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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예술가의 집

손수호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대림동산’이란 곳이 있다. 대림그룹이 조성한 전원주택단지로 유명하다. 멀리는 차령산맥이 보일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경부고속도로 안성인터체인지에서 4㎞ 정도 거리여서 접근성이 좋고, 인근에 체육시설을 갖춘 가족공원도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해마다 10월이면 이곳에 문학기자들이 진을 친다. 사진기자들은 목 좋은 곳에 삼각대를 고정시켜 놓고 밤을 샌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고은 시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일이면 시인은 도망가고 없는데도 기자들은 이동할 수가 없다. 동네 스케치라도 해야 하니까. 지금 시인이 살고 있는 2층 단독주택 주변은 밤꽃 향기가 진동한다.

시인은 1983년 결혼 후 이곳에 들어왔다. 나이 오십줄 저항시인은 당시 영국 유학에서 막 돌아온 이상화 중앙대 교수와 서울 수유동 안병무 교수 집 뜰에서 극비리에 결혼했다. 주례는 함석헌 선생이었다. 이후 30년 살았으니 안성은 그의 주옥같은 시를 받아낸 문학의 토양이었다.

지난 주말에 시인이 거처를 옮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새 터전은 수원시 광교산 자락이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이 정조의 학문에 관심이 많아 옛 이안과 원장의 사택을 리모델링해 서재와 작업실로 제공하고 앞으로 고은문학관을 지어 기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짐작컨대 수원시가 공들여 시인을 모신 모양이다.

유명 예술가를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주에서 12년을 살면서 수없이 경주찬가를 불렀던 소설가 강석경도 통영으로 옮겼다. 2008년 7월 국민일보 칼럼에 ‘나도 통영에서 살고 싶다’고 쓴 뒤 통영시가 전망 좋은 동피랑에 작업실을 제공하자 소설가 이제하, 극작가 윤대성과 함께 입주했다. 강석경은 “새로운 환경을 찾아서 재충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지자체들은 문화의 힘을 잘 안다. 저명 예술가는 스스로 움직이는 문화자산이다 보니 어지간한 공장 하나보다 막강하다. 박경리의 문학혼이 살아 있는 강원도 원주가 그렇고, 트위터에서 대놓고 감성마을을 자랑하는 이외수의 화천이 그렇다.

고은 시인은 이사가 좀 불편한 모양이지만, 수원시는 이주를 확신하고 있다. 이제 10월이면 대림동산은 큰 시인이 머물던 곳으로 바뀐다. 그러면 안성은 어쩌나. 아직 임동창 홍신자 김아라 김수현 강선영 같은 예술가들이 많이 살지만, 고은 시인의 빈 자리는 아주 클 것이다.

-국민일보 2012.6.19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164448&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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