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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화단 데뷔`…2030화가의 부상

이향휘

'미대 졸업 전시회가 화단의 등용문처럼 바뀌었어요. 졸업 전시 작품이 국내 아트페어에도 자주 나올 정도입니다.'(20대 젊은 작가)

'10여 년 전에는 미대를 졸업하면 유학이나 취직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는데 요즘에는 유학도 피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빨리 화단에 데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30대 큐레이터)

젊은 작가들의 화단 등단이 빨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에 비해 최소 10년은 빨라졌다는 게 미술계 종사자들의 분석이다. 요즘 화랑이 밀집한 서울 청담동이나 인사동을 둘러보면 20~30대 작가의 개인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는 김지희(27)전이, 통의동 진화랑과 청담동 갤러리2에서는 각각 지호준(31)과 손동현(31)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신사동 예화랑에서는 사진작가 주도양(35)의 작품들이 걸렸다. 이들 모두 첫 번째 무대가 아니라 벌써 두세 번째 전시다. 소격동 학고재갤러리는 소속 작가 유현경(26)의 첫 개인전을 내년 초 열 계획이다.

젊은 작가 초대전은 국경을 초월한다. 20~30대 중국작가 8인전을 여는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이어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도 젊은 일본 작가 그룹전을 기획하고 있다.

20대 작가가 번듯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좁은 문`도 아닌 셈이다. 여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전시 공간이 최근 10년 새 눈에 띄게 많아졌다. 1990년대만 해도 젊은 작가가 대형 상업 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 불릴 정도로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화랑들도 그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기업이나 문화재단에서 여는 젊은 작가 공모전도 많아졌다.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페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이 덕분에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은 전시 기회를 골라잡을 정도로 배부른 입장이 됐다.

컬렉터들이 젊은 작가를 선호하는 현상도 작가들의 화단 데뷔를 서두르게 하는 원인이다. 이대형 독립 큐레이터는 '미술 컬렉션 역사가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컬럭터들이 안목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이들은 미래 가치가 높고 신선한 젊은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컬렉터들은 화상(畵商)처럼 직접 젊은 작가를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미술 경기가 얼어붙은 것도 역설적으로 화단을 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컬렉터들의 미술품 구입 가격선이 국내 작가의 경우 수백만 원대로 낮아지자 화랑들이 발 빠르게 젊은 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실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은 해외 작가 작품을 구입하는 데는 5억원이든 10억원이든 큰돈을 쓰면서 국내 작가 작품에는 1000만원 쓰는 것도 아까워한다.

또한 젊은 작가가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미술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 방아쇠는 2000년대 초반 딜러이자 컬렉터인 영국의 찰스 사치가 댕겼다. 사치는 2000년대 이후 영국의 젊은 작가에 주력했고 새로운 미술계 흐름을 주도했다. 중국에서는 쩡판즈를 비롯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나이가 대부분 40대다.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요즘은 국제 무대에서 통하느냐는 것이 작가들의 주요 자질'이라며 '작가를 글로벌 무대에서 키우려면 아무래도 유연성 있는 젊은 작가를 찾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4~5년 전에는 젊은 작가를 찾는 현상이 일시적인 일로 그칠 것이라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동 화랑의 큐레이터는 '스물일곱까지 천재 소리를 듣지 못하면 작가를 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고 살벌한 분위기를 전했다.

젊은 작가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학벌 위주의 미술계 주도권 싸움이 조금씩 무너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즉 홍대와 서울대 미대로 대표되던 학벌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간판이나 평판에 기대기보다 냉정하게 작품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실제 홍콩 크리스티에서 스타 작가로 떠오른 홍경택(경원대)과 김동유(목원대), 최소영(동의대), 뉴욕 개인전으로 단숨에 유명세를 얻은 사진작가 김아타(창원대)는 유명한 대학 출신이 아니다.

반면에 화단 데뷔 연령이 낮아지면서 40~50대 중견작가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 중견 작가는 '내가 20대일 때는 원로가 되어야만 화백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중견은 쳐다보지도 않고 젊은 작가만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매일경제 20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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