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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경쟁력 대해부 / 1부 (6) 재정난에도 묻지마 축제

편집부


흥행 참패한 부천, 문화엑스포 수십억 혈세 낭비
'짜깁기 행사에 시민 강제동원' 시의회 올 사업비 60억 전액삭감

1년에 단 3주 동안 열리는 엑스포 기간을 제외하면 내내 굳게 닫혀 있는 부천 원미구 상동 일대 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 전시장. <이승환 기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일대 33만여 ㎡(10만평) 규모의 영상문화단지. 지난해 10월 제1회 부천 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가 3주간 열렸던 곳이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전시관 4곳과 매점 등 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사람이 없어 황량할 뿐이다.
단지 안에서 개방된 유일한 곳은 유료 입장객을 받는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개점휴업 상태이기는 매한가지다.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세트장에 돈을 주고 놀러오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부천시가 문화예술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전통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개최한 무형문화유산엑스포. 시 예산 30억원, 경기도 예산 20억원과 자체 조달한 예산을 합쳐 무려 64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지만 정작 부천 시민들은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조차 모른다. 단지 입구에서 만난 한 시민에게 용도를 묻자 '모르겠다. 그냥 노는 땅 아니냐'고 말했다.
◆ 지난해 행사 개최에 50억원 적자

= 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행사 홍보에만 전체 예산의 7.5%인 4억8000만원을 썼다.
당초 '입장객 100만명은 거뜬하다'고 큰소리치더니 이내 '주최 첫해이므로 50만명 입장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며 예상 입장객 수를 절반으로 낮췄다. 그러나 예상 입장객의 40% 수준인 19만7776명만이 실제로 문화엑스포 행사장을 방문했다. 헛돈만 쓴 셈이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시민을 동원해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 반상회를 통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장료를 구입한 김민영 씨(가명ㆍ42ㆍ주부)는 '지금이 80년대도 아닌데 왜 `축제`라면서 사람을 강제 동원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부천 시내 초ㆍ중ㆍ고교와 어린이집 등에 학생 동원에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관수 부천시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시 공무원들이 `학생을 동원하지 않으면 예산 책정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행사로 인한 적자는 38억원. 여기에 1년 내내 축제조직위원회에 파견 나갔던 공무원 24명의 인건비 12억원까지 합치면 적자 규모는 5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부천시는 올해도 예산만 축내는 축제를 강행할 태세다.
3600억원 규모의 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 등으로 부천시 재정은 악화 일로에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02년 80% 수준이던 부천시 재정자립도는 2008년 말 현재 58%로 곤두박질쳤다.
부천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는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다. 올해는 두 번째 개최니까 입장객 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역 특색 없는 소모성 축제
= 부천 무형문화엑스포는 전형적인 `특색 없는 소모성 문화축제`라는 지적이다. 실패가 처음부터 예견된 셈이다.
부천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행사 주제인 `전통문화 계승ㆍ발전` 사이에 연관성이 없고 관람객 흥미를 끌 만한 콘텐츠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민속춤 공연단을 부르고 남사당 줄타기 놀이, 태껸 시범 등 짜깁기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산만하고 재미도 없었다는 게 축제를 관람했던 시민들 얘기.
엑스포 조직위원회 관계자조차 '이미 지자체별 축제가 많아 주제를 겹치지 않게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전통문화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등 유사한 성격의 문화축제가 전국에서 수차례 열린다. 심지어 가까운 인천 부평구에서조차 전통문화 행사인 `부평풍물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개ㆍ폐막식 때는 거액을 들여 행사 성격과는 무관한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체 입장객의 3분의 1 정도인 6만여 명이 개ㆍ폐막 행사 때 엑스포를 찾아 유일하게 흥행한 프로그램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김관수 위원장은 '가수들을 부르는 데 5억5000만원이 들었다'며 '전통문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어색한데 가수들을 부르는 데 돈을 쓰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행사 때 본 적자로 족하다'며 '올해부터는 행사를 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누구 책임인가
= 시의회 등은 엑스포 개최를 반대하며 '꼭 행사를 열어야 한다면 준비 기간을 늘려 2009년부터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만류했지만 부천시는 지난해 기어코 축제를 열었다.
주제 선정부터 입장객 동원까지 무리를 거듭하면서까지 보여주기식 행사를 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재선을 노린 홍건표 부천시장의 욕심이 실패를 낳았다'고 평한다. 급기야 부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부천시가 요청한 2009년 문화예술 분야 사업 예산 121억900만원 중 엑스포 행사비 60억원을 포함한 69억6200만원을 삭감하는 등 올해 엑스포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 올가을 행사를 열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조직위 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엑스포를 개최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배한철 팀장 / 조한필 기자 / 박동민 기자 /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 박소운 기자]

(사진)1년에 단 3주 동안 열리는 엑스포 기간을 제외하면 내내 굳게 닫혀 있는 부천 원미구 상동 일대 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 전시장.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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