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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한국의 피카소

유인화

“글을 쓰다가 막힐 때 옆에 놓아둔 크고 잘생긴 백자항아리의 궁둥이를 어루만지면 글이 저절로 풀린다.”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는 조선시대 백자나 상감청자의 운학문, 산과 강 등 한국적 키워드를 작품의 정체성 기호로 삼았다. 잠자는 시간 외엔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거나, 서울 성북동집 창가에 올려놓은 백자들을 보며 에세이를 쓰곤 했다. 해방과 6·25전쟁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비참한 이 땅의 풍경을 아파한 그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며 3000여점의 그림을 남겼다.

갤러리현대에서 50일 동안 열린 김환기 회고전 ‘한국현대미술의 거장-김환기’가 어제 막을 내렸다. 수화의 1930년대 그림부터 1974년 작고 직전 작품까지 망라된 전시에는 미공개작 ‘메아리’(1964), ‘항아리와 꽃가지’(1964) 등 4점이 최초 공개돼 화제였다. 다녀간 관람객도 5만여명에 이른다.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변혁기를 통해 남겨진 한국 근대미술사료가 귀하기 때문에 김환기를 비롯해 국민화가 박수근, 이중섭과 장욱진 등 우리 근대미술사의 명맥을 잇는 작가들의 전시에는 늘 관람객이 몰린다. 갤러리현대가 2010년 마련한 박수근 45주기전에는 약 4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지난해 장욱진 20주기 회고전은 5만여명이 관람했다.

이번 전시에 걸린 65점의 그림은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이 수십년 동안 몇 차례씩 바뀐 전국의 소장자들을 수소문해 설득한 결실이다. 소장자로선 자신이 소유한 수억원대의 그림을 빌려주기 쉽지 않다. 게다가 미술품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재산으로 인식돼 대부분 일반 공개를 꺼린다.


근대기 작품 추적을 위한 국공립미술관의 시스템은 이보다 나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이 김환기 10주기전(1984년), 장욱진 전·고암 이응노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상 2004년) 등 개인 회고전을 개최했지만 대부분의 전시는 미술관이 소장한 근대작품 위주의 단체전에 그치는 예가 많다. 작품발굴과 작품소장자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작품구입비의 경우 경기도립미술관은 ‘0원’이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30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예산과 인력 운용의 문제가 계속되는 한 ‘한국의 피카소’는 국공립미술관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일 뿐이다.<- 경향 2012.2.2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62222225&code=9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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