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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문화재 되는 조선·동아 '한글보급운동' 교재

문화재청은 24일 일제 치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펼쳤던 문자보급운동의 교재로 만들었던 '한글원본' '한글공부' 등 6종을 등록문화재에 올리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 자료들이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응해 민족정신을 불어넣는 데 쓰인 자료로, 언론사가 식민치하 국민 계몽에 앞장섰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물'이라고 밝혔다. 등록문화재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물·생활용품·책·문서 같은 근대문화유산을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명작 '마지막 수업'은 전쟁으로 독일 땅이 돼버린 알자스 지방 초등학교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나라말인 프랑스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면 나라를 잃더라도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나라 잃은 백성의 애절한 믿음을 그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문자보급운동이 펼쳐진 1929~1934년의 우리 처지가 꼭 그랬다. 일제는 한국인의 민족의식을 없애 식민지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하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까지 '국어(일본어) 상용 운동'을 벌여 우리말을 쓰는 걸 가로막을 정도였다. 민족운동의 선각자들은 일제의 이런 계산을 꿰뚫어보고 조선어학회를 만들어 한글 맞춤법을 새로 정비하고 우리의 혼을 담은 큰사전 편찬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일제는 한글 연구와 우리말 큰사전 편찬 사업을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과 동일시해, 전국의 한글학자를 검거해 가혹한 고문을 가해 목숨까지 빼앗았다.

1930년 무렵 우리의 문맹률은 85%에 이르렀다. 2000만명 중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1700만명에 달했다. 민족 선각자들은 까막눈인 백성을 깨우지 않고서는 독립의 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선일보 전국 지사·지국 조직을 한글 보급 기지로 활용하는 한편 방학 때 고향에 돌아가는 중·고등학생, 전문학생들에게 문맹 타파의 전사(戰士)로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첫해인 1929년 504명에서 1934년 5078명으로 불어났다. 조선일보는 1934년 발행부수 3만8000부였으나, 문자보급 교재는 무려 100만 부를 찍어 무료로 나눠주었다. 이 운동으로 글을 깨친 사람이 수십만 명이었다.

나라를 잃었을 때 벌어졌던 한글보급운동의 교재가 등록문화재에 오르는 모습에 민족의 얼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던졌던 선각자들의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조선일보 2011.10.2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5/20111025027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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