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Weekly BIZ] [아트&비즈니스] 앤디 워홀의 친구 바르도의 전 남편…獨 부호 작스 컬렉션 총 660억원에 낙찰

김순응

미술(美術)은 아름답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하듯, 미술품 역시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손을 거치기 쉽다 보니 기구한 운명에 시달릴 때가 많다. 요즘 우리나라 언론에 불미스럽게 오르내리는 그림들의 신세가 그렇다.

지난달 22~23일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군터 작스(Gunter Sachs·사진·1932 ~2011년) 소장품 경매가 뜨거운 박수갈채로 마무리됐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고 통찰력 있는 작스의 수집품 중 300여점이 새 주인을 찾아간 것이다. 2200만달러로 예상했던 낙찰 총액이 5600만달러(660억원)에 이르렀으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작스는 유럽 최고의 멋쟁이(사람들은 그를 플레이보이 혹은 '섹시 작스'라 칭했고 스스로는 신사라고 불렀다)로 사랑과 부러움을 받고 살았다. 독일인인 그는 오펠 자동차 그룹 오너의 딸인 어머니와 독일의 가장 큰 자동차 부품회사 소유주인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경계 없는 호기심과 열정은 그를 사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는 봅슬레이 유럽 챔피언에 오른 스포츠맨이었으며 사진작가·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갤러리스트·뮤지엄 디렉터·아트 컬렉터·점성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인생 말년에 치매를 앓은 작스는 작년 5월, '내 삶을 내가 지배할 수 없는 치욕을 용납할 수 없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탐미주의적 기질을 보인 그는 1958년 26세에 파리에 입성했다. 당시 독일인이 파리에 산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으나 그는 타고난 매력으로 파리 사교계를 휩쓸었다. 이브 클라인, 세자르, 아르망 같은 최고의 작가와 어울리며 작품을 수집해나갔다. 그는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같은 미국 작가들과도 친구로 지내면서 팝아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1972년에는 함부르크에 갤러리를 열어 유럽에서 최초로 앤디 워홀의 개인전을 열어줬다. 작품이 한 점도 팔리지 않아 그가 모두 사들였으나 결과적으로 최고의 투자가 되었다. 미술시장의 투기 열풍에 환멸을 느껴 컬렉션을 잠시 중단했던 1970년대 후반을 제외한다면, 그는 평생 시대의 첨단을 걷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즐겼다.

그는 세 번 결혼했고 늘 미녀들과의 염문을 몰고 다녔으나 신사답지 않은 언행으로 비난받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일찍 사별했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두 번째 부인인 브리지트 바르도와는 어느 바에서 우연히 만나 눈이 맞았다. 작스는 바로 다음 날 헬기를 띄워 바르도의 집에 수천 송이의 장미를 뿌려 프러포즈했으며 두 달 후 결혼했다.

이번 소더비 경매를 주도한 롤프 작스는 첫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장남이다. 그는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정말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버지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지만 우리는 그의 용기를 존중한다. 이번 경매는 가족 모두가 의논해서 결정한 것이며 아버지의 뜻을 받드는 데 쓸 것이다'고 말했다. 롤프 작스도 예술가이자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