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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박물관 만찬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준모


선조나 옛것에 대한 외경심 때문인지 우리에게 미술관·박물관은 여전히 낮설고 어려운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에 개관한 것이 2005년이고 보면 대한민국의 문화적 근대국가로의 출발은 7년에 지나지 않아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도 선진적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쓸데없는 오해와 구설수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 핵 안보 정상회의 참석인사 부인들을 초청한 중앙박물관의 만찬도 그렇다. 미술관·박물관의 유물보존은 어느 무엇보다 최우선시된다. 따라서 미술관·박물관의 모든 행동은 이를 전제로 계획되고 실행된다. 이 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유물보존을 전제로 검토해 내린 만찬 개최였을 터이다. 하지만 이 일로 일각으로부터 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정신 나간 일이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중앙박물관 만찬 다음 날인 27일 저녁,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다 빈치의 성 안나를 복원, 전시와 오프닝파티를 열었다. 영화배우와 모델들이 주를 이룬 페라가모 손님들이었다. 이 행사는 페라가모가 후원했다. 이렇게 외국 미술관·박물관들은 국빈 만찬은 물론 기업의 광고·홍보를 위해서 미술관·박물관 안팎을 내준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5월, 뉴욕 현대미술관(MoMA) 조각공원과 기획전시실에서 싱크 블루파티를 열었다. 구겐하임미술관도 연 4~6회에 걸쳐 모금용 파티를 개최한다. 지난 2009년에는 유리액자조차 없는 칸딘스키 작품이 걸린 미술관 전관에 샹들리에까지 임시로 가설한 가운데 갈라 파티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성공에는 미술관·박물관의 힘이 컸다. 기메박물관은 한국관 오픈 시 휴대폰 등 관련 삼성제품을 동양유물 사이에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었다. 또 국빈 만찬 등 특별 외교행사 외에는 내주지 않는 베르사유 궁전 전쟁의 방을 빌려 유럽의 딜러와 주요 고객들을 초청, 만찬을 나누며 제품을 선보이는 글로벌 로드쇼를 개최했다. 오바마의 폴란드 방문 시, 대통령과 동유럽 지도자들의 만찬 장소도 박물관이었다. 이를 두고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이렇게 미술관·박물관의 만찬은 일반적이다. 기부금 모금용 외에 이런 사례가 없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물관 만찬에 대한 비난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들의 지적이 MB 정부에 대한 반감이나 배척이 아니라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

-조선일보 2012.4.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04/20120404030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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