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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세상]2012년 ‘무당파’에게

반이정

본래 쟁여둔 칼럼은 겉으론 평등한 삶을 외치면서 실제 삶에선 꼰대 행세하는 두 얼굴 가진 진보인사와 대면한 경험과 위급한 내게 도움을 준 후 홀연히 자리를 떠난 구원자 중 보수정당 지지자도 있을 수 있다는 추정으로부터, 모종의 결론을 유추하려 했다. 개인의 성정과 정치적 소신의 스펙트럼은 다채롭지만, 선거제도와 제도 정당은 이 다양한 색채를 단 두개의 색(여야 혹은 좌우)으로 수렴해버려서 개인의 인성이 도매금 처리될 수 있다는, 따라서 정치 소신에 무관하게 개인의 됨됨이를 주목하며 살겠노라는, 참으로 식상한 결론으로 치닫기 일보 직전의 글이었다.

한데! 그 무색무취한 결말은 실질적 저항과 만나며 좌고우면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올해가 정권교체까지 점쳐지는 정치의 해라는 사실. 하물며 어느 진영이건 이상한 인사는 꼭 있게 마련 아닌가. 지난해 말 택시기사와 경찰에게 행패를 부린 진보신당 대변인의 추태 하나로 해당 정당과 진보진영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먹는 건 부당한 처사일 거다. 더구나 대변인 자리를 내놓은 그는 과거에도 조선일보에 연재물을 기고하면서 ‘그가 속한 진영’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듣던 이력까지 있잖나. 왜 꼭 그런 인사들이 공당 대변인 자리를 꿰찰꼬?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사의 불공정성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 나의 식상한 결론을 주저하게 만든 또 하나는 제 아무리 다채로운 유권자의 성정과 소신조차 그가 지지할 정당의 극단적 소신으로 인해, 세상 전체가 불행의 도가니에 빠지는 걸 현재 진행형으로 체험 중이란 사실이다.


요컨대 고문으로 평생을 고생하다 타계한 김근태씨 빈소까지 쳐들어가 “빨갱이”라고 외친 한 60대 여성이 보편적 보수 유권자를 대변할 순 없을 터이나, 최소한 현 보수정당·정권의 수준과는 대략 일치한다. 이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 구성원이 포함되었어도 삶 전체의 품질을 보장할 차선을 여야(또는 좌우로 분류되는) 양 진영 중에서 택해야 한다. 마음 선한 유권자의 악의 없는 지지표가 십시일반 모여 현 불량정권의 탄생을 도왔다는 판단에 이르면, 얼굴도 모를 수많은 그들을 상종도 하고 싶지 않다. 이는 안면이 있는 진보 성향 꼰대에게 느끼는 불쾌감과 대등하다. 60대 극우 노인의 행패나, 50대 진보정당 대변인의 추태나, 선거 승리의 키를 쥔 무당파 유권자에겐 정치 허무주의만 부추길 게다. ‘저건 아니다’라는 냉소적 직감을 주기 충분하잖나.

하지만 어느 진영에건 엉터리 인물은 항시 포함된다는 진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리라. 한 개인을 파악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그와 어울리는 주변 친구를 살피라는 경구가 있듯, 정치 냉소주의에 빠진 무당파에겐 한국 정치의 양 진영을 ‘부분적으로 대변하는’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면면을 살핀 후, 자기 소속을 직감으로 정하라고 권하련다. 300일 넘게 고공시위한 개인을 응원하려고 초면인 분들끼리 모여 함께 부산까지 내려간 희망버스는 정부의 단속 대상이었다. 맞은편에서 희망버스를 저지하려는 ‘애국적 충심’에 모였다는 전투복 노인부대도 있다. 공권력의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인간의 직감을 앞서 얘기했다. 희망버스와 전투복 노인버스(?) 구성원들조차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채로운 성정을 드러낼 게다. 실생활에 기회주의자인 희망버스 지원자도 아마 있을 테고, 가정에서 자상한 노인버스 승차자도 있을 게다. 하지만 진영 전체가 세상의 색채를 규정하는 현실의 규칙에 준해, 내가 어느 진영의 얼굴과 함께할지 직감으로 느끼고, 유권 행위로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지 정당(진보건 보수건)이 집권하고 그 안에서 꼰대를 만나면 교차하는 실망과 분개는 어찌할꼬? 그 ‘꼰대’만 쌩까라.

-경향신문 2012.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05204828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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