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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문화재를 징역 10년과 맞바꾸다니

국민일보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尙州本)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은닉범이 인신 구속을 각오하면서도 문화재의 소재에 대해 함구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그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는 재판으로 문화재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저간의 사정은 판결문에서 잘 드러난다. 재판부는 “피고가 상주본을 낱장으로 분리한 채 은닉해 중요 문화유산을 잃을 우려가 크다. 이미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 데다 상주본을 내놓을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고 밝혔다. 문화재 회수를 위해 애를 썼으나 피고의 묵비권 행사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데다 심지어 해외반출의 혐의마저 있어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상주본의 문화재적 가치는 간송미술관이 소장중인 해례본이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더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초에 이 책은 경북 안동시 광흥사의 나한상 뱃속에 들어 있던 복장(伏藏) 유물이었다. 1999년 도굴꾼이 조모씨에게 팔아넘겼고, 조씨는 고서적상 배씨와 거래하면서 해례본이 넘어갔다. 이후 두 사람은 소유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고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조씨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배씨가 유물 인도를 완강하게 거부했고, 119구조대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서도 상주본을 찾는 데 실패하자 검찰이 지난해 9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들의 저급한 문화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 해설서를 한낱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며 빼돌린 것은 문화재가 민족의 자산임을 잊은 처사다. 피고는 무죄와 소유권을 보장하면 상주본의 행방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버티고 있으나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유물을 인도한 뒤 사법부에 선처를 부탁하는 것이 도리다. 이제 남은 것은 설득밖에 없다. 배씨의 심경을 돌리기 위해 가족과 접촉 중인 문화재청의 노력에 기대를 건다.

-국민일보 2012.2.11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81902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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