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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롭게 변화된 미술정책과 주요 이슈들

편집부

I. 변화된 미술정책
2005년 미술계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는 미술정책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표면적인 변화가 아닌 시스템상의 변화란 점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하며, 그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다. 원래 정책의 실질적인 기능과 목적이 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지원에 있는 것인만큼 정책적인 변화는 그대로 재정적인 지원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2005년 8월 29일자로 관(官) 중심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民) 중심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하고 정식 출범한 사실이 주목된다.
그 대략을 보면, 문화관광부는 각 분야별 전문가 11명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설립위원으로 위촉한 바 있으며, 각 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이 가운데 위원장(문학 분야 김병익)은 상임이고, 다른 위원들은 비상임이다. 이 중 미술관련 위원으론 미술 분야에 김정헌과 문화일반 분야에 박신의가 각각 선출되었으며, 그 산하에 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장르별 소위원회를 두어 유기적인 협의체제를 구성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진흥원의 문예진흥기금 5000억 원을 인수하는 한편, 문예진흥원이 매년 정부측으로부터 받아오던 복권기금 500억 원도 기금으로 받게 된다. 복권기금은 향후 그 지속적인 출연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1000억 원은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 각 예술가와 예술단체에 지원하게 된다.
이러한 체제의 전환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온 행정관료와 전문가 집단 간의 공공연한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부는 지원만 할 뿐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든 그 기관이 존재하는 목적이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특히 창작현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에 있음을 생각할 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즉 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체에 따라 지원 대상이 가려지는 식의 불평등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의 선임 절차와 과정, 그리고 심의 절차와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혹여 있을지도 모를 위원회의 권력화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 장치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출범 직후에 종래의 소액다건주의를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체계를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적당한 안배로 나타난 소극적인 지원체계를 더욱 전문적이고 전략적이고 공격적으로 그 체질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이럴 경우 지원건수를 그만큼 축소하고, 그 기금을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게 몰아주게 될 터인데, 여기에는 엄정한 평가와 심의와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기금지원 해당년도를 넘겨 다음 해에 전시가 열릴 수도 있게 하고, 더불어 긴 시간이 요구되는 연구 프로젝트나 연례행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등 기금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또한 개별 작가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이론가들과 비평 주체의 개인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보완돼야 한다.
한편 정부는 문화관광부 주관으로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미술은행제도를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 미술은행제도란 국가가 기금을 조성하여 일종의 미술은행을 설치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작가의 창작지원, 미술시장 활성화, 미술대중화를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여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 일반에게 대여하는 제도이다. 그 시행 첫 해인 올해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 운영을 맡았으며, 향후엔 한국미술진흥재단(가칭)이 운영을 전담할 예정이다. 주로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성은 열악한 젊은 신진작가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창작환경을 돕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미술은행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미술시장에 관행화되어 있는 이중가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무시할 경우에는 미술시장의 주체인 화랑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일률적인 호당 가격을 지양하는 대신에 작품의 질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식의 가격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미처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제반 문제를 도외시할 경우에는 자칫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올해 25억 원의 정부예산으로 시작된 미술은행제도의 운영 결과를 놓고 볼 때,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신진작가를 지원하겠다는 운영취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그 평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기성작가들을 중심으로 기금이 운영된 것이다. 또한 공공연한 가격 깎기로 인해 작가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미술시장의 질서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생색내기식의 정책이 되지 않도록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문화관광부는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건축주가 주최가 돼 미술품을 설치하는 대신에 해당 기금을 기관에다가 기부하고, 그 기관에서 조형물 설치에 따른 일체의 과정과 절차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환경조형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본다는 점에서, 계획적인 도시공학을 설계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조형물 설치에 따른 편법 운영이나 이권의 개입과 같은 각종 잡음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강제규정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며, 이를 집행하는 기관 자체가 권력화되거나 사실상의 준(準)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종전의 미술장식제도를 흡수 병합하기보다는 순수하게 국고를 사용하는 공공미술제도를 별도로 신설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2006년 1월부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된다. 책임운영기관이란 그 기관에다 행정 및 재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에, 그 운영성과를 기관장이 책임지도록 하는 행정기관형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책임과 예산의 자율성을 미술관에 부여해서 미술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을 때, 예산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영리 목적의 수익사업 위주로 미술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니까 관람객을 동원할 수 있는 소위 블록버스터형의 전시를 유치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관람객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형식 실험이 강한 작업들이 전시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전시내용의 질적인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술관 본연의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 예컨대 심화된 학예연구활동과 이에 따른 아카이브의 구축, 그리고 미술작품과 관련 자료에 대한 수집과 보존 등의 미술관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대 국민 서비스라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후퇴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 그리고 책임운영기관이란 점에서 기관장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이에 따른 각종 임명권이 기관장에게 부여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기관장이 실질적인 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지위에 따른 책임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국군 기무사령부의 과천 이전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으며, 따라서 기무사 부지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을 설치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아 있는 관계로 상당 정도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으니 미술인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II. 미술계의 주요 이슈
2005년도 미술계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으로의 이전 개관일 것이다. 1945년 12월 광복 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비롯된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60년 만에 서울 용산으로 확장 이전한 것이다. 기존의 전시실 외에도 역사관과 아시아관, 어린이 박물관 등이 새로 신설되어 총 7개관 51개 전시실로 구성된 전시공간에 약 1만 2천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으며, 규모면에서 세계 6위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올 한 해를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들 가운데 각종 위작(僞作) 논란을 들 수 있다. 소정 변관식, 천경자에 이어 이중섭, 박수근, 오지호 등의 위작 논란과 함께, 『2005 서울서예비엔날레』 전시 중 <조선 유학자 유묵 특별전>에 전시된 200여 점 가운데 일부 작품에 대해서도 위작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세기만의 귀향, 반갑다 우리 민화전>에 출품된 상당수 작품에 대해서도 역시 가짜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안견의 작품으로 알려진 <청산백운도> 역시 가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중섭 위작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 책임을 지고 서울옥션의 이호재 대표가 사퇴했으며, K옥션이 새로 설립돼 기존의 서울옥션과 함께 국내에도 경매사의 경쟁체제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거의 매해마다 불거져 나오는 이런 각종 의혹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칭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과 같은 전문성을 갖춘 국가 공인 감정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또한 2005년도의 특징적인 현상으론 그동안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꾸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던 각종 대안공간들의 제도권 편입이 현저해진 관계로 그 정체성을 재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 대안공간은 1990년대 말 ‘루프’가 문을 연 이래로 대략 ‘풀’, ‘쌈지스페이스’,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아트스페이스 휴’, 그리고 ‘인사미술공간’(약칭 인미공) 등이 그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주아트하우스’, ‘브레인팩토리’, ‘팀프리뷰’, ‘갤러리 정미소’, ‘꽃’ 등이 후발주자로서 대안공간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 폐관한 ‘일주아트하우스’는 비디오아트와 넷아트와 같은 영상매체미술에 진력한 바 있으며, 이는 대안공간의 특화와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한 ‘팀프리뷰’는 소위 ‘시사회’로 명명된 정기 전시를 통해 신진작가들을 소개 전시하는 자료전의 성격을 강화함으로써 전형화된 전시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전시공학상의 한 대안적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각 지역별 대안공간들로는 공공미술 교육프로젝트와 같은 미술활동과 지역공동체 활동 간의 연대를 통한 실천논리에서 대안공간의 정체성을 찾는(이는 곧 지역성에 대한 모색으로 나타난다) 인천의 ‘스페이스빔’과, 소위 대리보충공간을 표방한 안양의 ‘스톤앤워터’, 그리고 부산의 ‘반디’와 ‘아트인오리’(개별작가들의 집단 창작촌과 함께 별도의 독립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등의 활동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루프’는 최근에 대규모로 증축하여 재개관을 했으며, ‘쌈지스페이스’는 홍익대 부근의 ‘쌈지스페이스’와 함께 헤이리아트밸리의 ‘쌈지창고’, 인사동의 ‘쌈지길’을 따로 두고 있어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나 협소한 장소가 더 이상 대안공간을 특징짓는 전유물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인사미술공간’은 사실상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어서 여타의 다른 대안공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정체성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루프’, ‘인미공’, ‘쌈지’ 등의 대안공간이 제도권화를 실현한 것에 반해,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은 <신진작가들의 발언, 비평가들의 제안전>을 끝으로 연말에 폐관했다. 이외에도 대안공간 ‘풀’과 ‘인사미술공간’이 이전했으며, 특히 14개의 ‘대안공간 네트워크’가 발족하는 등 현재 대안공간은 제도권 편입과 함께 뚜렷한 한 경향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여기서 대안공간의 제도권 편입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지만, 신진작가를 발굴, 지원, 육성한다는 대안공간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거나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슈로는 일부 미술 분야 관련 인사가 포함된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화가들이 제작 비치한 영정들을 교체하거나 재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일부 영정이 훼손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화가들의 부분적인 친일행각으로 인해 그동안 화가들이 쌓아온 화력과 화업이 폄하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설치미술가 전수천이 수년간 계획하고 추진해온 랜드아트 퍼포먼스 <무빙 드로잉>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특수제작된 흰색 천으로 감싼 기차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한 이 퍼포먼스는 자연에다 움직이는 드로잉을 실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문화예술, 환경과 생태, 문명 등을 주제로 한 각종 심포지엄이 열려 단순한 전시 혹은 행위를 넘어서는, 미술과 인문학이 연계된 새로운 형식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국내 대표적인 사설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이 개막돼 호암미술관과 로댕갤러리를 아우르는 삼성미술관의 한남동 시대를 열었으며, 국내 공모전을 리드하는 중앙미술대전의 체제 변화 역시 눈에 띈다. 사전에 본선 진출 작가를 선정하고, 전원에게 작품 창작비를 지원하는 한편, 공개 전시 후 최종 수상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리고 새로이 복개된 청계천 광장의 조형물 설치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업 주체인 서울문화재단이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다슬기의 형태에 착안한 청계천의 자연친화적인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작가 측과 전격 계약했다고 발표하자, 국내작가들이 반발한 것이다. 청계천은 한국근대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인만큼 이에 걸맞은 상징 조형물을 국내 작가가 맡아서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이므로 그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작가가 제작한 조형물이 설치돼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아라리오 갤러리가 젊은 작가 8명과 전속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계약 작가들 각자에게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향후 작품제작 및 전시지원을 전담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젊은 작가들 중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의 장래에 대한 투기(투자가 아닌)가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자본에 대한 종속화를 우려하거나, 장기적으론 미술시장의 왜곡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반응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신진작가 지원 시스템은 앞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을 것이며, 이에 따른 변화된 미술계의 생리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2월에는 ‘한국예술학회’(초대회장 김복영), 5월에는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회장 노준의), 6월에는 ‘서울대미술관’(관장 김병종) 등이 각각 출범하거나 준공됨으로써 한국미술계의 시스템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외에도 고유섭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와, 이구열이 이끌어온 한국근대미술연구소 30주년 기념논총 발간, 춘곡 고희동 40주기 전시 등의 주목할 만한 학술행사들이 있었다.
이와 함께 올해의 각종 미술상 수상현황을 보면, 우선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올해의 예술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미술 부문에 강수미가 기획한 <번역에 저항한다>(토탈미술관), 윤난지가 기획한 <시간을 넘어선 울림, 전통과 현대>(이화여대박물관), 이영철이 기획한 <당신은 나의 태양, 한국현대미술 1960-2004>(토탈미술관), 김주현 개인전 <확장형 조각>(김종영미술관)이 수상했으며, 최우수상에는 함양아 개인전 (금호미술관)가 수상했다. 그리고 다원예술 부문에 홍성민, 김은영의 <토탈씨어터 앨리스>가 수상했다.
또한 권여현이 <제5회 하종현미술상>, 구정아가 <2005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최정화가 <제7회 일민미술상>, 안규철이 <제19회 김세중 조각상>, 김주현이 <제16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조습이 문화관광부가 수상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최태만이 <제10회 월간미술 대상> 전시기획 부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이 특별 부문, 석란희가 <이중섭미술상>, 김홍주가 <이인성미술상>, 권이나가 <제7회 석주미술상>, 우종택이 <제25회 석남미술상>, 김영나가 올해 새로 제정된 <석남미술이론상>, 이선영이 <석남 젊은 이론가상>, 이상현이 올해 처음 제정된 <제1회 한미사진상>을 각각 수상했다. 그 밖에도 정현이 국립현대미술관의 <2006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는데, 조각가로서는 첫 수상이어서 그 의미를 더한다.

III. 전시에 나타난 주요 경향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체제 전환함에 따라 마로니에 미술관을 아르코미술관으로 개칭하고 재개관했다. 그 첫 전시로 중진작가 <최진욱 전>과 신진작가 <홍경택 전>을 초대 전시했다. 연이어 <2005년도 대표작가초대전>으로는 <양주혜, 길 끝의 길>전을 개최했다. 색점을 찍는 작가, 각종 건물이나 건축 공사장의 가림막에 미술을 덧입히는 작가로 알려진 양주혜의 작업에서의 낱낱의 색점은 그대로 중첩된 시간을 기록하고 가시화한 듯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점 작업과 함께 바코드를 조형화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올해 전시에서의 주요 특징으로는 일상성과 일상사회학의 개념이 단순한 담론의 차원을 넘어 실제의 전시에 적용됨으로써 그 의미와 실천논리가 확대 재생산된 점을 들 수 있다. 주로 젊은 작가층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러한 현상은 일면적으론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 논리와 맞물려 있으며, 더불어 종래의 팝아트가 확대 재생산된 네오팝의 경향성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그 주요 작가와 전시들을 대략 보자면, 가장 일상적인 소재인 각종 플라스틱 기물을 차용하는 최정화(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마치 소인국을 연상시키는 미니어처 인형을 조형화한 함진(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을 이용해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손동현(스페이스 휴), 현실과 허구를 결합시켜 일종의 가짜 서사 만들기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박윤영(인사미술공간),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터부 요기니> 시리즈로 알려진 낸시 랭(쌈지길 갤러리), 몸에 새겨진 문신을 의식적이고 사회적인 아이콘에 연결시킨 김준(사비나미술관), 갤러리 세줄의 <퍼니퍼니전>, 가나아트센터의 <팝팝팝전>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젊은 작가들에게 나타난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향들을 일컬어 이를 네오팝 혹은 코리안팝이라는 명제로 묶어내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일상성과 팝의 개념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서, 사물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식의 형상미술과 회화의 복권이 뚜렷해진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실주의 회화의 제 경향들, 그러니까 현실에 대한 참여로부터 회화의 당위성을 끌어낸 현실주의 미술, 인상주의 회화에 그 뿌리를 둔 구상회화, 아카데미즘 회화, 그리고 하이퍼리얼리즘과는 구별되는 형상미술의 신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주로 젊은 작가 층을 중심으로 뚜렷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 주요 작가들을 일별해보면, 거의 편집광을 연상시킬 만큼 대상을 낱낱의 세필로 중첩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평면성에 접근하는 김홍주(로댕 갤러리), 구름과 빛의 순수형태를 형상화한 강운(이화익갤러리). 맨드라미를 소재로 회화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김지원(갤러리 피쉬, PKM 갤러리), 목탄 세밀화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삼(이영미술관), 토끼를 캐릭터로 내세워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대변케 한 류지선(아트포럼 뉴게이트), 일명 ‘쓰레기 산수’를 통해서 삭막한 도시 풍경을 재현한 이문주(금호미술관, 대안공간 풀), 마치 사진과도 같은 시점과 질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지송(아트포럼 뉴게이트)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형상미술의 약진은 특히 <서울 청년미술제, 포트폴리오전>(서울시립미술관)과 <비전21, 더 스토리텔링전>(성신여대미술관)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각종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에 반응하는 한편, 그 자체로서 한국의 현실을 투명하게 반영하는 전시들이 있었다. 새로이 복개된 청계천과 관련해서는 작년의 <청계천 프로젝트, 물위를 걷는 사람들 전>(서울시립미술관)에 이어 <2005 청계천을 거닐다, Visible or invisible 전>(박파랑 기획, 서울시립미술관)이 열렸고, 또한 <청계미니박람회, 메이드 인 청계천 전>(플라잉시티 기획)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플라잉시티는 청계천이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아이콘임을 인식하고, 수년 동안 청계천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채집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형식실험을 축적해왔다. 이로써 참여미술의 한 갈래로서의 상황주의 미술, 특정 장소를 집중 해부하는 장소특정성 개념, 예술표현의 한 방법론으로서의 아카이브 개념이 서로 연동된 그 자체 정치적인 의미와 실천논리가 강한 형식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미술교사 김인규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알몸 사진을 대법원이 2년 7개월간의 심리 끝에 음란물로 유죄 선고한 사건에 대응하여 <유죄 교사 김인규와 죄없는 친구들전>(갤러리 꽃, 김인규 사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이 열렸다. 이는 이전의 신학철의 <모내기> 그림 사건과 함께 관에 의한 예술 검열, 즉 이데올로기 검열과 도덕성 검열의 사례를 남겼다. 또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서는 (김유연 기획, DMZ 인근 15개 전시장)과, <베를린에서 DMZ까지전>(이태호 기획, 서울올림픽미술관) 등의 전시들이 있었다. 세계에 유일하게 남겨진 마지막 분단국가의 상징으로서의 DMZ를 이슈화하는 한편, 한국과 유사한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허물어진 장벽에서 수거한 벽면 잔해물을 국내에 공수해오기도 했다(실상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순회전시를 국내에 유치한). 그러나 거창한 구호와 방만한 기획에 비해 그 내용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전시로 사료된다. 이는 아마도 지나치게 정치적인 구호와 논리 쪽에 힘이 편향된 탓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오랫동안 이렇다할 진척이 없이 방치되고 있던 목동예술인회관 점거 퍼포먼스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행위예술가 김윤환의 <오아시스 동숭동 720 프로젝트>, 미술인회의 여성 소수자 분과위원회가 갤러리 쌈지에서 진행한 <제2회 가상의 딸, 가족-상상의 공동체 전>, 집단기획의 형식으로 갤러리 세줄에서 열린 <그 때 그 상,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 전> 등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그 때 그 상,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 전>은 관료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동안 폐지되었던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했던 한국미술대전의 대통령상이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방한 전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기획된 이 전시는 그때 그때 주어진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영하는 게릴라성 전시의 형식모델을 제안했다는 평과 함께, 상대적으로 그 내용상의 일관성이 희박한 급조된 전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이 맞서고 있다.
또한 연초엔 <중국미술의 오늘 전>(국립현대미술관)이, 그리고 연말에 <중국현대미술 특별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이원일 기획)이 열림으로써 최근 수년 내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현대미술의 잠재력을 재확인케 했다. 이런 중국현대미술의 국내 유치전과 함께 최근에 국내 화랑들의 중국 본토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2004년 따샨즈 798 지구에 한국의 문화교류공간 스페이스 이음이 개관한 데 이어, 2005년 12월에는 차오양 주류공장지역에 아라리오베이징이 개관했다. 내년 3월에는 지우창 예술단지에 표화랑이 갤러리를 열 예정이며, 이외에도 현재 금산갤러리와 갤러리아트사이드가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화랑협회가 주축이 돼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5억 원을 출연받아서, 현지에 전시 및 창작공간을 설립할 계획이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중국현대미술의 약진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오랜 전통을 발판삼아서 이를 중국 고유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시킨 소위 ‘냉소적 리얼리즘’의 독특한 형식화에 성공한 것이 주효해 보인다. 여하튼 중국과 한국의 미술 교류는 차후로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주요 해외작가 국내 유치전과 관련해서는 <지그마르 폴케 전>, <독일현대미술, 라이프치히 출신 작가들 전>, <조나단 메쎄 전>, <요르그 임멘도르프 전>(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등을 연이어 개최한 아라리오 갤러리의 활동이 예년에 이어서 단연 두드러져 보인다. 이외에도 로댕갤러리의 <나라 요시토모 전>, 삼성리움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인 <매튜 바니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제라르 프로망제 전>과 <칠레 현대미술전>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나라 요시토모 전>은 망가(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토양으로 한 일본 팝의 한 전형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매튜 바니 전>은 ‘구속의 드로잉’으로 명명된 시리즈 작업을 통해 일종의 경계 넘나들기의 실천 사례를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68년 혁명세대에 뿌리를 둔 신구상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제라르 프로망제는 일전에 이미 서울미술관을 통해 국내에 한 차례 소개된 바 있으며(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윤수 관장이 서울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기획한 전시), 이 작가는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와의 관계에 바탕을 둔 실천논리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또한 <칠레 현대미술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제3세계의 현대미술을 국내에 소개 전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 전시를 성사시킨 이면에는 물론 관장의 의지가 작용했을 테지만, 한편으론 양국간의 관세자유화협정 체결 이후 상호교류의 계기가 마련된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사진은 사실상 파인 아트의 뚜렷한 장르로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림미술관(특이한 점으로는 장 보들리야르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인문학자들이 찍은 사진전을 유치), 한미사진미술관(한미사진상을 올해 처음 개설해 그 첫 수혜자로 이상현 수상), 김영섭사진화랑(로버트 프랭크, 웨인 숀펠드), 갤러리 뤼미에르(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와이트월갤러리(마이클 케냐, 존 팔) 등의 미술관과 사실상의 준미술관급의 사진 전문 화랑들의 잇단 개설로 나타난다.
이외에도 올 한 해 동안 열린 주요 전시로는 작년 연말에 시작돼서 연초까지 이어진 『제3회 서울미디어아트 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총감독 윤진섭),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한국관 커미셔너 김선정, 모두 15명의 국내 작가 선정), <쌈지스페이스 연례기획 제3회 타이틀매치; 이건용 VS 고승욱전>(쌈지스페이스), (쌈지스페이스, 이영준 기획), <제1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안양 아트밸리, 이영철 기획) 등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호모루덴스를 주제로 내세워, 게임과 미디어 아트가 만나는 접점에 대한 형식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면에는 디지털노매드와 함께, 놀이와 유희로 나타난 문명사적 비전이 깔려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쌈지스페이스의 이건용과 고승욱의 타이틀매치는 각각 된장과 케첩을 구세대와 신세대의 자기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한편, 이를 서로의 몸에 바르는 행위를 통해서 서로를 교감해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처음 열린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는 미술의 형식논리를 건축, 디자인, 심지어는 도시계획마저 하나로 아우르는 도시공학에까지 확장 적용함으로써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형식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간주된다.
◈ 筆者 : 고충환 미술평론가
- 2006 문예연감 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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