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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는 세상 (2) 그림값은 어떻게 오르나

이규현

작품값 결정권 작가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
아무리 유명작가라도 턱없는 가격땐 외면당해
판매 장소·경로도 값 올려 작품 뒤 숨은 역사도 영향
월간 미술 경제지 ‘아트프라이스’가 올해 7~9월 미술작가 414명에게 물었다. 작품가격을 정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작품 크기(31.2%) ▲다른 작가들과의 가격비교(23.2%) ▲수상 등 경력(16.4%) ▲제작과정에 걸린 시간(11.4%) 순으로 답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림 생산자인 화가가 직접 가격을 정하다 보니 시장원리보다는 이런 코미디 같은 기준이 적용돼 왔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넓어지고 소비자들이 가격결정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점차 이런 기준은 흔들리고 있다.

◆시장(市場)이 가격을 결정한다
그림 값을 올리는 요인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백이면 백, “작품의 질”이고 그 평가는 경매 등 시장에서 이뤄진다고 답한다. 소비자(또는 투자자)가 몰려들면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가 외면하면 아무리 유명작가라도 주가가 떨어진다. 최근 국내 경매에서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의 큰 그림이 질에 비해 비싸게 출품되자 줄줄이 유찰된 것은 좋은 예다.
작품의 질이 좋고 소비자 호응이 크다면 작가의 이름은 프리미엄이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경매된 가장 비싼 회화 톱10에는 피카소가 네 점, 반 고흐가 세 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의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합친 톱10에는 박수근 작품이 네 점이다.

◆가격 프리미엄 요소들
작품 소장자의 유명세나 작품 뒤에 숨은 역사는 여기에 불을 붙인다. 오는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경매될 피카소의 유화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1903)은 소장자가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뮤지컬계의 대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이기에, 얼마나 비싸게 팔릴지 벌써 관심을 끈다.
그림이 아닐 경우에 이는 더 심하다. 마릴린 먼로가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축하연 때 입고 노래 불렀던 모조 다이아몬드 드레스가 시가의 100배가 넘는 126만 달러에 경매된 것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놓은 육영수 여사의 찻잔이 1020만원에 낙찰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서예의 경우 글씨의 품질보다 글쓴이가 누구냐가 더 중요하다. 고미술 감정가인 진동만씨는 “안중근 의사는 명필이 아니었는데도 그의 글씨는 가장 비싸다. 서예 가격은 쓴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통령 휘호가 경매에 나오면 박정희 김대중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잘 팔리는 건 이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 지난 9월엔 타이핑한 공식편지에 박 전 대통령이 이름 석 자 사인만 한 것도 330만원에 낙찰됐다.
팔리는 장소와 판매경로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박수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듯, 작가마다 제값을 받는 나라가 따로 있다. 경매회사나 화랑에 수수료를 주지 않고 화가나 소장자에게서 직접 사면 더 싸게 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림 투자 고수(高手)들이 굳이 비싼 수수료를 주면서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나 뉴욕의 유명한 화상(畵商)을 통해 사는 것은 ‘로열 족보’를 붙이기 위해서다. 나중에 되팔 때 족보값이 수수료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 이규현 기자
※출처 : 조선일보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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