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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연감 2007-시각예술] 2006년도 미술전시회 경향과 미술계 변화

김달진


2006년도 미술전시회 경향과 미술계 변화

-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1. 2006년도 미술 전시회 통계
2006년도 국내에 이루어진 전시는 8,924건이며 한국작가가 해외에서 전시한 261건을 포함시키면 총 9,185건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문예연감 전시회 통계를 보면 2003년 6,943건, 2004년 7,413건, 2005년 9,049건으로 조사되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에도 2005년과 비교해 국내전시는 66건, 해외전시는 70건 증가해 총 136건의 전시가 증가했다.
최근 들어 ‘미술’이란 말 대신에 보다 포괄적인 ‘시각예술’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본 문예연감에서도 2006년부터 1년 전시회 결산을 시각예술로 표기하고 있다. 문예연감은 2004년 전시통계를 11개 장르로 나누어 통계를 내었고 2005년에는 2개 부문을 추가해 회화, 조각, 회화조각, 한국화, 서예, 디자인, 공예, 설치, 영상, 영상설치, 유물, 종합, 사진 등 13개로 분야로 전시를 나누었다. 기록의 측면에서 본다면 장르 구분이 필요하지만 요즘처럼 탈 장르시대, 혼합매체 시대, 작가 스스로도 어느 장르에 국한되는 것을 거부하는 시대에 모든 전시의 장르를 구분해 기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편 시각예술의 범위에 대한 구분 또한 각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6 문예연감은 시각예술을 평면, 입체, 공예, 디자인, 건축, 서예, 평론으로 나누어 장르별 그 방면 전문 평론가가 개괄하고 있고,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작품검색을 보면 시각예술분야의 작품을 한국화, 회화, 드로잉&판화, 조각, 뉴미디어, 공예, 사진, 서예, 디자인, 건축 10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전시의 분류는 ① 전시 주체에 따라 개인전, 단체전으로, ② 전시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 국내전, 한국미술 해외전으로, ③ 전시자의 국적에 따라 한국작가 전시와 외국작가 국내전으로 구분하였고 지역별, 월별, 장르별로 구분해 조사하었다. 지역은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제주 등 12개로 구분하였는데 광역시 중 울산의 경우는 전시 횟수가 적어서 경상권역으로 합산하였다. 전시의 장르별 구분은 개인전에만 적용하여 한국화, 회화, 서양화, 판화, 조각, 공예, 디자인, 사진, 설치&영상 , 기타 등으로 구분하였다. 회화는 전통적인 한국화나 서양화가 아닌 구분이 어려운 것, 설치&영상은 영상매체, 혼합재료 설치, 뉴미디어아트 등을 포함시켰고, 기타는 장르 구분이 어렵거나 복합적인 것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개인전의 장르구별도 어려운 문제이다. 미술가 스스로가 전공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적인 활동을 하고 사용하는 매체 역시 장르구분에 의미가 없다. 전시기록을 사료로 정리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일인데 기록자가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오류로 남기 때문이다.
2006년에 열린 8,924건은 크게 개인전이 4,588건으로 51.4%, 단체전이 3,666건으로 41%, 외국미술국내전이 670건으로 7.5%를 차지하였다. 2006년 한 해 개인전은 총 4,588건이 열렸는데 그 중 서양화는 1,115건으로 23.3%를 차지하고, 한국화는 679건으로 14.8%, 회화는 588건으로 12.8%로 나타났다. 서양화와 한국화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요즘의 경향으로 본다면 전시회의 반이 넘는 50.9%에 달하는 전시가 회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 장르로 공예 550건으로 11.99%, 사진 406건으로 8.85%, 기타 386건으로 8.41%, 조각 350건으로 7.63%, 설치&영상 229건으로 4.99%, 서예 133건으로 2.9%, 판화 89건으로 1.94%, 디자인 63건으로 1.37%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전시회가 열리는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총 9,185건 중 서울에서 5,624건으로 61.2%, 대구에서 632건 6.9%, 경기도에서 542건 5.9%, 부산에서 380건 4.1%, 대전에서 326건 3.5%가 열렸다. 이 중 서울과 경기도를 합하면 6,166건으로 전체의 67.1%가 수도권에서 열려 예술 활동의 수도권 집중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전시 50.64%와 비교한다면 2006년은 61.23%는 10.59%가 증가하여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서울의 인구 증가율, 지역작가 역시 서울에서 전시를 열어 알리고 싶다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표 1)
개인전의 경우 4,588건 중에서 서울에서 3201건으로 69.7%, 대구에서 349건으로 7.6%, 경기도에서 250건으로 5.4%가 열렸다. 개인전이 열린 시기를 보면 11월, 5월, 9월, 10월 순서로 집중되었다.(표 3)
단체전의 경우 3,666건 중에서 서울에서 2,423건으로 66%, 경기도에서 292건으로 7.9%, 대구 283건으로 7.7%가 열렸다. 단체전이 열린 시기를 보면 개인전과 비슷한 11월, 5월, 9월, 12월 순으로 집중되었다.(표 4)
1년 중 전시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달은 11월, 5월, 9월이고 적게 열리는 달은 1월과 2월이다.
2. 전시회 자료수집의 한계
시각예술활동은 전시회를 통해서 그동안 작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이 관람객에게 보여지고, 평가받고, 판매도 이루어진다. 전시회의 형식을 보면 작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서 전시를 여는 개인전, 미술관이나 화랑의 초대에 의해 작품을 출품하는 기획전, 몇 명이상의 작가들이 전시비용을 부담해서 갖는 단체전, 공모전에서 입상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 아트페어 부스에서 보여주는 전시회, 옥션에서 경매에 올려진 작품을 미리 선보이는 프리뷰 전시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런 전시회의 홍보를 위해 팸플릿, 도록, 초청장, 포스터 등을 만들게 마련인데, 일부 전시의 경우 인쇄물도 전혀 만들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전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이러한 전시홍보 활동은 매우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며, 팸플릿의 제작에 어떤 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시회 개최 사실을 신고하거나 전시관련 인쇄물을 납본받아 수집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아트페어의 개인 부스별 전시형태가 생겨나면서 작가 자신을 그 전시를 개인전으로 기록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이를 개별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하기 때문에 단체적이 아니라 별도의 개인전으로 잘못 분류되어 오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화랑이나 건물 외벽의 윈도우 전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 한 두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 이를 개인전으로 기록하느냐의 문제도 고민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이런 몇 가지 시각예술활동의 특성상 자료수집의 한계가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2006년도의 미술전시의 조사 자료는 월간 『서울아트가이드』1월호부터 12월호에 수록된 전시목록을 바탕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에 보내져 왔거나 출장에서 수집한 팸플릿, 엽서, 보도자료 등 과 신문 미술기사, 잡지 미술기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입수한 자료들을 추가하였다. 신문 미술기사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15종의 신문을 구독하여 스크랩 해서 참고했고, 지방신문의 경우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경남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광남일보, 충청일보, 인천신문, 전라일보 등 7개 웹사이트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제공받아 참고했다. 잡지는 미술 종합지인 『월간미술』, 『아트인컬쳐』, 『아트프라이스』, 『미술세계』, 『미술시대』를 비롯해 조각 전문지 『계간조각』, 공예 관련 『월간도예』, 『크라트』, 사진잡지 『월간사진』, 『포토넷』, 건축지 『공간』, 서예잡지 『묵가』, 『서예문인화』, 디자인잡지 『디자인』, 『디자인넷』, 문화재관련지 『박물관신문』, 『문화재사랑』, 지방 문예지 『대구문화』, 『대전예술』, 『부산예술에의 초대』 등을 활용했다.
자료 조사의 범위는 미술관, 박물관, 화랑, 문예회관 등 전시를 목적으로 건립된 시설 이외에 도서관, 대학교 내 전시장, 지하철 내 전시장, 회사 사옥 로비, 백화점, 전시장의 윈도우, 교회 등 종교시설 내의 전시장, 공연장, 카페 등 전시가 일어나고 있는 모든 공간의 전시를 수록하였다.
3. 대형전시, 주요전시
대한민국은 비엔날레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 많은 비엔날레가 있다. 이런 비엔날레는 처음 출발할 때 목표와는 달리 막대한 예산 소요로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2006년 가을에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가 같은 기간에 열려 상승효과가 아니라 경쟁체제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광주비엔날레가 ‘열풍변주곡’ 부산비엔날레가 ‘어디서나’를 주제로 가을에 전시기간이 겹쳐서 개최되었고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듀얼 리얼리티’도 열렸다. 미술계의 축제지만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고 이례적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한쪽에서는 주장했다. 사실 비엔날레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얻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비엔날레는 규모 비교보다는 내용의 차별화로 조급증을 버리고 뚜렷한 장기 발전 계획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2006년은 추사 김정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추사 서거 150주년을 맞이하여 현대화랑, 과천문화원,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연말에는 예술의전당 등에서 비중 있는 전시가 속속 개최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사의 대표작인 ‘세한도’를 공개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조선말기 회화전>에서도 추사 특별실을 마련했다. 추사에 대한 국제학술대회 및 추사학예 특강 등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미술 및 문화계에서 한 인물을 두고 이토록 대대적이고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는 사실로 보아도 추사의 비중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작고작가를 기리는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오윤 20주기전>, <주경 탄생100주전>, 덕수궁미술관의 <변관식 30주기전>, 아르코미술관의 <김수근 20주기전>, 갤러리현대 <임직순전>, 모란미술관, 가나포럼스페이스의 <전국광전>, 로댕갤러리의 <박이소전>, 조선일보미술관의 <김서봉전> 등의 유작전이 있었다. 또한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천경자전> 등도 이목을 끌었다.
한편 젊은 작가들의 전시 열풍이 이어졌다. 리움이 기획한 <아트스펙트럼>,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젊은 모색전>, 서울시림미술관 기획 등 대형 기획전과 더불어 메이저 화랑에서도 젊은 작가의 그룹전 및 개인전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이 국제시장의 기호에 맞고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원하다보니 여러 화랑에서 젊은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는 등 작가 발굴 및 유치에 열을 올렸다.
4. 외국미술 국내전, 한국미술 해외전
외국작가 전시도 강세를 보여 국립현대미술관의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R 펭크 2인전>, 덕수궁미술관의 앵포르멜의 선구자 <장 뒤뷔페전>, 삼성미술관 리움의 미국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전>, 대전시립미술관의 <조르주 루오전>, 경기도미술관 개관전인 <호안 미로 전>, 소마미술관의 <파울 클레전> 등이 있었다. 여기에 블록버스터 대관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위대한 세기-피카소전>, <르네 마그리트전>,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브르박물관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연말에 개막한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 등이 있었다.
한 ․ 불 수교 120주년 기념 전시로 프랑스 전시가 줄을 이었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장 뒤뷔페전>, 국립현대미술관의 <니키드 생팔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로베르 콩바스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다니엘 뷔렌전>, 환기미술관에서 열린 <공간의 시학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조르조 루오전>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언론사나 이벤트 기획사가 주최인 이러한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장기간 미술관을 대여하고, 미술관 자체 기획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를 낳았다. 민간 기획사들이 주관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 민간 차원에서 블록버스터 명화전을 유치하려면 보험료 외에 여러 명목의 비용, 사실상의 대여료를 내야 한다. 자체 홍보만으로는 흑자를 내기 어려워 언론기관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 전시장 대관료까지 내는 민간 기획자들은 수지를 맞추려고 관람객들의 구미에 맞는 기획을 하게 되고, 입장료를 높게 매길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전시가 집중되는 현상은 물론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을 타깃으로 잡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이 해외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기관이나 단체가 기획하는 전시, 국제전이나 공모전에 출품하는 전시, 개인전, 아트페어 출품 등이 있다. 2006년 한국미술 해외전은 2005년 191건 조사보다 많이 늘어난 260건으로 많았다. 전시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57건으로 21.92%, 중국 48건으로 18.46%, 일본 43건으로 16.54%, 프랑스 30건으로 11.54%가 이루어졌다.(표 5)
주요 전시로 1월에 뉴욕 한국문화원의 <무빙타임전>은 3부로 나누어 백남준과 젊은 비디오작가 30명이 출품하였다. 4월에 타이페이국립미술관에서 <투영-한국현대미술전>에는 젊은 작가들이 대거 출품했다. 5월에 스위스 르랑드롱 지홀강변에서 열린 <아르카날 2006>,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서 <김수자전>, 스페인 티센 보르네미술관에서 <배병우 사진전>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6월에는 독일월드컵기념으로 바덴바덴 레오폴드 광장에서 <문신조각전>, 뉴욕 국제사진센터에서 <김아타사진전>, 11월부터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한국현대미술 순회전> 이 있었다. <아시아-퍼시픽현대미술트리엔날레>에는 권기수와 유승호가 출품하였다.
5. 중국 미술 열풍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한국 전시가 꼬리를 물었다. 주요 전시로 4월 표화랑의 중국 4세대인 <타먼전>, 5월 아라리오서울에서 정치적 팝아트 작가인 <왕광이전>, 이화익갤러리에서 중국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주인 <류사오팡전>, 6월 pkm갤러리에서 3세대에 해당하는 중국 현대작가 6명을 소개한 'Contemporary China, 아라리오천안에서 중국 현대미술 대표작가 9인전인 'Absolute Image-중국현대미술전', 갤러리아트사이드의 <쩌춘야 리우웨이 2인전>, 7월 학고재에서 <자유푸전> 등이 이어졌다. 또 8월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열린 중국현대예술 페스티벌 <허허실실(虛虛實實)전>에 왕두, 수젱구어, 팡리쥔 등 중국을 대표하는 43인의 작가와 15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9월 표화랑의 <지다춘전>, 갤러리아트사이드의 <마류밍전>, 11월 갤러리아트사이드의 중국 최고 인기작가의 한 사람인 <쟝샤오강전>, 표화랑의 <리웨이전>이 이어졌다. 연말에 아르코미술관이 기획한 'China Gate'는 중국미술을 보는 시점, 그 관점의 교정이라는 주제로 그동안의 유화 중심을 탈피해 영상, 설치, 조각 등 중국미술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전시와 함께 3차에 걸쳐 진행될 세미나를 통해 현지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정보와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에서 모아진 다양한 중국미술에 대한 담론들을 정리해 향후 중국현대미술 연구와 관계모색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제시하였다.
주요 화랑들이 중국의 블루칩 작가들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살펴 볼 기회를 주었다. 한국에서도 높은 가격에 판매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2002년 이후 중국 현대작품이 갤러리아트사이드 등을 통해 선보였을 때 무관심했던 것이 가격 상승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다.
2006년에는 기존에 주로 소개되던 중국의 2세대 작가뿐 아니라 3, 4세대 작가들의 작품이 활발히 소개되었다. 그러나 미술계 일각에서는 우리의 ‘쏠림’ 현상을 들어 화랑들의 과열된 관심을 우려하였다. 한국 화랑의 경쟁적 작가 접촉 유치, 작품 구입에 중국 미술품 가격이 뛰는데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리가 2005년 12월 중국 베이징 지우창 지구에 아라리오베이징을 오픈했고, 2006년 3월에 표갤러리, 공갤러리가 베이징에 지점을 열었으며 11월 차오창디 지역에 pkm베이징을 개관했다. 문제는 중국 미술시장이 뜨니 주요 화랑과 컬렉터가 물밀듯이 중국으로 몰려가 상대적으로 국내 작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6. 사진의 급성장
문화예술분야에 사진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며 미술관과 화랑 전시, 경매시장에서 매매가 두드러졌다. 사진축제와 비엔날레 같은 큰 규모의 사진 이벤트들이 가장 큰 뉴스였다. 6월의 여섯 번째 열린 서울 가나아트센터의 <사진영상페스티벌>과 7월 강원도 영월의 <제5회 동강 사진 축제>, 9월에 인사동의 몇 군데 화랑에서 열린 <2006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10월에 대구의 <2006 대구사진비엔날레>등 굵직한 전시가 개최되었다. 9월에 한미사진미술관의 <우리사진의 역사를 열다> 전시는 구한말 황실을 비롯 상류층의 초상 사진과 현대 사진의 선각자 황철(1864-1930), 지운영(1852-1935) 등의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기 작품 70여점 등 근현대 한국 사진 중 희귀본을 전시하였다. 11월 김영섭사진화랑이 주관하여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어 디자인미술관으로 연장 전시한 <만레이 특별전 및 세계사진역사전>은 추상주의사진의 대가로 알려진 만레이의 1920-1930년대를 중심으로 소개되었으며, 세계사진역사전에는 나다르에서 브레송까지(1850년부터 2000년까지) 근대 사진을 중심으로 총 350점이 전시되었다.
8월에 대림미술관에서 프랑스 현대패션을 보여준 <시어터오브패션사진전>, 12월에 갤러리 뤼미에르가 주관하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연 <월리 호니스전>도 기억된다. 8월부터 12월까지 한미사진미술관의 <홍순태, 한정식, 육명심-3인의 교수전> 외에 주명덕, 김한용, 정범태 등 원로작가의 회고전과 현일영, 이해선 등 작고작가의 유작전도 이어졌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치러지는 미술 이벤트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최근의 국제적인 사진의 현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참가자들의 교류와 정보교환도 큰 이점이다. 그러나 외국 참가작가가 거의 모두 내한했던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회성 이벤트나 잠시 떠들썩한 집안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한국에는 이제 사진시장이 형성되는 실정이지만, 해외의 옥션에서 한국 사진가의 작품이 비싼 값에 팔리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2006년 9월 뉴욕 소더비에서 배병우의 ‘소나무’가 6000만 원에 팔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니키 리, 천경우, 정연두, 김아타, 구본창, 배병우 등이 두드러진 해외 활동을 보여주었다. 가나화랑, 국제화랑 같은 국내의 큰 화랑들에서도 사진은 이제 단골 메뉴다. 사진 전문화랑인 갤러리나우가 새로 개관하여 자리를 잡았다.

7.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으로 확산
2006년 미술시장은 오랫동안의 불황에서 벗어나 두드러진 비약을 보였다. 활황의 징조는 화랑 전시장에서의 솔드아웃, 아트페어의 판매고 증가, 화랑과 경매회사의 협력전략 증가, 경매회사 숫자의 증가와 매출액 배증, 그리고 프라이빗 뱅킹과 아트펀드의 출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우선 화랑의 기획전에서 주목받던 작가들의 작품이 솔드아웃되었으며, 청년작가와 전속작가의 작품을 국내외 아트페어나 경매회사에 출품하여 양자가 윈윈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뒀다.
경매도 서울옥션과 K옥션, 한국미술품경매 등 국내 경매에서 낙찰된 미술품 총액은 591억4천747만원을 기록, 2005년 168억원에 비해 무려 252% 증가했다. 소위 블루칩 작가들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계속 가격이 올라가 작가별 낙찰총액은 서울옥션과 K옥션의 기록을 기준으로 박수근의 작품이 12월 K옥션 경매에서 10억4천만원의 근현대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총 58억1천여원어치가 낙찰돼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김환기 51억3천여원, 3위는 이우환 31억8천여원, 4위는 이대원 20억2천여원, 5위는 장욱진 20억여원, 6위는 천경자 19억6천여원, 7위는 도상봉 18억5천여원이었다. 2월 서울옥션의 제100회 100선 경매에서 17세기 전반에 제작된 '철화백자운룡문호'가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16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미술 시장에서는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과 함께 서울옥션과 K옥션 등 양대 경매회사와 화랑의 갈등이 1년 내내 이슈가 됐다. 한국화랑협회는 미술시장에 대한 위기를 느끼며 대형 상업화랑의 경매회사 지분 참여, 지나치게 잦은 경매, 특정 작가 편중 거래, 작품 검증 미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세미나와 국회에서 공청회까지를 열고 경매회사 측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또한 해외 경매에서 우리 작품들이 좋은 성과를 올린 것도 2006년의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다. 5월 28일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경매에서 한국작품 32점 중 31점이 팔렸고, 특히 김동유가 팝아트적인 기법으로 그린 유화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한화 3억2천300만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11월26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 작품 33점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거론되는 작가는 소위 블루칩작가나 특정작가에 한정되는 실정이었다. 몇몇 젊은작가 들이 인기작가로 부상되고, 갤러리스트들은 ‘뜨는 신진’ 찾기에 분주했다. 이러다 보니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시나 프로그램은 활발한 반면 중진, 중견들은 점점 밀려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8. 미술관, 화랑, 전시공간의 변화
작년 한 해 동안 박물관, 화랑 등 전시공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필자는 서울의 전시공간 변화를 1999년 25개, 2000년 32개, 2001년 23개, 2002년 26개, 2003년 38개, 2004년 49개, 2005년 51개가 개관한 것을 발표해 왔는데 2006년은 63개였다. 2006년 경매의 낙착률이 높아지고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판매가 늘어나며 미술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져 서울에는 박물관,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카페갤러리 63개가 개관 또는 재개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63개처는 최근 8년 중에 한 해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숫자로 2005년보다도 12개가 늘어났다. 새로 문을 연 63개 분포를 보면 종로구에 32개로 반이 넘은 51%이다. 특히 사간동 구역을 선호하여 소격동, 안국동, 삼청동, 화동, 계동 등에 9개 화랑이 문을 열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강남구에 12개, 중구와 서초구에 5개, 마포구에 각 4개가 생겼다. 개관 일자로는 4, 5월에 9개, 8, 9, 11월에 6개의 화랑이 개관전시를 열었다.
화랑가 이모저모
새로 개관한 화랑의 면모를 보면 1월에 옛 유갤러리 자리에 동이갤러리, 2월에 갤러리고도를 시작으로, 3월에 개관한 목인박물관은 인사동지역 1호 박물관으로 전통 인물 및 각종 동물의 모습을 조각한 목조각상 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목조각상 전문박물관으로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상여장식용 조각 및 신당, 사찰을 포함한 각종 민속 목조각상들을 주로 전시한다. 4월에 갤러리나우는 사진전문갤러리로 출발해 자리를 잡았고, 아라리오서울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의 서울 진출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5월 갤러리노마는 인사갤러리 지하에 이화여대 동문들이 모여 만들었다. 갤러리쿤스트독은 몇 년전 스페이스미음이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하는 공간으로 쿤스트독미술연구소를 병행한다. 시각문화포럼을 열고 옛 보안여관 건물을 중심으로 국제창작스튜디오인 ‘통의동 골목길 프로젝트’ 오픈스튜디오를 선보였다. 5월말 티베트 불교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화정박물관이 재개관(1999년 이태원에서 개관)하여 ‘아시아를 조응하는 눈’ 특별전을 열고 소장품인 대표유물 티베트 탕카를 비롯하여 한국, 중국, 일본의 명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었다.
6월에 개관한 서울대미술관은 교육과 전시, 공연과 영화 상영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하였다. 건립시 관악구청과 마찰을 빚었던 건물 규모는 지상 3층, 지하 3층에 건축면적 839.60평, 연면적 1,357.15평으로 외부와 내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방형 건축구조로 화제를 모았다. 또 중앙일보사 로비에는 북한미술을 소개하는 갤러리북, 동국제강그룹 산하 송원문화재단이 송원아트센터 개관을 위한 준비 전시를 열었다. 7월에 미술관가는길, 9월에 에스파스솔은 미국 무역업체가 3년간 자본을 투자한다. 11월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업체인 에르메스가 신사동에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를 열고 패션 매장을 비롯, 뮤지엄, 컨템퍼러리 아트스페이스, 카페를 갖추었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신축하여 전시장을, 양평으로 옮겼던 샘터화랑이 다시 청담동에 개관했다. 12월에 국민일보사가 국민갤러리, 청계천에 야외 광교갤러리, 한국문화예술센터를 운영하며 부채전, 스카프전 등을 기획해온 이일영씨가 전시장 한국미술센터를 마련했다. 몽인아트스페이스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2000년초까지 살던 자택을 개조해 신인작가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복합창작스튜디오가 될 전망이다. 연말에 독일의 3대 화랑인 마이클슐츠갤러리가 서울 청담동에 한국 지점격인 마이클슐츠갤러리 서울을 개관하며 외국 유명화랑들의 한국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과 베이징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등이 개관을 하면 팸플릿이나 안내장 등을 발송하여 알게 되지만 폐점은 파악이 어렵다. 서울은 그나마 자료 파악이 유리하지만 지역은 더욱 어려운 한계가 크고 누락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3월 김해에서 건축도자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4월에 김천 직지사 인근에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5월 장흥에 옛 토탈야외미술관을 가나아트센터에서 인수 복합 문화공간인 장흥아트파크, 6월 통영에 목칠공예가 김성수씨가 옻칠미술관, 9월에 조각가 정관모씨가 경기도 양평에 C미술관, 강릉시가 교동 구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 후 강릉미술관을 개관하여 지역미술계에 단비가 되었다. 11월에 안산에 경기도미술관, 광주 아시아문화재단안에 인도박물관이 개관하여 특색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화랑들의 중국진출 열풍도 이어져 3월 표갤러리, 공갤러리 11월 PKM갤러리가 베이징에 각 화랑을 오픈했다.
이전한 전시공간은 대안공간풀이 관훈동에서 구기동, 인사미술공간이 관훈동에서 원서동, 갤러리S.P가 청담동에서 신사동, 갤러리스케이프가 마포에서 가회동으로 옮겼다. 폐관화랑은 대표적으로 공평아트센터, 갤러리상 등이 있는데 인사동의 대형전시공간이 문을 닫아 아쉬움이 컸고, 하나아트갤러리(신사동), 갤러리환 등도 문을 닫았다. 작년 새로 등록된 미술관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정책과를 통해 현황을 알아보니 1월 전북도립미술관, 다산미술관(전남 화순), 5월 서울대미술관, 통영옷칠미술관, 8월 아르코미술관, 9월 코리아나미술관(신사동), 11월 토탈미술관, 12월 잠월미술관(전남 함평)이었다.
9. 기타 주요 사건
추가로 2006년 미술계의 기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행정형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었고, 세기의 예술가 백남준의 타계, 소외지역 생활환경개선과 공공미술의 새로운 계기를 열어갈 공공미술프로젝트-아트인시티 2006,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의 활동이 있었다.
- 출처 : 문예연감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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