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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문화재

이승철

미국 뉴욕타임스의 2009년 12월17일자에 흥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중국, 미 박물관에서 예술품을 사냥하다’였다. 기사는 중국 문화재 실사단이 뉴욕 시립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 관계자에게 중국 예술품들의 개별적 입수 시점과 경위 등을 캐묻는 모습을 전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약탈문화재 환수 노력을 소개했다.

중국이 공격적인 약탈문화재 환수에 나선 데는 그 해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티 경매가 계기가 됐다. 중국은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청나라 황실 정원인 베이징의 원명원을 파괴하고 약탈해간 토끼머리와 쥐머리 청동상이 경매에 부쳐지자 국가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약탈문화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실사단은 영국·프랑스·일본의 박물관도 순회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한국 등 제국주의 침략을 겪었던 나라들이 본격적으로 강탈당한 문화재 환수운동에 들어간 것은 2000년대부터다.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중국·이집트·그리스·인도·이탈리아 등 22개국 정부 대표들이 마주 앉아 문화재 환수 공동노력을 결의했다. 하지만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과거 침략국이었던 문화재 보유국들의 몰이해와 비협조 때문이다. 프랑스의 석학이라는 기 소르망이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약탈이 아니라 서구가 문화재를 보호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에서 보유국들의 빗나간 의식을 볼 수 있다.


문화재의 사전적 의미는 ‘문화 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다. 즉 문화재에는 특정지역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것이다. 문화재가 탄생한 그 자리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당연하다. 이집트가 반환을 요구 중인 ‘로제타석(石)’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은 인류 공동유산 운운하지만 대영박물관의 로제타석은 약탈이라는 어두운 멍에를 절대 벗을 수 없다. 덧씌워진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로제타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일제 때 강탈당한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여책이 그제 돌아왔다. 100여년 만의 귀환이다. 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통계에 잡힌 것만 10만점 이상의 문화재가 일본·미국·프랑스 등에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야겠다.

-경향신문 2011.12.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2072103265&code=9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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