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이 아끼고 관리하는 작가

투자가치를 높이려면 미술사에 등재될 작가를 간파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과연 미래의 피카소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 독창적인 양식을 창안했는가
=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미술가들이 존재한다. 국내에도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미술계 문을 두드린다. 설령 재능이 뛰어나도 독창적이지 않으면 주목받기 힘든 실정이다.
독창성의 잣대란 미술사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고유한 스타일을 개발했느냐 여부. 독창적인 양식을 창안한 작가는 미술사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왜? 탁월한 예술적 재능, 작품세계를 통찰하고 심화시켜나가는 능력, 완벽한 테크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술가의 공통점은 독특한 화풍을 지녔다는 것. 영원한 블루칩인 피카소, 마티스, 키리코, 달리, 미로, 샤갈, 폴록, 바스키아, 해링, 베이컨 작품을 눈앞에 떠올려 보라. 미술맹인 사람도 한눈에 식별할 수 있을 만큼 그들 작품은 특별하다.
생존해 있는 블루칩 미술가인 루시안 프로이드, 척 클로스, 요시토모 나라, 웨민쥔 등도 독창적인 화풍으로 수집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상에서 가장 악명 높은 두 예술가인 데미안 허스트와 제프 쿤스가 왜 툭하면 스캔들을 일으킬까? 튀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갤러리가 작가를 관리하는가
= 독자적인 양식을 창안한 미술가는 미술품 투자 1순위가 될까? 안타깝게도 노(No)다! 왜냐하면 탁월한 작품성을 언론에 홍보하고 관객에게 알리고, 컬렉터에게 팔아줄 갤러리가 없다면 미술가로 대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설적인 화상인 레오 카스텔리는 다른 화랑들과 공동마케팅을 펼쳐서 워홀과 존스, 라우센버그 등 전속작가들을 슈퍼스타로 등극시켰다. 스타 화상인 메리 분은 1979년에 열린 슈나벨 첫 개인전 때 예약판매를 도입해서 개막전에 작품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전속작가들 작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그녀는 한 술 더 떠 대기자 명단이라는 기상천외한 판매방식까지 선보였다. 미술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메리 분식 마케팅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그녀는 자신이 길러낸 미술가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한편 바스키아 화상인 애니나 노제이는 갤러리 지하에 작업실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작업과정을 보여주고 그림을 사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비록 바스키아는 우리에 갇힌 동물신세로 전락했지만 극성스러운 화상 덕분에 불멸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국내에는 세계적인 갤러리들처럼 스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춘 화랑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한국 미술시장에서도 화랑이 관리하지 않는 작가는 성공하기 힘들다.

◆ 가격경쟁력이 있는가
= 독자적인 양식을 개발했고, 갤러리가 관리하는 작가일지라도 작품 값이 비싸면 투자가치는 떨어진다. 왜? 가격이 턱없이 높으면 영향력 있는 수집가와 미술관들이 일찌감치 구매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홍보하고 보증해줄 알짜 고객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투기꾼들만 작품을 거래하게 되면서 미술사에 수록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실제로 투자 달인들은 비싼 작품을 사지 않는다.
고대 로마 `쾌락의 궁전`을 본뜬 미술관을 만들 만큼 재력가였던 폴 게티가 이를 증명한다. 게티의 전기 작가는 '게티는 직접 X선으로 위작을 가려낼 만큼 작품성에 집착했지만 가격이 비싸면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끝으로 유의할 점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 작품도 참고하라는 것. 왜? 작업 변화과정을 알아야만 미래를 점칠 수 있으니까.
아차, 중요한 정보 한 가지! 투자 잠재력이 가장 높은 미술가 나이는 40대 초~50대 초반이라는 것. 그 이하면 작품세계가 확립되지 않았고, 그 이상이면 독자적인 양식을 개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매일경제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