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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아트&비즈니스] 4명의 남편 거치며 쌓은 富로 기부천사된 그녀

김순응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부러움을 받지만, 돈을 잘 쓰는 사람은 존경받는다. 어떤 부자들은 끝까지 돈 버는 일에 집착하다 오욕(汚辱) 속에 인생을 마감하고, 어떤 부자들은 돈을 잘 써 그 이름이 후대로 갈수록 빛난다. 65세에 모든 재산을 정리해 85세로 죽을 때까지 모두 자선 사업에 쓴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To die rich is to die disgraced)'라는 명언을 남겼다.

유태계 브라질인 릴리 사프라(Lily Safra·78). 요즘 전 세계적으로 돈 잘 쓰는 부자로 존경받는 인물인데, 통념상의 사업가는 아니고 특이하게도 결혼 네번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브라질의 자선사업가이다. 그는 17세에 처음 결혼한 뒤 38세에 네 번째 결혼을 했고, 두 번 이혼하고 두 번 남편과 사별했다.

그의 네 남편은 모두 유태인 재벌이었다. 마지막 남편인 에드먼드 사프라는 유태계 레바논인 금융 재벌이었는데 1999년에 몬테카를로 저택에서 화재로 죽었다. 2005년 영국의 한 출판사가 그녀의 일생을 소재로 '비안카 여제(女帝)'라는 실화(實話) 소설을 냈으나 명예훼손 문제 때문에 절판됐다. 이 소설에는 남편 두 명을 모두 사프라가 죽인 것으로 나온다. 이미 배포된 책들은 책 수집가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 소설은 약간 수정을 거쳐 2008년에 미국에서 재출간됐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전 남편들이 물려준 돈으로 자선사업에 지금 전념하고 있다. 네 남자가 천사 같은 그녀를 통해 명예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에드몬드 사프라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교육, 과학, 의료, 종교, 문화, 인권 등과 관련된 자선 사업을 펼치면서 전 세계 50여개 자선 단체를 돕고 있다.

파킨슨병 퇴치 자선 행사에서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릴리 사프라(왼쪽). / 블룸버그뉴스
미술 애호가이기도 한 그녀는 소장품을 팔아 자선에 쓰기도 하고 명화를 구입해 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한다. 그녀는 2010년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I'을 1억430만달러에 낙찰받으면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떨쳤다. 이 가격은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의 1억420만달러를 10만달러 차이로 누르면서 경매에서 팔린 세계 최고가의 작품이 되었다.

이 기록은 지난 5월 뭉크의 '절규'가1억1992만달러에 팔리면서 깨졌다. 작년 11월에는 독일의 생존 작가인 리히터의 '추상 849-3'을 2080만달러라는 작가 최고 기록에 낙찰받으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사프라는 '나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이 작품은 남편을 위해 이스라엘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사프라는 이 박물관에 1200만달러를 기증했고, 이 박물관 미술품 전시관엔 부부의 이름이 붙었다.

지난 5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의 크리스티에서 그녀의 보석 컬렉션이 경매에 올라 모두 2000만달러에 팔렸다. 개인 소장 보석 경매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수익금 전액은 32개 나라 자선 단체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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