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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고 싶은 박물관, 미술관 을 꿈꾸며…

편집부


문화공간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지방자치제 부활 10년을 맞은 지금 문화계에서 일어나는 가장큰 변화는 거대한 규모의 문화예술회관 건립이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마다 문화예술회관(아트센터)과 시민회관, 구민회관 등 공연·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이들 공간은 ‘문화의 세기’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발맞춰 예술인과 단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필수이다. 반면, 일각에선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결과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 공간들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설립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공간은 일반 사무실을 위한 건물이 아니다.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독특한 사용 목적을 지녔기 때문에 건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기다 지역의 문화공간은 예술성과 지역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서울과 똑같은 컨셉트로 지어진 문화공간은 대중의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건강한 지역문화 조성이라는 차별화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공연에 비중을 둔 문화예술회관과 함께 급성장한 분야가 박물관·미술관이다. 도내의 박물관은 2000년24관(미술관 13관 포함)에서 2004년 85관(미술관 21관 포함)으로 급증했다. 현재 도 차원에서 건립 중인 도립미술관이 올 하반기에 완공되며, 국제설계 공모를 통한 백남준미술관을 비롯해 실학박물관, 효행원, 어린이미술관, 연천선사박물관, 세종대왕박물관 등도 건립할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공간의 설립은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건립에 대한 사전 준비와 추진 주체의 문화 마인드 없이는 자생할 수 없다. 지역문화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박물관·미술관의 가치가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과 어우러지려면 지자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고민이 절실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방자치에 이어 ‘문화자치’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확립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의 역할을 조명코자 한다. 먼저 도내 박물관 현황과 지원조례, 학예연구사 관련 문제를 짚어본 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해 말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와 경기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경기지역의 박물관 발전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과올해 2월 중순 경기도 주최로 열린 <박물관·미술관 진흥정책 수립 관련 시·군 전문인력 간담회>를 참조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 지역축제와 문화공간이다. 문화공간 확충에는 국·공립 및 사립 박물관이 한몫했다. 박물관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1988년에는 100여 개였는데, 2003년 문화부에 등록한 시설은 전국 348개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경기와 서울 지역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중앙정부 또한 박물관 수를 늘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는 새 문화정책으로 2011년까지 500개소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유네스코에서 각 나라별 박물관 수준을 비교하는 기준은 인구 10만 명당 관館의 개수이다. G7에 속하는 국가의 박물관 수는 인구 10만 명당 평균 2.7관인데, 우리나라 박물관이 이 규모에 이르려면 현재보다 3배 정도 늘어나야 한다. 도는 10만 명당 0.8관 정도로 전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우리나라 인구 50%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G7 평균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재 도는 박물관을 포함한 운영 주체는 국립이 10.5%이며, 공립 13.8%, 사립 58.2%, 대학 17.3%이다. 사립시설이 전체 50%를 웃돌 만큼 지원정책의 방향에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연도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비고
계 | 24(13) | 43(21) | 64(23) | 67(20) | 85(21) | ()는 미술관
※ 출처 : 경기도청 행정자료
경기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조례
경기도의 박물관·미술관 지원정책은 테마박물관·미술관 지정 외에는 특기할 만한 것이 없다. 도는 지난 1996년부터 특색 있는 사립박물관·미술관을 선정해 지원했으며, 2002년부터는 경기문화재단을 위탁기관으로 선정,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 근거해 테마박물관·미술관을 지정·지원했다. 매년 10여개소가 100~150만원을 지원받았고, 지원금은 대개 전시·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경비로 사용되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테마지정 박물관·미술관에 국한하지 않고, 공·사립 등록 박물관 및 관련 단체로 확대했으며, 인력 지원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심사를 거쳐 일정액을 지원하는 데 그쳤던 지원정책은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하지 못했다. 지원금액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공·사립 박물관이 처한 상황인식과 다각적인 지원정책의 미미함이 더 큰 문제인 상태로 계속 방치되었다.
도는 지난 4월 8일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박물관 지원 조례(경기도 박물관및미술관진흥조례)를 마련해보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조례는 등록 박물관의 운영 프로그램과 인력 지원을 담고 있으며, 도 박물관과 미술관 진흥위원회의 심사와 사업성과 분석을 통해 지원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박물관에 대한 지원만을 담고 있어 반쪽 짜리 지원조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말했듯 박물관은 설립 단계부터 그 성격이 정해지는 특성을 지닌 만큼 사전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에 박물관 지원에 근거를 마련한 이번 조례가 박물관 건립의 타당성과 당위성 등을 공공차원에서 고민하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테마박물관 육성을 담은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
문제점
서구 식민정책의 산물로 출발한 박물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해 왔다. 현재는 유물(작품)의 수집·보존·연구·전시란 고전적 기능은 물론,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주민의 문화 휴식처와 관광자원 등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채 건립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일단 짓고 보자’는 탁상행정이 생명력 없는 박물관을 탄생시킨다. 대개 향토사료관 등은 전시 기본계획없이 지역의 출토 유물을 전시하는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시·군이나 볼 수 있는 농기구나 도자기류 등이 백화점 식으로 진열되기 일쑤이다.
전문인력의 부재도 한몫을 한다. 학예연구사 등의 전문인력은 박물관 건물이 지어진 후 임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례로 경기도박물관이 추진하는 경기도립미술관은 10월 개관이 목표이지만, 아직까지 학예팀이 꾸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향후 경기 미술의 메카로 미술담론을 형성하고 세계적인 미술작가를 양성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음에도 미술 전문가들에 의한 미래 설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학예사는 “박물관 건립에 앞서 전문가의 견해와 지역 주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지어진 건물의 경우 전시물의 성격에 따른 공간 배치가 불가능하고, 전시 동선 또한 충분한 고려가 없기 때문에 관람객의 불편은 예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좌로부터 전곡선사박물관 건립 당선작 투시도(2컷), 경기지역의 박물관 발전을 위한 정책심포지엄, 백남준미술관건축 설계도.
세계적 구석기 유적지인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 들어설 ‘전곡선사박물관’의 외형이 결정됐다. 경기도는 국제설계 공모로 들어온 346개 작품에서 프랑스인 니콜라스 데마지에르(44)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경기도는 “지하 포함 3층 규모, 외형은 배 모양이지만 정면에서는 주변 계곡을 연결한 다리 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곡리 176-1 일대에 2009년까지 건립할 선사박물관은 부지2만2000평, 연건평 1500평 이다. 한탄강을 내려보는 곳인데, 내부 통로가 주변 절벽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 역할도 하게된다. 백남준미술관은 현재 1만평의 대지에 1천 5백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2층 건물로 설계 중이며, 2006년 5월 착공을시작하여 2007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전문인력의 충원도 관건이다. 경기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립기관의 경우 도립 및 대학박물관,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 등을 제외한 기초지자체와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은 전문인력 5명 미만이 52%를 차지한다. 도내 시·군 학예연구사는 총 30여 명(도 박물관 제외)이며, 부천을 제외하면 1~2명에 불과하다. 계약직도 상당수다. 하남은 3명 모두 계약직이고 수원(2명), 안양(1명) 등도 일부 계약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박물관이 학예연구사 혼자 전시·교육·유물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색 있는 기획전이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경기 남부의 한 학예연구사의 경우 관장 직함은 물론 기획·예산·회계 등 1인 다역을 추진하는상황이니, 박물관 현상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실정에서 박물관 공간은 ‘개점 휴업’일 수밖에 없다. 한 번 가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박물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전시 유물도 매한가지이고, 운영 프로그램도 천편일률적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관람객의 수준은 높아지는데, 박물관은 덩그러니 몸채만 남아 있는 형국이다.
이밖에 넉넉지 못한 지자체 예산과 의식 없는 운영책임자(관장) 임명, 지역주민의 문화 수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박물관의 활성화를 저해한다.
발전방향
수도권처럼 개발 수요가 높고, 현대판 노마드처럼 수시로 거주지를 옮기는 상황에서 박물관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박물관 설립의 당위성 문제이다. 전시 기본계획과 함께 지역 문화성의 반영, 운영 프로그램의 충실도 등을 마련해 건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사립의 경우 다소 적용의 한계가 있지만, 공립인 경우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평가를 거쳐 건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기다 지역의 역사, 전통, 문화예술, 산업 등을 고려한 박물관을 건립할 때 지역사회와 꾸준히 관계하며 성장할 수 있다.
박물관에 대한 평가제도를 도입해 지원의 기준을 정하고, 도내 박물관과 문화예술단체와의 복합적인 네트워크 형성, 학예연구사 전문화 교육(문화예술교육, 홍보, 마케팅 등) 등을 병행 실시하는 것도 한방법이다.
박물관·미술관은 가장 짧은 시간에 그 지역의 문화와 사회 그리고 역사를 함축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지역 곳곳의 삶의 흔적과 함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형복
※ 이형복 | 1973년에 태어났다. 중앙대 지역개발학과를 졸업했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현재 경기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기전문화예술 5ㆍ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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