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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 ⑨ 격변기 갤러리가 사는 법

이대형


미술시장이 점점 글로벌화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 없이 예쁘게 꾸며놓기만 한 갤러리는 더 이상 살아 남기 어렵다. 세계지도를 펼쳐들고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까 밤새 고민하는 역동적인 갤러리가 앞서 나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어려울수록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위기는 기회를 낳는다고 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갤러리가 살아 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획력이 탄탄하거나 신진작가를 잘 키워 내는 화랑이 있는가 하면,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확실한 컬렉터 층을 확보하고 있는 화랑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갤러리들은 공통적으로 요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자본이 뒷받침되어도 기획력이 부족해 엉뚱한 곳에서 예산 낭비가 일어난다. 실제로 웬만큼 잘 나가는 화랑들은 미국·중국·홍콩에 지사를 두고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워 왔다. 시장에 진입하는 공격적인 자세는 좋았지만 뭔가 큰걸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철수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지금 화랑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시장의 버블과 함께 커진 거대한 몸집이 그 한 원인이다. 이미 기업화된 화랑들이 자본만 앞세우고 몸집 불리기를 계속 고집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낼 만한 기획력과 체질개설을 기반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극한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이인수합병(M&A)을 통해 자본과 몸집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그 기업들은 체질을 개선해 군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고 걷는 대신 뛰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미술시장도 서로 다른 개체 간의 통합인 통섭을 통한 체질개선을 두려워 해선 안 된다.
우리는 미술 시장과 비슷한 럭셔리 시장의 선두주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LVMH는 루이뷔통(Louis Vuitton), 펜디(Fendi), 도나카란(DKNY),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등 쟁쟁한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6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복잡하지 않고 대단히 단순하다. 각 브랜드가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자율성을 유지한다는 기본 방침 아래 재료를 공동구매하여 원가절감 효과를 얻고 정보를 공유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법률·회계·재료·물류는 통합하고, 개별 브랜드의 얼굴에는 독자적인 자율성을 부여해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물론 작가를 관리하고 전시를 만들어내는 화랑의 운영과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운영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되지만, 기업의 통합과 개별 브랜드의 독자적인 개성을 살려준다는 전략은 브랜드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참고해 볼 만하다.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은 멀티 브랜치 갤러리 모델의 전형이다. 미국·영국·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판매망은 수많은 스타 작가들이 래리 가고시안과 함께 하길 원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페이스 갤러리는 야심차게 아시아 미술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장샤오강, 장황, 이우환 등과 전속계약을 마쳤다. 같은 맥락에서 베이징 798 예술지구에 2000㎡(600평)가 넘는 공간 페이스 베이징(PACE Beijing)을 마련했다.
아시아쪽 갤러리 중에서는 단연 아라리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한국·중국·뉴욕에 위치한 미술관 규모의 전시장을 자랑한다. 싱가포르·자카르타·베이징·취리히의 공간을 활용해 유럽과 아시아 미술의 교류를 하고 있는 아트시즌 갤러리나 싱가포르·베이징·상하이·홍콩을 기반으로 한 오사즈 갤러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화랑들도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해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규모가 작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다며 조바심을 키웠고, 그래서 무리한 확장 공사가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급하면 탈이 난다고 했던가. 인력배치와 세부전략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피지 못했다. 미술 시장이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 된 이 같은 시스템에 의지해서는 배가 좌초하기 십상이다.
화랑의 경쟁력은 내부적으로는 가벼운 공간과 인력구조를, 외형적으로는 탄탄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국제 네트워크에 있다. 그래서 작은 신생 화랑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큰 화랑에서 가지고 있는 지나치게 높은 유지관리비는 작가의 창작 의욕을 갉아먹는다. 매달 팔기 위한 전시를 해야 거함이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랑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 나가야 한다. 합동·합작 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이다. 펜디와 도나카란은 같은 회사지만 전혀 다른 브랜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위기는 공간과 공간의 합작을 넘어, 공간과 자본 그리고 아이디어의 합작이 보다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결코 혼자 만들 수 있는 수공예품이 아니다. 기획·디자인·마케팅의 3박자가 맞아 들어가야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이종교합이 만들어낸 괴물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milklee@gamil.com 큐레이팅 컴퍼니 Hzone 대표
http://www.fnnews.com/view?ra=Sent1301m_View&corp=fnnews&arcid=090129165306&cDateYear=2009&cDateMonth=01&cDateDay=29
▲ 군수품 공장을 개조해 지난해 개관한 갤러리 페이스 베이징. 뉴욕의 페이스 빌덴슈타인 갤러리가 250억원을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 공간으로,페이스는 최근 이우환,장샤오강 등 아시아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 아라리오 갤러리는 충남 천안에서부터 서울,베이징,뉴욕에 이르기까지 대형 전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중국,인도 등 스타급 작가들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뉴욕에 오픈한 아라리오 뉴욕은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수출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 오세이지 갤러리는 홍콩,베이징,상하이,싱가포르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아시아 현대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선다는 목표로 2004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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