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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미감단상(美感斷想) <14> 부산비엔날레, '리노베이션' 전략의 증상들

김영준

부산시립미술관의 외관이 바뀌었다. 리노베이션을 위해 세운 비계에 공사 먼지가 날리지 않게 하기 위해 덧씌운 방진망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물론 미술관의 외장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 미술관 외관의 리노베이션 공사로 오해했을 정도다. 오해? 그렇다. 어떤 리노베이션도 없었고 미술관은 그럴 의도도 없었다. 2012 부산비엔날레 측의 연출은 여러 오해와 다양한 이슈를 남겼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이번 부산비엔날레 예술 감독 로저 M. 뷔르겔은 선임되고서부터 부산을 방문했을 때, 산과 바다가 인접한 천혜의 자연환경에 감탄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사현장을 목격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현대적 도시로 변모해가는 부산의 다이내믹한 에너지에 자극을 받았다 한다. '공사 현장'은 우리에겐 별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 광경이지만 감독에게는 새로운 예술적 모티브였다. 그래서 과거 어떤 비엔날레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비엔날레 현장의 건축 '리노베이션 이미지'를 연출하게 됐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배움의 정원'이지만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것은 '공사판'에서 낯설게 다가가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얼굴들이다. 

미술관 외벽에 비계를 설치하고 방진망을 씌운 작업 당시 앞으로 펼쳐질 이미지 변신에 주목하면서 기대를 했다. 비엔날레가 전격적으로 시도하는 예술적 모험에 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다른 의미의 기대도 있었다. 미술관을 중심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제1, 2벡스코와 광안대로가 미술관을 감싸 안은 형국이다. 그리고 가까이든 멀리든 다양한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광안대로의 방음벽이나 미술관 외관, 벡스코가 죄다 은색 패널 외장제 마감이라 인공적이고 딱딱한 도시미관의 답답함을 불만스럽게 토로하고 있던 차였다. 개성 없이 은회색 도시에서 기계부속처럼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만성의 불편함이 항상 그늘로 드리워져 있었는데, 정말 있지도 않을 리노베이션 이미지 연출이라! 이런 시각적 신선함은 타성적이고 너무나 일상적이라 느슨해진 우리의 감각에 새로운 활력을 넣을 수 있을 자극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이런 연출에 대해 예술적 가치를 평가해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은 극단적인 시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상대적으로 깔끔하지 않는 이미지가 비엔날레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와 같은 비판들이 곳곳에서 들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 미술 전문가들의 몇몇은 '시도 자체가 나쁘지 않지만 뭔가 딱 떨어지지 않은, 그래서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나름의 미학적 견지의 평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좀 단순해지기로 맘먹었다. 당분간 회색도시에서 기계 부품 같은 존재로부터 약간의 정서적 위안이 생겼다는….

바람이 드세 개막한 지 얼마 안 된 지금, 방진망 몇 군데가 찢겼다. 예상컨대 앞으로 이 이상 깔끔한 이미지가 지속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공사판의 거친 이미지에 부합하는 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염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태풍도 예상돼 있어 미관보다 안전에 신경이 쓰인다. 이 파격적 시도에 긍정적인 시선들이 관리 소홀이나 예방 미숙으로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고 부정적인 평가로 바뀐다면 너무나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엔날레의 무탈한 해피엔딩을 기원한다. 

- 국제신문 2012.9.28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20928.2201919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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