인사이드'.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