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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가치'를 버는 예술

유진룡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2년 전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길에 한 문화운동가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당시 자화자찬식의 홍보보다는 진솔한 고민을 듣고 싶어서, 성공담보다는 주로 실패한 현장을 찾아가서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보름간 강행군 속에서 다양한 현장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리조트 운영자와 문화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한결같이 정치적 이해에서 비롯한 토건 사업으로 지역이 망가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한 분이 앞서 말했던 문화운동가였다. 그는 황폐한 섬을 세계적 관광지로 일구었고, 노인만 남아있던 산골 마을을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예술적 터전으로 변화시켰다.

요즘 '예술은 돈이 된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돈이 되는 예술'이 아니라 '예술이 가진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적 특성이나 환경을 중요시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꼼꼼하게 계획을 준비했다. 개발 과정이나 운영에도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

앞서 일본인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한국도 여전히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파헤치고 있다. 모든 일은 돈이 아니라 가치에서 비롯하며, 커다란 건물과 도로만이 아니라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자각하기 위해선 얼마나 더 많은 실패가 필요한 것일까.

-조선일보 2012.5.11
-조선일보 2012.5.1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10/20120510033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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