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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편집부

첨부파일 : 서울관추진경과.hwp


부록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한 세미나
일시 : 2004. 12. 21 화요일 오후 2시~5시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사회교육관 강당
주최 :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한국미술협회, 민족미술인협회, 미술인회의
□ 세미나 기조발제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오늘 이 순간이 한국 문화에 획기적인 금을 그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되리란 기대를 갖고 소견을 얘기합니다. 한 나라의 모든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 미술관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국립미술관이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에 등장하는 사나토리움처럼 도심지에서 격리되어 있는 산자락 밑에 있고 진입로도 없어, 어린이 놀이터의 코끼리 열차를 타고 들어와야 할 기막힌 형편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신설문화부에서 제일 먼저 작업을 한 것이 국립 현대미술관에 길을 내는 것이었으며 소장품들을 밖으로 내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을 이용하여 이동 전시회 등을 갖는 “움직이는 미술관”의 이벤트였습니다. 사실 그러한 보완책으로 미술관의 직접 입관자와 맞먹는 많은 관람객수를 확보하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귀한 소장품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위험한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고 임시적인 보완책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보면 오늘 이 자리는 어쩌면 제가 10여년 전 그 때 품었던 한을 털어놓는 기회가 될는지도 모릅니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오다가 이번에야 말로 국립 현대 미술관이 도심지에 자리하게 될 좋은 기회를 놓고 여러분들과 함께 담론을 나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역사가 바뀌면 한 건물의 기능이 변화되고 따라서 그 공간도 달라지게 됩니다. 오늘날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왕권이 무너지고 국민국가가 탄생하면서 대부분의 궁전이 시민의 문화시설로 바뀌게 된 것들입니다.
대포가 생겨서 중세의 도시 성곽들이 그 기능을 잃게 되자 성곽이 파리의 경우처럼 공원 산책길로 바뀐 예도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소련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귀족들의 사교장이었던 호화로운 호텔 루비앙카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KGB사무실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서양문화와 접촉하기 시작한 구한말-일본의 식민지-해방공간 -전쟁 그리고 산업시대로 역사가 굽이칠 때마다 도시의 모습과 건축물들의 기능 용도가 바뀌는 것을 직접 목격해 왔습니다. 지금 냉전이 끝나고 탈산업주의 바람과 21세기의 지식정보사회를 맞이하면서 산업시설, 군사시설, 그리고 일부 교육시설 등이 재배치되고 심지어는 수도를 옮기는 문제까지 논의 되고 있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이같은 도시 공간의 재배치와 건축물의 기능변화는 우리가 겪어야 할 21세기의 새 문명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맨포드가 20세기의 도시를 ‘죽음의 골짜기’라고 언급했던 것은 오늘날의 도시형태가 , 특히 한국이 그렇습니다만, 도심지가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 아니라 대부분이 행정이나 비지니스의 공간이 점유하고 있는 현상때문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도시의 어매니티(amenity:생활의 즐거움과 편의성), 인간들이 사는 희열의 공간, 매력의 공간,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도심지 외곽으로 가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있는데 그것은 일터에서 돌아와 쉬는 밤에만 불을 밝히는 베드 타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리치같은 사람들은 오늘날의 주택은 자동차 차고를 원형으로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는 주행이 멈추고 움직이지 않을 때에만 차고로 들어가게 됩니다. 인간역시 인간의 활동이 멈췄을 때 집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도시는 일제 식민지 기에 형성된 것들입니다. 서구의 근대 도시 형태와는 아주 다릅니다. 시민사회가 일찍 발달한 서구 도시에는 시민들의 문화시설인 극장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등이 중심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비만 식민지의 경우에는 예외없이 통치자의 행정기관이 위압적으로 그리고 권위주의적 양식으로 한 복판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일제 식민지 시대와 더불어 도시문명과 도시문화가 생겨났기 때문에 서울을 위시해 지방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큰 건물들은 시청이나 군청과같은 행정기관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도시의 랜드 마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도시든 지방의 중소도시든 예외가 없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 마을과 도시에서 제일 크고 웅장한 건물이 눈에 띠는 것들이 모두가 그러한 권력기관들의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중앙청이 국립 박물관으로 되어 있었지만 일제시대에는 총독부 그리고 독립후에도 중앙청으로 광화문 일대는 전부 행정기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식민지시대가 가고 민주화의 시대를 맞게 된 오늘날 더더구나 정보네트 워크시대에는 행정기구가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시설이 중심이 되는 어매니티(amenity)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벌써 그러한 변화는 광화문일대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시청 앞 광장이 변하고 광화문 거리의 배너와 간판들과 세종문화 인사동 그리고 소격동의 갤러리등 많은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곳 이전하는 기무사터에 새로운 국립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것은 비단 접근성이 나쁘다거나 천만 시민들이 찾기에는 너무나 규모도 작고 전시공간도 불편하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미술관은 성장하지 않으면 소멸 한다’라는 소위 어인벨디에가 얘기하는 하나의 법칙이 있습니다. 미술관의 현상유지는 소멸을 의미하며 끝없는 성장만이 미술관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오늘날 미술관들은 옛날에 수집했던 미술소장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가장 큰 두 가지 기능그리고 연구 기능까지 합치면 대체로 세 가지 기능으로 용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소장을 한 소장품과 그 전시는 이미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성장을 멈춘 것들입니다. 그러나 미는 창조되고 시대는 변한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가지 않으면 미술관은 묘지처럼 되고 맙니다. 어떤 형태로든 미술관의 운명은 성장하도록 되어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립현대미술관도 접근이 불편하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어디엔가 또 하나의 성장을 약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구에는 처음 소장한 미술품을 그대로 유지하고 성장하지 않는 채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유명 미술관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제가 조사한 것을 보면 런던의 왈래스 컬렉션, 뉴욕, 파리의 논야디에 미술관 등은 초기 미술관에서 전혀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퐁피두나 런던 국립미술관 등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성장을 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법칙에 충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컬렉션을 갖고 개관한 미술관이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랜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일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세상에서 이렇게 성장하지 않으면 소멸할 수밖에 없는 공간인 미술관이 사실은 반 시장원리의 전형이라는 점입니다. 자본가운데 가장 퇴장되어 생산성으로 환원되지 않은 것이 군사투자와 미술품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가로 사들인 무기나 미술품은 재생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곳에 투자된 돈은 그대로 동결되어 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이라는 시장원리로 보면 미술품과 병기에 들어가는 돈처럼 순환이 막혀버리는 것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미술관의 미술품들은 시장가로 환산하면 엄청난 돈으로 환산되지만 그것을 내다 팔거나 가용자권으로 이용할 수는 전무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모든 것이 시장 원리로 풀어가지만 미술품, 미술관이라는 것만은 반 시장원리 위에 서있는 특수한 공간이면서도 끝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특이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위정자나 국민이나 관계 행정관들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모순된 논리의 미술관이 어느 나라에서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술관이 중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만들기가 문제인 것이며, 그러기 때문에 이런점이 바로 기무사 자리가 다른 공간으로 쓰이기보다는 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논리의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미술관의 기능 중 미술품을 소장하고 보존하는 역할이 있으며 아시다시피 미술품은 개인소유이건 국가소유이건 모두 성격상 공공재에 속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가령 이게 누구 자동차냐 라고 묻는 경우와 이게 누구 그림이냐라고 물을 때의 대답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구의 자동차냐고 묻는 말에는 그 자동차의 소유자를 댈 것이지만 누구 그림이냐고 하면 김홍도의 그림이요라든가 마치스의 그림이요 라고 합니다. 즉 소유자가 작가의 이름을 대는 것이지요.
미술품은 소유자에 있으면서도 그 본질은 항상 그린 사람과 보는 사람사이에 존재합니다. 원래 시각자료가 다 그런 것이지만 소유자와 관계없이 여러사람들에 눈에 띠는 것이 그리고 감상하는 것이 미술의 특성입니다.
그러나 미술품의 경우 소장자는 한상 보존 기능을 강조하게 되고 시민의 입장에서는 전시 기능을 강조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 화랑이나 사설미술관과 다른 국민의 세금으로 운여해 가는 국립 미술관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
미국 박물관은 많은 작품을 수장고에 보관한 채 전시를 절제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미국 박물관의 전 소장품의 반수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사람의 순에 띠지 않은 수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또는 전시공간과 전시 경비가 없어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을 전시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경우 , 값비싼 문화재들은 도난만이 아니라 보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장애를 갖게 되고 손상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 소장품을 전시하는 곳은 미국의 클리브랜드 미술관 한 곳이라고 합니다.
공공재로서 국가의 재산인 미술작품에 대해 수장하고 보존해야 하는지 혹은 기록이 우선인지 아니면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봐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이항대립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들은 누구라도 언제이든 볼 수 있을 때 그것은 미술관의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한대로 국립미술관의 소장품들을 한사람에게 라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 특수차량에 미술품들을 싣고 병원 공단을 비롯 많은 시설들에 전시를 했지만 차량사고나 화재등 위험 요소들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수천억이나 하는 그림을 그냥 놔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원을 썪히는 불경제라고 말하여 그대로 감행했던 것입니다.
보존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전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들 잘 알 것이며 따라서 작품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보여 줘야하고 본다고 해서 작품의 미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신념으로 육천 점의 귀중한 작품이 대여 공간이나 국가 공공기간에 대여되었습니다. 이처럼 전시한다는 것과 보존한다는 것은 끝없이 싸웁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립 현대 미술관에 기증을 하겠지만 기증자는 상설 전시할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항상 전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조건으로 작품을 기증합니다.
이럴 경우에 오늘날의 국립현대 미술관이 그런 기증 작품들을 상설 전시를 할 수 있는 기능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모화백의 모든 작품을 제가 알선해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도록 주선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미망인을 만나면 그 많은 작품이 수장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애석해 합니다. 이런 문제는 국립현대미술관만 직면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해결점은 보존 기능과 함께 많은 시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기능을 가진 곳이 기능별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전 분리할 수 없어도 주로 학예관이나 전시 기능, 보존 기능 등 세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을 가진 미술관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기무사자리의 접근이 용이한 도심지에 전시기능을 살리고 본 미술관은 보존에 주력을 하는 두 기능을 나눌 수 있다면 아마도 세계에 없는 새로운 미술관의 개념을 지닌 공간이 생겨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궁과 그 인근에 밀집해 있는 화랑들과 인사동의 전통거리 세종회관의 문화시설들이 복합걱인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기무사 터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자리에 문화와는 관계없는 기관이 들어오게 된다면 오히려 현존하는 문화공간은 파괴되고 두기능이 모두 상극의 형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논리 모델은 오늘날 전 세계가 입장료로 미술관을 유지하는 곳은 없습니다. 비영리단체(NPO)들이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만, 작은 곳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미술관은 국가의 공공 재산으로 되어있습니다. 사실상 미술관이 자립한다든지 시장원리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므로 국가가 출자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공간이 미술관과 공연장입니다. 외국의 공연장은 입장료를 포함한 운영재원의 자립도가 55%가 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큰 극장들이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미술관의 경우 제가 가진 1980년대 외국의 통계입니다만 입장료수입이 전체 재정의 5~6% 밖에 안됩니다. 입장료 수입외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주차료, 음식점, 아트숍 등의 재원을 모두 포함하여 20~30%에 이릅니다.
그런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입장료 수입 외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무사부지에 미술관이 생기면 이곳은 화랑이 밀집하고 화상들이 드나드는 상업 지역이면서도 예술성을 가진 곳이며 관광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상당히 복합적이고 아름다운 레스토랑이나 판매점 및 부대 시설을 갖출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장사 목적이 아니라 오늘날의 자본시장원리가 미술관에도 적용되었을 때 활기를 띌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공공적인 것은 날이 갈수록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무사부지에 새로이 건립될 미술관에서 시민들이 활발하게 시각적 체험을 하며, 이것이 디자인 상품이 되며, 개인의 패션이 되며, 건축이 랜드마크가 되는 도시 어매니티(amenity)의 발신처로 기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거리의 더럽고 조잡한 간판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은 서울시민의 인내심이 아니라 미적 둔감성에서 오는 것입니다. 만약에 기무사부지에 미술품을 어렸을 때부터 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다면, 그런 조잡스런 간판이나 무감각한 색채의 간판은 가만두어도 사라질 것이고 서울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이러 s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피드백이 되고 공공의 재산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말씀드릴 마지막 모델은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미술품을 미술관에 진열하는 것과 일반 공공건물에 전시하는 것을 테스트해 봤습니다. 이것은 매우 유명한 모델로 로빈슨(E. S. Robinson)의 1980년대 자료인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스톱워치로 재봤습니다. 규모가 다른 네 개의 박물관에 들어오는 관객들을 뒤쫓아 다니면서 미술관 체류시간과 작품감상시간을 포함하여 들어와서부터 나갈 때까지 소비하는 시간을 조사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미술관이 크건 작건 평균적으로 30분이면 한바퀴 돌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제일 많이 서있고 중간은 거의 지나갑니다. 그리고 멈춰있는 시간이 대개 30초인데 띄엄띄엄 떨어져 있으면 많이 보고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여 놓으면 그냥 지나칩니다. 이것을 도서관, 미술관 피로라고 이름 지었어요. 미술관은 대단히 피곤한 곳입니다. 작품이 많을수록 피곤한 것이고 미술관은 클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곳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큰 국립현대미술관을 두고 작은 미술관에 전시 전문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도서관 피로, 미술관 피로라고 하는 체감법칙과도 연관된 것이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거의 전시 기능에 있어서도 나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무사 부지에서는 보존보다는 새로운 전시 기법 등 보다 전시에 비중을 두고 힘을 실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품만 전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연구하고 조사하며 온라인을 통해 수시로 시민의 환경이 될 수 있는 새 개념의 미술관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 오늘 토의하고자 하는 기무사 자리인 것입니다. 자연이 있고 구석지면서도 도시의 중간점에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산자락밑, 조용하면서도 번화한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드믈며 이런 최적의 자리가 바로 기무사 자리이고 이는 하늘이 주신 자리인 것입니다.
만약 이곳에 새로운 의미의 전시관이 들어선다면 관광은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 수준과 문화 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발신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세계 어느 곳의 미술관에서도 볼 수 없는 국립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갤러리들과 어울려서 공공성, 상업성, 관광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만족시키는 작은 기적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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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추진경과
국립현대미술관

Ⅰ. 도심 이전 검토 배경 및 추진경과
가. 검토배경
ㅇ 국민의 정부(1999.4) 출범 시부터 협의 및 보고(기무사,B.H)
ㅇ 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유일의 국립미술관 기능과 역할 수행곤란
ㅇ 미술계의 지속적인 도심 이전요구
ㅇ 시민들의 접근성 불편을 호소

나. 추진경과
ㅇ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이후부터 미술계에서 꾸준하게 서울도심 이전 또는 서울도심의 분관 설치에 대해 논의
ㅇ 1993년 기무사 교외이전 약속
ㅇ 1996. 2월 이두식, 조병화, 김홍남, 장세양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설립하자는 건의서를 관계요로(청와대, 서울시, 국방부, 문화체육부 등)에 제출
ㅇ 1998. 5월 미술관 업무현황 보고시 (신낙균장관) 미술관을 서울도심 이전 건의
ㅇ 1998. 7월 국립현대미술관 이전 대상 후보지를 자체적으로 검토
ㅇ 1999. 3.30 및 4.12에 국군기무사령부 부지 및 자유총연맹 부지를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이전 타당성 검토보고(신낙균장관)
ㅇ 1999. 5.18 동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신낙균장관)
ㅇ 2000년 4월 기무사 건물 철거 후 그 위치에 신축안 발표. 예총, 민예총, 민미협, 미협 등 문화단체가 기무사 신축안 반대, 이전을 요구
ㅇ 2000. 4.19 문화부장관과 국군기무사령관 회동 기무사 교외이전 추진 및 문화시설로 활용토록 요청(박지원 장관, 김필수 중장)
ㅇ 2000. 5. 1 기무사 신축 및 이전 관련 원점에서 재검토
ㅇ 2000. 5.15 사간동 문화 공간 건립계획(안)보고 및 문화부 차관 (김순규차관)과 국방부 시설국장간 부지활용 및 교환문제 협의 ㅇ 2000. 8. 2 사간동 문화공간 조성(안)보고(박지원장관) 및 청
와대 보고
ㅇ 2000.10. 6 사간동문화공간 조성계획(안)및 경과보고 (김한길장관)
ㅇ 2001년 1월 기무사 내곡동 이전을 추진하였으나 입지 조건이 맞 지 않아 후보지 변경
ㅇ 2002.4월 국방부, 과천시 주암동으로 2006년까지 기무사 이전방 침 발표
ㅇ 2002년 4월 15일 소격동 미술문화공간건립 계획 보고(남궁진 장 관)
ㅇ 2003년 5월 13일 행정관리주무과장 회의용으로 <사간동 미술 문 화 공간 조성>을 문화부에 제출
ㅇ 2004년 6월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예술의 힘>(p.178-179)에 반영
ㅇ 2004년 12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한 세미나 개최(국립중앙박물관 사회교육관 강당)
ㅇ 2004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방안연구보고서 발간 (한국문화관광 정책연구원)
ㅇ 2005년 1월 기무사부지 국립현대미술관 건립계획 보고(B.H)
ㅇ 2005년 2월 21일 시민단체인 <국군기무사부지를 활용한 국립현 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
ㅇ 2005년 16-22일 <국군기무사 부지를 활용한 국립현대미술관 서 울관 건립을 희망하는 미술인들>전 개최(인사동 및 사간동일대 화랑, 약 700여 작가 출품)
ㅇ 2005년 2월 21일 시민단체인 <국군기무사부지를 활용한 국립현 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
ㅇ 2005년 7월 3일-9일 도코모모 코리아 주최 <기무사 부지를 활용 한 미술관 건립 건축 전국공모>전 개최
ㅇ 2005년 11월 22일 국군기무사부지를 과천이전 확정
Ⅱ. 도심관 설치를 위한 전제
1. 미술관은 한 국가의 시각예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의 척 도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동시대의 정신 과 창조의 역량을 보여주는 국가 기관으로서 국민통합을 위한 문화적 기능을 담당함.
2.정부의 정책목표인 참여민주주의, 문화 예술의 민주화(대중화), 국민의 문화향수권 신장을 통한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그에 걸맞 는 환경과 조건(문화 인프라)의 구축 필요성 제기
3.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주 5일제, 2만불시대의 선진 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국가 이미지 마련의 필요성
4. 현대미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는 만큼 접근이 용이한 도심에 미술관을 두어 시민들이 수시로 그리고 되도록 많은 사 람들이 자주 많이 보게 함으로써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안목 도 생기며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문화국가, 삶의 질 향상을 꽤 할 수 있음.

Ⅲ. 도심관 설치의 불가피성
1. 선진국의 대표적 미술관은 예외없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데 반 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심으로부터 22km나 떨어진 산자락에 위 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불편
2.접근성의 불편은 시공간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까지 겹쳐 미술관에 대한 관심의 저하로 나타남.(최근 들어 관람 객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 중 하나)
3. 미술관은 연구와 보존, 전시만이 아니라 교육기능도 큰 몫을 한 다. 현재의 위치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한계.
4. 여타 문화 및 관광자원과 연계된 문화벨트로서 부적합.
5.따라서 유일한 국가대표미술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며 국민에 대한 문화적 서비스 및 발전을 위한 기회가 크게 제약받고 있음.



참고자료

위치, 교통수단 및 소요시간
< 위치 >
ㅇ 서울도심(광화문)으로부터 16㎞
< 교통수단 및 평시 소요시간 >
ㅇ 차량(승용차 및 관광버스)
- 광화문 기준 약 60분
- 굴곡진 우회진입로 4㎞
ㅇ 지하철(4호선 대공원역)
- 시청역기준 대공원역까지 약 40분(6분간격)
- 대공원역 - 미술관
․ 도보 20분 (1.5㎞)
․ 미술관왕복버스 6분 (20분 간격, 무료, 4Km)
코끼리열차 15분 (5분 간격, 일반 600원)
․ 리프트카 15분 (일반 4,000원(편도) 7,000(왕복)
<총 소요시간>
ㅇ 차량이용시 (광화문-미술관 현관) 1시간 30분
ㅇ 대중교통(지하철)이용시(시청역-미술관 현관)1시간 20분
* 성수기 ; 4,5,6 및 9,10월 과 여름, 겨울방학기간
-- 차량 이용시 미술관 우회진입도로(4Km); 40분-1시간 이상 소요
-- 특히 토, 일요일 경마공원 개장 시 도로정체 극심
-- 추후 국립과학관 이전 후 도로정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

Ⅲ. 현 국립현대미술관 여건 검토
가. 입지적 측면
1) 교통 불편
서울도심 및 지하철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왕복에 많은 시간이 소요.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신축 이전 당시부터 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 이후 지하철의 개통으로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대공원역으로부터 4km나 떨어져 있어 접근의 어려움은 상존(미술관 진입로는 대공원 외각의 왕복 2차선 길을 돌아서 다녀야 하는데다가 토․일요일에는 인근 유원지의 행락인파와 교통체증으로 통행불편이 가중되고 있음. 행락객들과 미술관 관람객은 목적이 다르며 행락객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주차비가 저렴한 미술관 주차장을 편법으로 이용하기 위해).
2) 주변시설과의 연계성 결여
서울랜드, 서울대공원, 경마장 등 주변시설은 대부분 위락시설로서 미술작품 감상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는바 수준 높은 문화관광자원과의 연계 필요
3) 유료관람객 유치의 한계
평일에는 소수의 미술애호가 또는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고작 이며, 휴일이나 주말의 경우에는 주변시설 행락객의 방문으로 관람자가 많으나 순수한 미술 관람객은 여전히 적음
- 전체 관람객 중 52%이상이 초ㆍ중 ․ 고생이하의 무료관람객
- 관람객 대부분은 소풍, 놀이로 주변 위락시설(서울랜드 등)을 찾은 후 방문
- 학교의 여가활동의 일환으로 주변위락시설과 연계방문. 따라서 교육적 효과보다는 일반적인 견학 수준에 머물음.
연도별 관람객 현황(과천) / 도표 생략

나. 기능적 측면
1) 국민의 미술문화 향수권 신장 저해
ㅇ 국민에 대한 문화 복지 제공이라는 국가의무 수행 곤란
ㅇ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여건상 미술 감상, 미술교육 등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함
ㅇ 주변의 위락시설로 인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원지에 왔다 가 잠시 들르는 위락시설로 인식되고 있음
2)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도 미흡
ㅇ 외국의 주요미술관과는 달리 도심에서 멀고 주변 문화시설과의 연계성 결여로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곳을 찾고자 하는 국내외 관광객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음(일일 관광코스에서 제외, 시내 미술관 투어에서 제외)
ㅇ 이에 따라 한국 유일의 국립현대미술관을 관람하지 못한 외국인들에게는 “국립미술관 없는 한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들에게 한국의 미술문화를 알게 하는데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국가 이미지 저해
ㅇ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와 관광의 연결 고리 미흡

3) 국가대표미술관으로서의 기능수행 곤란
ㅇ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계를 대표하는 국가미술관으로서 미술관문화를 선도하고 시각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나“미술인마저도 찾지 않는 미술관”이 되어 이들로부터 점점 소외되어 가고 있음
ㅇ 사립미술관이 양적으로는 많지만 운영의 어려움으로 양질 의 문화 향수 기회 제공이 미흡한 만큼 국가가 이를 제공할 의무 상존
다. 시설측면
1) 전시장 중심의 설계
ㅇ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 보다는 근대미술, 회화 중심 으로 설계되어 현대미술 수용에 부적절. 현대미술관의 경우 천정고가 최소 6m 이상이 되어야 하나 5m에 불과
ㅇ 현대미술관의 중요기능인 사회교육시설, 휴게시설, 보존처리시설에 대한 배려 부재. 특히 실제로 청소년층의 방문이 많은 것과는 달리 미술 애호층을 염두에 둔 설계
ㅇ 대규모 전시장으로 특색 있고 다양한 현대미술을 수용하는데 한계 노출. 따라서 현대미술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중ㆍ소 규모전시개최 곤란
ㅇ 전시장의 시설 노후로 적정 항온 항습 기능의 어려움
2) 편의시설의 부족
ㅇ 각종 편의, 휴게시설의 부족 및 협소 (카페테리아, 식당, 야외 도시락 식당, 그늘 막, 라커 룸, 로비 등 )
ㅇ 도시계획상 미술관의 시설 확장이 불가하여 관람객의 편의시설 제공 및 개선에 한계점 노출
검토 의견
ㅇ 국립현대미술관은 교통, 주변여건, 관람객 유치와 이에 따른
수행기능,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현재의 위치는
매우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됨
ㅇ 따라서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이 이용하기 쉽고 내․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이 편리한 서울도심에 분관을 마련하는 것이
조속히 요망됨
ㅇ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도심관 설립은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혁신과 변화를 상징하는 문화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며
“문화 복지 구현”과 “문화민주주의 구현”을 향한 상징
적인 사업이 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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