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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 19. 미래의 미술관은 어떤 모습일까

이대형


미술관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텍스트는 기본이고 사진과 동영상까지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술관을 찾을까. 발품을 팔기 귀찮아 하는 필자는 온라인 뉴스레터나 인터넷만 보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분명 미술관을 가는 날이 있었는데…. 아 약속! 외국에서 온 손님이 어디 어디 미술관을 들르고 싶다고 해서 만나기로 한 약속 날짜가 있었다. 함께 전시도 보고, 점심도 먹고, 책도 사고, 산책도 하고, 아 그리고 또 뭐 없나?
 

우리는 시간은 점점 없어지고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누구누구와 만나기로 할 때 약속 장소로 미술관을 선택하는 경우 이외에는 전시만을 위해 미술관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미술이라는 문화 행위만을 소비하고 거기에 만족해 하는 관객들만 기다리며 고상함을 떨어서는 미술관이 살아 남을 수 없는 시대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경험을 요구한다. 한 국가, 한 도시의 관광객 숫자까지 결정하는 미술관. 이 중요한 기관이 어떤 변화를 가져가야만 할까.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한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 현장. 입장료가 1만원 조금 넘는 전시에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입장을 기다리며 긴 줄에 서 있다. 엄마가 말한다. “엄마들, 여기 앞 커피숍에서 이야기하며 기다릴테니 보고 나와서 전화해.” 처음에는 입장료가 비싸서 아이만 들여 보내나 싶었는데 엄마는 커피숍에서 커피에 케이크를 먹으며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 떨기에 바쁘다. 이 경우 미술관이 학교 수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무적인 교육현장이 되었다. 멀리 해외에 나가야만 볼 수 있는 전시를 가까이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니 학교에서 숙제를 내줄만 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결코 미술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없다.

미술관의 미래를 예측하는 전망들이 나온다. 그 중 단연 많은 지지를 얻는 것이 ‘주식회사 미술관’ 모델과 ‘컬처 몰’의 개념이다. 주식회사 미술관이란 기업의 경영 방식을 도입해 문화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몰 성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성공적인 기업은 절대 자신의 눈으로 상품의 가치를 논하지 않는다. 항상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술관의 고객은 일반 관객, 기업, 정부까지 다양하다.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매주 금요일이면 ‘Target Free Friday Nights’란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입장료 없이 관객을 맞이한다. 타깃이란 기업의 후원으로 마련된 금요일 밤의 무료 입장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금요일 뉴욕 현대미술관은 젊은이들로 가득찬다. 여기에 대한 답례로 뉴욕 현대미술관은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전면 광고를 통해 ‘Free Friday Nights’를 가능케 한 타깃에 감사를 표한다는 광고를 낸다. 기업과 미술관 그리고 관객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뉴욕 현대미술관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기업 홍보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미술관은 기업의 후원을 통해 멋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잠재 고객층을 확보하는 윈윈 전략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최고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것은 단순히 최고의 컬렉션과 전시 때문 만은 아니다. 미술관 본연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관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금요일 만큼은 문턱이 높아 보였던 뉴욕 현대미술관이 뉴욕의 젊은이들에게 매우 세련된 놀이터로 변신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12월에 발표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보고서에 따르면 레스토랑, 쇼핑 타운의 근접성과 미술관 관객 숫자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맛 있는 레스토랑과 훌륭한 쇼핑 타운이 특별전이 별로 없기로 유명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관객 숫자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내셔널 몰이다. 쇼핑객들이 쇼핑이나 식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찾는다는 설문에 기초했다고 한다.

관객 개발을 위한 무한 상상은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연간 20만명의 초·중·고 학생이 찾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시 단순히 컬렉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술관을 찾은 학생들에게 2차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기념 선물로 ‘패스 티켓’이 선물로 증정된다. 이 티켓을 이용하면 2차 방문 시 학생의 가족 전원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초대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미술관의 공익적인 사회 기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편의시설과 가게를 구비하고 있는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예술의전당의 아이와 엄마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히 커피 한잔에 기념품, 책자만 사갈 수 있어도 이익인 셈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 전략 역시 차별화되어 있다. 특히 ‘멧 포드캐스트(Met Podcast)’라는 코너를 활용해서 특별 전시를 음성 설명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방문객에게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을 미술관 홍보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는 관객 교육의 도구로 활용하였다. 또한 다운로드까지 가능해 이동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음악처럼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의 새로운 서비스다.

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미술관을 중심으로 복합 문화공간을 구성하고 있거나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축제와 미술제를 통해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 집중한 나머지 차별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전시로 인해 그 어느 곳 하나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홍보전략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는 시카고 현대미술관, 아이들과 큐레이터와의 라이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 화제가 된 미국의 필드 미술관처럼 온라인 서비스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문화를 파는 일은 이론처럼 쉽지 않다. 미래의 미술관은 다양한 상호작용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어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들어 그것을 쫓아 가려고 하면 절대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차별화 전략은 우리의 것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국적인 모델의 현대미술관이 기대된다. 현대 미술관의 미래인 복합문화공간은 한국 시장에, 한국의 관객에 귀 기울이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내부 전경. 1929년 개인 컬렉터 그룹이 모여 만든 MoMA는 19세기부터 현대미술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손꼽힌다. 특히 입체파,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의 모던 아트는 물론이고 산업디자인, 건축, 사진, 영화에 이르기까지 현대 시각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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