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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감정제도 개선책은 없나] 상, 중, 하

편집부

[미술품감정제도 개선책은 없나] (상) 위작 시비와 맞물린 미술품 감정제도
감정기관 권위 약화… '진위 여부 못믿어'
화랑들 주축으로 설립한 감정연구소가 국내 유일
전문가 부족하고 감정기법도 초보적… 신뢰 논란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품으로서의 감상과 재테크,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관심의 크기 만큼이나 이슈가 되고 있는 것. 바로 위작(僞作) 문제다.
진위 여부를 걸러내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에 의한 감정(鑑定)이 있다. 국내 감정기관의 신뢰가 취약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위작 사건은 필연적으로 감정 제도의 신뢰성의 문제와 맞물리며 최근까지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국내 미술품의 위작 실태와 그에 따른 감정 제도의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해 진단해본다.
미술품 위작으로 유명세를 치른 대표적인 작가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중섭. 2005년 이중섭의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작품 중 4점이 서울옥션에서 총 3억여원에 낙찰됐으나 위작으로 밝혀졌으며, 검찰조사를 거친 결과 유족이 소장하고 있던 나머지 작품 3,000여점이 모두 위작으로 드러나며 사회적 파문은 거셌다.
이중섭 사건이 미술품 위작 파문의 물꼬라도 튼 듯 천경자ㆍ변시지ㆍ이만익ㆍ권옥연 등 유명 작가들의 일부 작품이 줄줄이 가짜로 밝혀지면서 미술계가 불안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모 격주간지가 45억 2,000만원으로 국내 최고(最高) 경매가를 기록하고 있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를 실으며 위작과 감정을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또 지난 3월에는 권옥연의 ‘소녀’(3호 크기)가 서울옥션의 자체조사에서 가짜로 드러나는 등 미술작품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작가의 가짜 그림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는 작품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해외 미술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등 유명 화가의 위작 판화 수천 점을 팔아온 5명의 사기범이 미국에서 적발돼 기소되는 등 해외에서도 예술품 짝퉁 사건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위작을 걸러내기 위한 수단이 바로 진품 감정이다. 국내에는 화랑 대표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한국 미술품 감정 연구소(소장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가 유일한 미술품 감정 기관이다.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는 감정 기관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점. 국내 근현대 작품 대부분을 감정하는 한국 감정연구소는 미술품을 유통하는 화랑 자신이 설립했다는 이유 때문에 감정결과의 권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수근의 ‘빨래터’에 대해 이들은 최종적으로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가짜 가능성을 제기한 측에서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감정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국내 감정기관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 raisonne)가 거의 없으며, 감정 기법이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에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는 작가로는 장욱진이 유일하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외형은 작품을 수록한 도록 형식이지만, 작품의 재료, 기법, 제작시기 등 기본 정보 외에도 소장이력, 전시이력, 참고자료, 작가의 생애, 제작 당시의 개인사, 신체 및 정신상태 등을 집대성한 ‘분석적 작품총서’다. 해외의 경우 위작 논란이 불거지면 해결의 실마리를 카탈로그 레조네에서 찾는다.
감정기법과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감정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방법은 주로 출처확인과 안목 감정이다. 그 밖에도 과학적인 기법의 감정 등 감정방법은 다양하다. 안목감정은 눈으로 작품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감정 결과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 쉬워 해외에서는 가장 초보적인 감정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적인 감정기법이 국내에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 과학기법을 동원해 감정을 하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감정 의뢰자를 설득하기가 쉽지않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 평론가)는 “프랑스의 경우 감정 전문가가 1만 6,000여명에 달하는 데 우리나라는 150명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미술품 감정이 안목감정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과학감정을 해도 미술품 감정은 100% 완벽할 수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감정기관 설립이 추진돼야 하며 아울러 작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경제 3.24,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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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제도 개선책은 없나] (중)현행 미술품 감정 제도의 문제는?

감정위원 '안목'에 의존 결론 도출
의견통일 안될때 시행하는 '과학감정'은 걸음마단계
작가별 재료사용 특징등 국가기관차원 DB구축 시급

지난해 11월 '이중섭 박수근 위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 관계자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위작으로 판명된 이중섭 그림을 펼쳐 보이고 있다.
현행 미술품 감정이 어떤지 살펴보자. 화랑 대표들이 주축이 돼 설립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국내 대표적 감정기관 '한국 미술품 감정연구소'.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 원작과 진품을 접해왔고 진위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감정위원으로 위촉되는데 현재 40여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정 요청 사안에 대해 9~12명의 감정위원들로 구성된 감정단이 꾸려진다. 전문가적 안목을 가졌다지만 이들이 '한눈에 딱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화풍과 도상 분석에서부터 색감ㆍ형태ㆍ마티에르(질감)ㆍ운필(붓질)ㆍ사용된 물감과 캔버스 등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이 짧게는 2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진행된다.
엄중구 미술품 감정연구소 소장은 '감정과정에서 '위작'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면 감정단 전체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토론과 의견 조율이 진행된다'면서 '위작 논란을 불러온 '빨래터'(박수근)의 경우 20명의 감정단 중 한 명이 '진품이 아니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대한 전체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감정 보류'로 판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절차에도 불구, 왜 감정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할까. 무엇보다 감정기관이 탄탄한 권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목이 탁월할 지라도 상당수 감정위원들이 상업화랑 운영자 자신이란 점, 그리고 그런 점들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인력으로서 권위를 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
감정위원 자격 제도나 국가 공인이 있으면 신뢰도를 얻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도 자격제도를 갖추고 감정위원을 임명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대형 위작 사건이 터질 경우에 한해, 국가가 감정 전문가를 위촉해 대처한다.
일반인들은 '사람의 눈'인 안목 감정보다 과학적 감정 기법을 더 신뢰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중섭 위작 파문이 일었을 때 '과학 감정'이라는 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품에 사용된 안료(물감)을 분석해 본 결과 운모 성분이 검출됐고 운모가 함유된 물감은 이중섭 사후에 개발된 것이었기에 위작임이 확인됐다.
과학 감정 기법에는 물감을 확인하는 안료분석, 그림 표면의 이면을 보는 엑스레이 촬영기법, 자외선 촬영기법, 도자기에 주로 사용되는 인광분석,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 등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 감정 방법이 능사는 아니란 게 미술계 주장이다. 김주삼 삼성미술관 리움 보존연구실장은 '과학적인 조사법일지라도 오차는 존재할 수 있으며 치밀히 제작된 위작의 경우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첨단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명쾌한 연대 파악은 결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가령 그림에서 발견된 안료들이 화가가 생존하던 당시에 사용됐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 그림을 해당 화가가 그렸다 단정지을 수 없다.
같은 시대 다른 화가가 그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관 과정에서 덧칠을 하거나 그림틀을 바꾼 경우, 연대측정에서 최근작으로 결론 내려지기도 한다.
김실장은 '핵심은 안목 감정이며 과학적 분석 방식은 감정 과정을 지원하는 보조적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경매사 크리스티도 안목감정을 우선시한다.
수개월에 걸친 연구 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에만 최종적으로 과학적 감정방법에 의뢰한다. 과학적 감정이 가짜를 입증할 수는 있어도 진짜를 밝혀주지는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우리의 과학적 감정 기법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비교 데이터가 부족해서 다양한 적용이 어렵다. 김겸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수복팀장은 '국가기관이 주도해서라도 과학적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수복팀은 지난해부터 오지호 작가를 시작으로 미술재료 사용에 대한 시대적 특징을 연구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10년째 자료실 산하에 한국 미술기록 보존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소장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화가들이 사용한 안료들의 샘플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 서울경제 3.25,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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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제도 개선책은 없나 ](하) 체계적 작가 연구가 해결 출발점
작가별 전문가 육성 시급
외국선 수십년 걸리더라도 '정밀감정' 진행
작가 재단·장기적 연구 재정 마련도 절실


잊을 만 하면 또 터져 나오는 미술품 위작 문제. 무엇보다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자료 부족으로부터 기인한다. 감정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결과를 뒷받침해 줄 근거가 결여된 까닭이다.
서양에서도 종종 위작 시비가 터지곤 하지만 대처하는 자세가 다르다. 해당 작가에 대한 연구를 평생에 걸쳐 지속해 온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상황을 정리한다. ‘진주 귀고리의 소녀’로 유명한 베르메르의 위작사건은 16년 만에 해결됐으며, 렘브란트의 위작을 조사하기 위해 결성된 ‘렘브란트 리서치 프로젝트’는 40여년째 진행중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 학예연구사는 “외국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작가 연구가 당연히 여겨지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미술품 감정은 시간이 걸려도 진행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는 재단(foundation)도 감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 재단은 화가의 일대기에 대한 연구, 즉 모든 작품의 목록 관리부터 소장 상황 파악, 작품의 수리 보수 복원까지 일괄 담당한다. 앤디 워홀 재단, 로이 리히텐슈타인 재단, 스위스에 있는 자코메티 재단 등은 진품임을 확인하는 스탬프(일종의 도장)를 발급할 정도로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는 진위감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최근 국내 전시가 열린 모딜리아니의 경우 체로니(Ambrogio Ceroni)가 집필한 카탈로그 레조네에 수록된 작품만이 진품으로 인정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카탈로그 레조네를 확보하고 있는 화가는 장욱진 정도가 고작이다. 지속적인 작가연구도 부족해 “박수근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박수근 미술관이 정작 박수근의 진품도 갖고있지 않다”는 한숨어린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따라서 국내 감정시스템이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 작가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가들이 사용한 재료 연구, 호암미술관은 작가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작가 본인과 주변 인물을 만나 증언을 기록하는 ‘구술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별 화가에 대한 전문가 육성이 절실한 반면 장기 연구를 위한 재정적 기반도 취약하다. 작가별로 재단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정부가 작가를 선정해 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한국식 작가 재단’을 만드는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국내 감정기관이 화랑 소유주의 주도로 운영된다는 것은 감정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시스템적 요인이다. 하지만 문화선진국으로 꼽히는 외국에서도 시장을 이끄는 상업주체가 감정에 깊이 관여하고는 있다. 영국의 경우 전문 감정에 크리스티와 소더비와 같은 경매회사가 나선다. 미술품 기부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미국도 ‘감정협회’ 등 대부분 감정기관이 영리로 운영된다. 다만 이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 업적과 성공적인 감정 사례, 소속 감정사의 명성 등으로 위상을 인정 받는 만큼 우리 감정기관의 현실과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또한 국내 감정 전문가의 절대 인력 부족 및 노령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경우 감정 전문가가 1만6,000명에 달하는데 국내는 15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진품에 대한 오랜 경륜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감정사들이 후진 양성에 소홀해 전문가의 명맥을 잇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명지대ㆍ경기대 대학원 등에 감정관련 학과가 개설됐으나 이들이 실제 전문 감정사로 활동하려면 수년에 걸친 안목과 경험과 요구돼 후진 양성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서울경제 3.28,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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