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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미술 중화(中華)주의

이정환

중국 미술의 대가 장다첸(張大千·1899~1983)은 모사(模寫)의 달인이었다. 역대 명작을 오래된 종이와 비단에 베껴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전문가들도 감쪽같이 속았다. 1961년 대영박물관이 송나라 초기 화가 거연(巨然)의 그림으로 알고 사들였던 작품도 실은 1951년 장다첸이 모사한 것이었다. 미술사가와 큐레이터들조차 그의 다른 위작들과 정밀 비교를 하고 나서야 진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나중에 장다첸은 명산대천의 사생(寫生)에 바탕을 둔 화풍으로 일가를 이뤘다.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는 중국에서 ‘국화대사(國畵大師)’로 통하는 화가다.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그는 소박하고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작품을 주로 남겼다. 장례식은 저우언라이 총리가 참석할 만큼 성대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묘비에는 그의 유언대로 ‘샹탄(湘潭) 사람 치바이스의 묘’라고만 새겨졌다.

장다첸과 치바이스가 피카소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가’로 떠올랐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프라이스의 ‘2011 세계 미술시장동향’에 따르면 장다첸과 치바이스가 1,2위를 차지하면서 피카소를 3위로 밀어냈다. 최근 15년간 피카소가 1위 자리를 내놓은 건 2007년(앤디 워홀)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낙찰총액은 장다첸이 약 5억달러(5800억원), 치바이스가 4억4500만달러(5162억원)였고, 피카소는 3억2000만달러(3712억원)에 머물렀다. 치바이스가 1946년 그린 수묵화 한 점은 무려 718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도 약진했다. 2010년 경매총액의 33%를 점유해 미국(29.9%)을 앞지른 데 이어 작년엔 39%를 기록, 25%에 그친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국 경제력이 부쩍 커지면서 컬렉터들이 늘어난데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화상(華商)들이 가세한 결과라고 한다. 중국 컬렉터들이 자국 화가의 작품을 비싸게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조도 한몫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미술 중화(中華)주의’라는 얘기도 나온다.

작년 한국미술 낙찰총액은 918억원이었다. 장다첸 작품 낙찰액의 17% 수준이다. 그나마 2007년엔 1926억원이었으나 자꾸 줄고 있다. 미술은 국력과 비례한다지만 경제규모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한국미술이 국제무대에서 대접받을 날은 언제나 올까.<-한국경제 2012.1.7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1063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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