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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다빈치展으로 '문화올림픽' 치른 영국

이강원

지난 5일 끝난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은 2012년 영국이 7월에 치르는 스포츠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한 문화 올림픽이었다. 작년 11월 9일부터 열린 이 전시는 개막 6개월 전 온라인으로 입장티켓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고, 당일 관람객을 위해 남겨 놓은 500장의 티켓을 사기 위해 새벽 1시부터 미술관 앞에서 줄을 섰다. 이 때문에 암표상까지 등장, 16파운드(3만원)짜리 입장권이 10배에서 30배까지 뒷거래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는 서양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만큼 소장품이 빼어난 곳이다. 수없이 이곳을 방문했지만, 이번 전시처럼 인산인해를 이룬 것은 처음이다.

500년 전 예술과 과학 등 인간이 탐구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섭렵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의 50년 작업 기간 중 20여점의 회화 작품만을 그렸다. 그나마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15점에 불과하다. 그중 9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쾌거가 이루어진 것이다.

'모나리자'는 출국금지 조치에 묶여 있어 오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초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로 불리는 '담비를 든 여인', '젖 먹이는 성모상', 루브르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의 '암굴의 성모' 두 점, 최근 레오나르도의 작품으로 판명된 예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등이 프랑스·바티칸·러시아·폴란드 등지에서 왔다. 벨기에에서 온 미술사학자 에릭은 '이 전시 자체가 바로 초현실적인 작품처럼 느껴져요. 꿈에서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전시라고 생각해왔으니까요'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미국의 화상(畵商) 피터는 '이번 전시의 보험금만 33억파운드(6조원)라지요. 앞으로 백년, 아니 영원히 이런 전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거예요'라며 감탄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역사적인 전시를 성공시킨 영국의 외교력과 단단하게 다져진 문화 파워가 한없이 부러웠다.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은 창조와 영감의 원천이자 매일 속도전쟁을 치르는 현대인에게 명상과 위로를 주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전시였다.

우리는 전례 없는 압축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제 성취감에서 벗어나 그 동력을 압축문화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돌려써야 할 것이다. 문화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경제성장은 그 뿌리를 굳건하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조선 2012.2.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06/20120206025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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