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일사일언] 예술가의 시선

윤태건

'이거 좀 차에 실어줘' 형이 내민 손에는 어디 공사판에서 주워온 것 같은 못생긴 나무토막 2개가 들려 있었다. '이건 뭐 하시게요?' '몰라도 돼. 그냥 이따 학교 가서 줘' 내가 겸임교수로 있는 학교에는 오래 알고 지내 나와는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인 독특한 교수가 한 분 있다.

그 나무토막은 그렇게 그의 교수 연구실 한구석을 차지했다. 예술가인 이 양반 눈에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모두 '작품'으로 보이는 모양. 그의 연구실엔 이리저리 꼬인 철사, 일부러 담배구멍 낸 낙엽, 수석의 반열에 '맹세코' 오르지 못할 돌멩이가 한가득이다. 잡초가 분명한 식물을 고이고이 화분에 모셔두기까지. '이쁘지?' '네? 아, 네…' 맙소사. 눈꺼풀을 뒤집어 다시 봐도 잡초다.

예술가의 시선은 원래 범인(凡人)과는 다른가 보다. 생각해보면 피카소는 버려진 자전거 손잡이와 안장으로 '황소'라는 조각품을 만들었다. 영국 작가 이안 스티븐슨은 쓰레기 봉지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린다. 우리나라 작가 최정화는 버려진 문짝으로 가림막 대용의 공공미술작품을 만들었고, 배영환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샹들리에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주 학술답사차 중국에 다녀왔다. '이건 통과될 수 있을까?' 공항검색대 앞에서 걱정스레 내민 형의 손에는 그새 어디서 주웠는지 작은 조약돌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이고, 그건 또 어쩌시게요?'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그저 '돌멩이'일 뿐인데…. 양주 2병을 들고 세관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나는, 아무리 미술을 업으로 해도 예술가를 따라가려면 까마득하게 멀었다.


-조선일보 2011.11.1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10/2011111002661.html<<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